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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수 의협 회장 "소통 얘기하다 파업카드 왜 꺼냈냐고요?"

이필수 의협 회장 "소통 얘기하다 파업카드 왜 꺼냈냐고요?"

  • 최승원·고신정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3.10.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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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현안 인터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의대 정원 증원 등 최근 이슈에 대한 입장 밝혀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인터뷰를 하는 동안 시선은 오른편에 내려놓은 휴대폰에 내내 꽂혀 있다. 문자 메일 신호음이 울리면 그때마다 어김없이 인터뷰는 중단됐다.

늦은 저녁을 넘겨서야 고대하던 소식이 왔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소아청소년과 정책가산 수가 신설과 소아 초진 진료비 3500원∼7000원 가산, 의원급 자연분만 수가를 기존 79만원에서 최대 189만원+α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결정 사항을 확인한 이필수 회장은 그제야 "오랫동안 공들였는데 이제서야 겨우..."라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중증·응급·분만·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붕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직 논의 중인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혼잣말을 하며 골절을 치료하기 위해 채운 캐스트를 뜯어다가 붙이기를 반복했다. "1주일 전 아침 현기증이 나 넘어지며 바닥을 짚었는데 골절을 입었다"며 "제대로 된 기브스를 하라했는데 임시 캐스트만 자꾸 땠다붙였다"한다고 애꿎은 캐스트만 다시 뜯어냈다.

최근 의료계의 최대 관심사는 의대 정원 관련 이슈다. 그래서 소청과와 산부인과 관련 지원 발표를 확인하자마자 같은 날 열린 의정현안협의체에서 논의된 의대 정원 이슈를 체크한다.

이필수 회장은 임기가 이제 6개월 남았다. 지난 2년반 동안 내내 두 달에 한번 꼴로 광주 집에 내려갔다.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가족은 이해한다고 해 크게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역시 내부에서 잘못된 근거로 흔들 때다. 불신임 안이 올라왔던 지난 임총이 바로 그런 사례이다. 요새는 그러려니 한단다. 의협 회장으로 회원만 보며 간다고 말했다. "회원분들이 지금은 모르시더라도 언제가는 저의 진정성을 알아 주시리라 믿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을 26일 만나 의대 정원 이슈를 비롯한 의사 회원들이 궁금해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일문일답>

Q. 지난 4월 단식 투쟁을 했었다.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들었다.

=단식은 처음이었다. 죽염과 생수만 먹으면서 8일간 단식을 이어갔다. 단식하면서 읽으려고 책을 10권 정도 챙겨갔는데, 단식 3일차가 되니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굉장히 힘들었다. 단식이라는 것은 약자가 항변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 수단이지 않나. 의약분업 투쟁 이후 이어진 오랜 투쟁에도 속시원한 결과를 보지 못하다보니 의료계의 투쟁 동력도 많이 떨어져 있다.

전국 집회한다, 파업한다 회원들의 피곤함도 커지고 있다. 가능하면 회원을 힘들게 하지 않으면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투쟁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이 크다. 간호단독법 저지의 경우 회원들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 회원 지지 덕에 간호단독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끌어냈다고 본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이필수 회장 집무실 한켠에는 지난 단식 때 전국의 회원들이 보내 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패널이 놓여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Q. 의협이 벌이는 협상 과정을 보면 마치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자국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벌이는 외교전쟁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한때 꿈이 외교관이었다. 주권국가간 협상을 벌이는 외교전쟁에서 한 나라가 100% 자신의 입장을 관철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다 서로 전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의협과 정부의 협상으로 비유하면 의료계 파업이 외교협상 결렬 후 전쟁이 난 것으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문제는 협상으로 풀지 못하고 전쟁으로 갈 경우 이긴 나라도 진 나라도 모두 적지않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의료계의 파업투쟁 역시 의사 회원에게 적지않은 피해를 입힐 수 있기에 신중히 그리고 최후에 검토돼야 할 카드라고 생각한다. 전쟁으로 가기 전까지 서로 신뢰를 갖고 대안과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도출하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Q. 그럼에도 지난 주 열린 의료계 비상총회를 통해 '파업' 가능성을 천명했다.

=외교적으로 풀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지만 분명히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그 선을 넘어선다면 의료계도 파업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서로서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신뢰가 무너진다면 파업투쟁을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Q. 몇몇 매체에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결정 가능성이 제기되며 논란이 있었다.

=최대 4000명까지 정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까지 있었지만 보건복지부나 용산 대통령실 그 어느 곳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초기 대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여당 고위 관계자와 만나 의료계의 입장을 설득해 사태를 일단 진정시켰다.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9.4 의정합의에 입각해 의대 정원 관련 이슈를 풀어갈 것이다.

