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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현 정원 '5배' 250명 신청..."의대 의견 완전 무시"

충북대, 현 정원 '5배' 250명 신청..."의대 의견 완전 무시"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3.0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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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건복지부 수요조사 때보다도 70명 더 늘려 의견 제출
의대·병원 교수들 의견 모아 총장에 서신까지 보냈지만 안 통해
"대학의 첨예한 이해관계 이용해 교육계 균형 무너뜨리는 자충수" 비판

충북대병원 전경 [사진출처=충북대병원 홈페이지] ⓒ의협신문
충북대병원 전경 [사진출처=충북대병원 홈페이지] ⓒ의협신문

교육부 주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결정을 위한 수요조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충북대가 현재 정원의 5배를 최종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의과대학이 있는 40개 대학 중 증원 규모가 가장 큰 수준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충북대는 현재 의대 정원의 5배에 해당하는 250명의 증원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에 제출했다. 현재 충북의대 정원은 49명으로 미니의대에 속한다. 충북대가 제출한 증원 규모는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수요조사 때 보다 오히려 70명을 더 늘린 숫자다.

충북대는 의대 교수들의 요청도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병원 한 교수는 "충북의대 교수들은 1차 수요 조사 당시 30명 정도 증원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는데 대학본부는 듣지 않았다"라며 "이번 교육부 수요 조사에서도 숫자를 내지 말아달라고 총장에게 서신을 보냈는데 오히려 숫자를 1차 때보다 더 늘려서 냈더라"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실제 충북의대, 충북대병원 교수는 지난달 29일 고창섭 총장에게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조치는 논리가 부족하고, 전문가 단체와 협의도 부족하며, 사회적 합의가 되지 못한 사안"이라며 "증원 수요조사 송부를 유예해 주길 부탁한다"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수요조사 제출 유예'라는 결정은 충북의대, 충북대병원 교수들은 서신문을 보내기 전날 총회를 갖고 토론을 거친 결과다.

이들은 서신문에 "제자들은 학교와 병원을 떠났고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학생들은 휴학계를, 전공의는 사직서를 모두 제출한 상황"이라며 "전국 40개 대학 총장의 증원 신청결과에 따라 현재 휴학계와 사직서를 제출하고 강의실과 병원을 떠난 제자들의 복귀여부와 미래, 그리고 대한민국 의료체계 존망이 달려있다"고 호소했다.

충북의대 및 충북대병원 교수들은 의대증원 문제는 의료현장에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증원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얼마나 필요한가. 이 문제가 해결된 후 의학교육 여건으로 보면 각 의대의 교육 역량을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된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각 대학의 희망 수요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현재의 2000명 근거로 사용됐다"라며 "정부는 각 대학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이용해 우리나라 교육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자충수를 두었다"고 비판했다.

의대와 병원 교수들의 호소에도 충북대는 현재 정원보다 5배나 더 많은 정원을 신청하자 의대 교수들도 술렁이고 있는 상황. 이미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는 공개적으로 사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 충북의대 재학생 247명은 지난달 20일 휴학계를 제출하고 무기한 수업거부에 돌입한 상황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도 사직서를 제출,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배대환 교수는 "정원의 5.1배를 적어낸 모교의 총장 의견을 듣자니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중증 고난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더 남아 있을 이유는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 동료들과 함께 진료를 이어나갈 수 없다면 동료들과 함께 다른 길을 찾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충북대병원 내과계 교수도 "지방의료는 이미 망가져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전공의를 수련할 필수과 교수도 없다"라며 "산부인과 교수 3명이 의대생 250명을 교육해야 하는 현실이 눈앞에 있다. 심장혈관외과에서 심장혈관 교수는 0명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학생이 100명 이상으로 늘어나면 분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수 수업량은 2배, 150명 이상으로 늘어나면 3배가 된다"라며 "병원에도 강의실과 임상실습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대책이 아무것도 없다. 전국 모든 의대에서 우후죽순으로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지역의 필수의료 교육조차 수도권으로 쏠려 지역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충북대병원 교수 역시 "배대환 교수 사직 이후 함께 하겠다는 교수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필수의료 교수 중에서도 특히 지방의료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2~3년씩 펠로우를 하고, 지방의료를 지키겠다고 돌아온 사람들"이라면서 "그분들의 결정은 결고 돈이 아니다. 이미 경제적인 인센티브는 포기했고 지방의료를 지키겠다고 오신 분들이다. 정부는 사명감으로 일하던 사람들한테 사명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게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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