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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폭행 신고의무화했지만 보고 서식 '없다'

응급실 폭행 신고의무화했지만 보고 서식 '없다'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3.11.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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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개정 응급의료법 시행…자체 서식 만든 병원 등장
복지부 "민원 이어지는 상황…의견 수렴해 표준 서식 만들 것"

이달부터 응급실에서 진료를 방해받는 상황이 생기면 의료기관은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이 지난 8월 개정, 이달 9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문제는 보고 당사자인 의료기관들이 응급실 진료 방해 상황이 발생해도 보고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보고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개정된 <span class='searchWord'>응급의료법</span>. 이달 9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의협신문
지난 8월 개정된 응급의료법. 12조 2항이 신설됐다. 해당 법은 이달 9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의협신문

응급의료법 12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응급의료 종사자와 구급 등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ㆍ이송ㆍ응급 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ㆍ기재ㆍ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ㆍ손상하거나 점거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에 응급의료가 방해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고 이후 지자체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법으로 의무화됐지만 신고, 통보를 하지 않는 데 대한 규제책은 없다.

해당 개정 법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 후 만들어졌다. 신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단순히 처벌만 강화해서는 반복되는 의료인 폭행 사건을 막을 수 없다"라며 "응급실 출입부터 사건 발생 이후까지 철저한 대응 방안을 만들어 의료인이 온전히 치료에만 매진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으로 응급실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의 신고 및 보고를 의무화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응급실 폭행 사건이 생겼을 때 어떻게 지자체에 통보해야 할지에 대한 서식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최근 응급실 진료방해 행위가 일어나서 개정 법에 따라 신고를 하려다 보니 무엇을 어디까지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찾을 수가 없었다"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상부터 폭행 내용까지 개인정보가 포함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만든 구체적인 서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종합병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응급실 폭행 사건 보고 서식 ⓒ의협신문
한 종합병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응급실 폭행 사건 보고 서식 ⓒ의협신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병원은 자체적으로 통보 서식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통지서'라는 이름의 문서를 만들었는데 가해자 정보는 이름부터 생년월일, 환자 등록번호를 비롯해 폭행 행위, 음주 여부 등을 담았다. 

피해자 정보는 이름과 생년월일, 신분, 인적 및 물적 피해 내용을 넣었다. 사건 발생 경위를 적는 공간도 따로 만들었다. 여기에다 의료기관의 이름, 종별, 신고일자, 연락처 등 기본사항을 포함시켰다.

이 관계자는 "응급실 폭행 내용을 굳이 보고 하지 않아도 벌칙을 받거나 하는 조항이 없지만 통계 산출 등을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법에 의무 조항만 생겼을 뿐 정부와 지자체는 어떤 내용을 통보를 받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응급의료 관련 정책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응급실 폭행 통보 관련 서식이 없다는 점을 인지는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양한 응급의료 관련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는 상황. 여기에다 의료기관이 보고를 해야 하는 곳은 복지부가 아니라 지자체다 보니 서식 관련 작업도 뒷전일 수밖에 없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보고 서식이 없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예산안 심사, 국정감사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지자체에서 참고할 수 있는 표준 서식을 만들어 지자체에 전달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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