Q. 논의를 시작하면 500명에서 1000명, 3000명까지 정원을 늘리려는 정부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소청과 위기나 응급실 뺑뺑이, 필수의료 위기 등의 문제가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필수의료의 위기는 건전한 보건의료시스템과 적절한 진료보상 체계, 필수 의료에 나서는 의사를 지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등 여러가지 사항을 준비해야 극복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다. 이런 제 생각을 꾸준히 설득시켜 나가겠다.

이런 설득과정에서 힘이 되는 건 결국 의사 회원들이다. 지금과 같은 시기 어떡하든 '이필수를 흠집내겠다'라는 식의 꼬투리잡기는 의료계의 힘을 약화시킨다. 이필수가 맘에 안들어도 의료계를 위해 국민을 위해 지금은 비판보다는 힘을 더할 때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다. 간호단독법 제정을 막아낸 것처럼 회원분들의 지지가 절실하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Q. 의료계 일각에서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이미 의대 정원 규모를 합의하고 협상을 벌이는 것처럼 속이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 숨을 내쉬며) 의견의 다양성이라 생각하고 모든 분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애쓴다. 다만 의료계의 리더가 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의료계가 위기를 겪는 요즘같은 때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회원의 권익을 지키고, 협회를 발전시키고, 의사와 국민에게 가장 좋을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안없는 비판과 근거없는 의혹 제기는 아무에게도 도움안된다. 어려울 때일수록 합리적으로 풀어갈 고견을 기다리겠다. 함께 대안을 만들고, 고민하고 의료계가 단합할 수 있는 모멘텀을 같이 만들어 갈 때 존경받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의 대응 방향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우선 요청할 것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필요한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롤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늘어난 정원이 어떻게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는지 명확한 근거를 줘야 한다. 의협 역시 의대 증원이 필요없다는 주장을 관철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집무실 또 다른 한 편에 놓은 상황판에는 각종 의료현안 진행상황과 대응책 등이 빼곡이 적혀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Q. 6월 의료현안협의체 자료를 근거로, 의협이 의대 증원을 합의하고 △분만배상금 정부 부담 인상 △외과수술수가 인상 △의료사고 형사처벌특례 범위 확대 등을 얻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분만배상금 정부 부담 인상, 외과수술수가 인상, 의료사고 형사처벌특례 범위 확대 등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올바른 의료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을 위해 마땅히 돼야 하는 일이다. 의대 정원 증원과 교환해야 할 조건이 돼서는 안된다.

정부가 의협의 끈질긴 설득과 필요성을 공감해 내놓은 대책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이면합의 같은 것이 있을려야 있을 게 없다. 만일 합의같은게 있었다면 보건복지부가 뭐하러 의협과 협상을 재개하겠나? 그냥 발표하면 되는 것 아닌가? 회원 여러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 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Q. 임기가 6개월 남았다. 현 시점에서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이슈가 있었다면?

=간호단독법 저지가 생각난다. 초기에는 민주당이 강하게 밀어붙여서 막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3당이 관련법을 다 발의했다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프레임을 다시 짰다. '의사 vs 간호사'가 아닌 '간호사 단체의 독선 vs 다수 의료인'의 구도로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의료인과 의사간의 관계가 굉장히 끈끈해졌다. 그 전까지는 의사가 외톨이였는데 어느새 정치력이 강한 집단이 돼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 여러가지 의료현안을 이렇게 풀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의 형사처벌 경감 혹은 면책 제도를 마무리짓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정부와 필수의료 지원방안을 논의하며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의 형사처벌 면책 제도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은 임기동안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회원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회장이 돼 국회에 나가보니 의협의 정치적 역량이나 정치권과의 소통이 부족함을 절감했다. 우리의 얘기를 잘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이른바 의협의 대외협력 업무가 사실상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2년반 동안 국회와 소통하려 무척 애썼다. 스스로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의 발의에 이어 조만간 민주당도 의료계가 요구한 의사의 면허취소 대상 범죄를 좁히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다. 의협의 설득과 소통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 본다. 필수의료 육성법이나 산부인과 무과실 의료사고 국가 책임제, 의료사고 구제법 등의 현안을 추진하며 2년전과는 달라진 국회 분위기를 느낀다.

요즈음은 국회가 먼저 각종 의료 현안에 대한 의협의 생각을 물어온다. 소통이 중요하다. 조금 더디더라도 이런 원칙을 지지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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