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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 환자는 CT부터…응급실 진료, 불안하고 무섭다"

"복통 환자는 CT부터…응급실 진료, 불안하고 무섭다"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1.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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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박리 전공의 징역 여파 "응급의학 교수는 누가 하나" 아우성
아직 '덜' 붕괴돼 지원 못 한다? "외양간은 소 잃기 전에 고쳐야"
수용 강제하니 뺑뺑이 줄었다? "중증 환자 이송은 오히려 지연"

ⓒ의협신문
대한응급의학회는 8일 대한의사협회 프레스센터에서 김인병 신임 이사장 취임과 신년을 맞아 의료전문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대한응급의학회 송명제 총무이사, 이경원 공보이사, 김인병 이사장, 김수진 수련이사.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대구 응급실 전공의 피의자 조사부터 대동맥박리 오진 전공의 징역형까지, 응급의학과는 지난 2023년 유독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소신 의료행위에 과중한 민·형사 책임을 묻는 사회 분위기 속, 위중증 환자들이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호소했다. 특히 전공의부터 전문의, 전임의에 이르기까지 응급의학과 이탈이 날로 심화해 우리나라 응급의료를 책임질 후학들의 고갈을 고심했다. 

악화하는 응급의료 환경 속에서 취임한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신임 이사장은 8일 대한의사협회 프레스센터에서 신년 의료전문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현실을 전했다.

김인병 이사장은 "현재 응급의료 현장의 제일 큰 문제점은 방어진료"라며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찾아오면 대동맥박리 등 우려가 낮더라도 CT를 찍는 등 진료가 왜곡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대동맥박리를 진단해 내지 못한 전공의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여파다.

김수진 수련이사는 "우리 병원에서 수련하는 한 전공의는 '응급센터에서 열심히 환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불안하고 무섭다'고 한다. 새로 전문의가 된 이도 '환자를 보는 게 두렵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수진 이사는 "응급실은 외래나 입원실과는 달리, 환자의 회전율이 매우 빠르고 진료과가 정해지지 않은 중환자들이 온다. 환자가 급격하게 악화할 위험이 충분하다"며 "이러한 응급의료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사법적 책임이 과중 된다면, 최전선에서 국민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응급의료진이 가장 큰 리스크를 안는다"고 우려했다.

이경원 공보이사는 무과실 분만의료사고 보상제와 소아청소년과 지원 등처럼, 국민생명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응급의학과에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80%를 넘었기에 지원에서 배제됐다는데 올해는 79.6%니까 지원해 주는 것이냐. 얼마나 더 무너져야 하는 것이냐"고 꼬집은 이경원 이사는 "현재는 각 응급의학과에서 자체적으로 수련보조수당을 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전공의 충원뿐 아니라 전공의 후 전임의를 하려는 이도 부족한 상황으로 후에 응급의학과교수 배출이 우려된다. 후속세대만이라도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의협신문
(사진 왼쪽부터)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와 김인병 이사장은 응급의료가 더욱 붕괴하기 전에 시급한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이송거부금지 등 정부와 국회가 내놓는 응급의료대책들에는 의문을 표했다. 

대구에서는 지난 3월 낙상을 입은 10대 청소년이 여러 응급실을 전전 중 사망한 사건의 사후 대책으로,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 병원을 선정해 통보하고 수용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소방청은 지난 11월 "2개월 만에 '응급실 뺑뺑이'가 26% 감소했다"며 전국 확대 시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경원 공보이사는 "KTAS(응급환자분류) 1~2등급에 해당하는 중증환자 이송은 일부 개선됐지만 4~5등급 경증환자 이송은 더욱 늦어졌다"며 "애초에 심정지가 임박한 초응급환자를 안 받는 곳이 어딨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인병 이사장은 "응급실 '뺑뺑이'라는 단어 자체가 응급현장에서 일하는 의사에게 굉장히 듣기 거북하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응급실 수용 자체가 많이 힘들었으나, 현재는 각 지역별로 수용률이 많이 회복됐다. 단계적 시범사업을 통한 검증 없이 몇 개월 시행만으로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에는 각 시도 단위 응급의료지원단이 이송 전단계 병원 선정과 구급대 응급처치 질 관리 등을 수행할 예정인데, 아직 세부사항이 미비하고 지자체마다 지원과 예산이 상이하다"며 "각 시도 단위 모니터링과 소방청 및 소방본부, 의료기관 및 보건소의 협업체계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응급의학회 임원들은 "일선 회원들과 수련받는 전공의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학회의 책무"라고 중지를 모았다. 새해에는 학회 본연의 교육·연구 외에도 회원 권익을 위한 정부 정책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인병 이사장은 "소중한 국민 한분 한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2600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600명의 전공의가 노력하고 있다"며 "재난 현장의 응급의학과 존재감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응급의료진이 안전한 환경에서 최상의 의료를 국민 여러분께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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