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희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은 혈우병 환자의 진료비가 화제가 되고 있다. 40일동안 투입된 진료비가 무려 10억 2000만원이나 되는데다, 진료비 가운데 2억 6000만원이 삭감을 당했다고 해서 눈길을 끌었다.
의료진은 어린이가 혈우병 환자이기에 값이 비싼 줄 뻔히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노보세븐'이란 피를 응고시키는 약제를 투여하게 됐는데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이다.
심평원측은 "식약청 기준보다 '노보세븐'을 많이 투여했기 때문에 진료비를 2억6000만원 삭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병원에선 "어느정도 삭감을 당할 것은 예상했지만 환자를 그대로 두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두고 만 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의료진도 처음에는 심평원이 제시한 기준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보다 값싼 약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계속 피가 멈추지 않자 비싼 '노보세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만약 '노보세븐'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결과를 장담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현행 건보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직시하게 된다. 물론 보험재정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보험자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고귀한 생명을 포기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재정 상태가 취약하다고 해서 수준 낮은 획일적 진료를 강요하거나, 환자를 위해 소신을 갖고 전문가적인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한 의사나 의료기관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안겨지는 역리는 바로 잡아져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희귀·난치성질환자들에 대한 진료비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혈우병 어린이와 같은 사례를 당하고 보면 정부의 약속은 공염불이 아닌가 싶다. 차제에 비현실적이고 획일적인 진료비 심사기준을 보다 신축적으로 적용하고, 돈이 많이 드는 환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촉구한다. 양질의 의료를 폭넓게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중단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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