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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6 17:24 (금)
의약분업 시행 첫 날

의약분업 시행 첫 날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0.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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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이 시행된 1일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들의 상당수는 의약분업이 시행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제도 시행 내용까지 이해하고 이를 따르려는 환자는 극히 적었다.

국립 서울대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1일 오전 서울대병원 외래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의 대부분은 원내 곳곳에 원외 처방전 발행을 알리는 게시판을 보고도 무관심 했고, 심지어 유인물을 받아들고도 왜 원외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정부시책에 따라 1일부터 의약분업을 실시하기로 한 서울대병원은 환자들이 사전에 원외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미리 병원 곳곳에 안내문을 붙이고 수천장의 안내문을 인쇄하여 환자에게 나눠주는 등 의약분업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는 모습.

서울대병원은 원외처방 대상약품은 원외약국에서 구입하도록 원칙을 정했으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원내 처방을 원하는 경우에는 7월 한 달에 한 해 원내 처방전을 발행한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서울대병원은 보험자단체가 다빈도 처방의약품 리스트를 약사회에 전달한 사실을 알고도 안심하지 못하고 6월 중순부터 다빈도 처방의약품 리스트를 인근 약국에 전달하는 등 1일 시행에 초점을 맞춰 의욕적으로 의약분업을 준비.

1일 의약분업 시행 첫날 병원 외래에는 박용현 원장과 성상철 부원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이 총출동, 의약분업 추진 상황을 일일이 점검하고 간간이 드러나는 문제점의 해결방안에 대해 숙의하고 즉석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깊은 관심을 표명.

서울대병원의 의욕적인 의약분업 시행 분위기와는 달리 종로구약사회는 6월 30일 회원 일동 명의로 "당분간 처방전 수용이 안됩니다"는 결의문을 일제히 회원 약국에 전달, 사실상 서울대병원의 원외처방전을 받지 않기로 결의하고 나서면서 의약분업 시행 첫날부터 혼선이 거듭.

종로구약사회는 약국에서 조제할 수 있는 약이 제약업체로부터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약사법 재개정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의약분업 협력회의가 가동되지 않아 처방약 종류와 수량을 약사회에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부득이 처방전 수용이 안된다고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적게 쓰이는 희귀의약품은 약국에서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 많이 쓰이는 다빈도 처방의약품 리스트를 사전에 전달하여 준비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음에도 구약사회 차원에서 조제를 거부하는 결의를 할 수 있냐"며 "복지부에 약사법 위반여부를 따져봐야겠다"고 약사회의 비협조 행위를 성토.

서울대병원 인근 약국의 한 약사는 "의약품을 주문했는데 아직 약이 도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처방전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7일부터는 원외처방전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1시경부터 인근 8개 약국 중 4개 약국에서 원외처방전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때부터 원외처방전이 본격적으로 발행됐다.

서울대병원 내과 외래에서 진료를 받은 김00 환자는 사전에 원내처방전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아 병원 밖에서 약을 사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까운 약국을 놔두고 왜 밖에 나가서 약을 사야 하냐"며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이 환자는 "이렇게 환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라면 나는 의약분업을 반대한다"며 정부당국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1일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진료받은 외래환자는 1,634명으로 이 중 740명이 원내 조제를, 236명이 원외조제를 선택했으나 236명 가운데 70여명이 "모르고 원내 처방전을 받겠다고 얘기하지 않아 원외처방전을 받았다"며 즉석에서 원내 처방전 발행을 요구하기도.

시행 둘째날인 3일에는 총 외래환자 4,703명 중 300여명이 원외 처방전을 받아 병원 밖의 약국에서 조제를 받았으나 이 중 50여명은 약국에서 약을 준비하지 못해 다시 병원에 돌아와 약을 조제받는 등 불편을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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