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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헌신은 당신이나 하라. 우리는 이제 이런 건강보험 더는 못하겠다

헌신은 당신이나 하라. 우리는 이제 이런 건강보험 더는 못하겠다

  •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10.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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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호 미래의료포럼대표
주수호 미래의료포럼대표

요즘 정부에서 '의대정원을 1000명까지 늘릴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들의 논조가 의대정원 확대의 낙수효과를 기대한다며 환영일색이고, 구체적으로 변호사 시장과 비교하는 글들이 많았다.

로스쿨이 생기면서 변호사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호사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의사들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다. 그러면서 타겟은 오로지 의사소득에만 국한되어 있다. 환자의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는 관심이 1도 없다. 

언론들의 기사에 의하면, 제1회 변호사 시험이 실시된 2012년에 3조 6096억원이던 법률 시장 규모가 2021년에는 7조 7051억원으로 두배 이상 커졌지만 변호사 1인당 연간 매출은 2억 4886만원에서 2억 4632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기간 변호사 수는 1만 4534명에서 3만 1281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바꿔 말해보면, 변호사 수입이 높은 것이 배가 아파서 그들의 수입을 2억 4886만원에서 2억 4632만원으로 떨어뜨리려고 변호사 수를 2배 이상 늘렸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부담해야 했던 돈은 3조 6096억원에서 7조 7071억원으로 늘렸다는 헛소리가 된다. 게다가 변호사들에게도 통했으니 이제 의사들에게도 통할 것이라는 논리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그런데도 이런 말도 안되는 것을 언론들은 버젓이 기사로 올리고 국민들은 거기에 모두들 열광하고 있다. 

일단 저 논리가 상식밖이라는 것은 차치하고 시장의 특성을 살펴보자. 변호사 시장은 자유경쟁시장이지만 의료계는 정부통제시장이다. 의사면허증을 취득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하면 강제로 건강보험 지정하고, 의료수가도 정부가 주축이 되어 정해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성적 저수가로 일관되고 있다. 환자의 동의하에 시행한 의사들의 진료내용도 건강보험공단이나 심사평가원이 하나하나 간섭하면서 자신들의 잣대를 들이밀면서 자신들 마음대로 삭감하고 있다.

또한 실손보험을 도입해서 비급여 시장을 키운 것도 바로 정부였다. 단 한번이라도 의사들이 실손보험 도입해달라고 주장한 적이 있었는가?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시장에서 돈의 흐름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고 의사들은 그저 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다.  결국 필수의료 탈출런은 정부정책의 실패라는 뜻이다. 왜 정부실책의 오물을 의사들이 뒤집어써야 하는가?

한국사회는 의사들이 돈만 밝힌다는 편견이 지배하는 사회다. 사회 구상원들은 의사들이 30년 동안 줄기차게 주장했던 진료전달체계 확립이 의사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의료자원은 무한한 자원이 아닌 한정된 자원이라서 거의 모든 나라들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라도 최대한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고심하고 또 정책을 수립한다.

세계의 여러 사회보장국가에서는 전국민 무상의료를 공급하면서도 우리처럼 가벼운 감기에 무한정 급여를 해주지도 않고 환자가 원하다고 해서 대형병원에 마음대로 갈 수 있게 허용하지도 않는다. 의료자원이 집중된 대형병원은 꼭 필요한 중증환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것은 환자 자신이 아닌 전문가인 의사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진료전달체계이다. 그런 주장에 정부나 국민들은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화답한 적이 있었던가? 의료기관의 문턱을 다 없애고 한정된 자원을 무한한 자원처럼 쓰면서 고갈시킨 것은 잘못된 정부정책때문이었는데 왜 고생한 의사들이 비난받아야 한단 말인가?

실손보험도 한번 들여다보자. 전세계적으로 공보험에 기생하는 사보험은 유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실손보험의 설계 자체도 보험이라고 할 수도 없는 엉터리 상품이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연간 디덕터블(보험회사가 병원비를 내주기 전에 가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용)로 수천달러가 정해져 있어서 매년 그 디덕터블까지는 전액 가입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그 해에 디덕터블을 이미 다 소진했다면 그 다음 진료부터의 의료비는 보험회사와 나누어 부담하기 시작하는데 그걸 코인슈런스라고 하고 의료비의 20%, 30%는 가입자가 직접 부담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또한 보험을 한번 쓸 때마다 10달러에서 40달러까지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코페이란 것도 있다. 보험은 프리패스권이 아니다. 중질환에 대비해서 가입하는 보험이 되어야 하는데 그걸 할인권으로 만들어서 공보험에 기생하도록 설계한 것은 정부였다.

그래서 비급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의사들이 실손보험은 설계부터 잘못되었다고 수도 없이 주장했지만 정부와 국만은 그것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들어보려고 한 적이 있는가? 비급여 시장을 키우는 실손보험이 잘못되었다고 의사들이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말인가? 

무릇 정부정책이란 것은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용하느냐를 고심하는 것인데, 무한자원처럼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하면 그게 가능한 소리인가? 우리 의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의료통제에 앞장섰던 사람들, 의료통제에 열심히 일조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무능함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조차 하지 않고 도리어 통제를 당하며 고생한 의사들에게 손가락질하며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입에 거품을 물고의료를 무한자원으로 만들자고 외치고 있고, 거기에 박수치는 사회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하나도 없다. 잘못된 편견에 기반해서 걸핏하면 의사들을 비난하고 몰아부치고 심지어 법정구속에 억대 배상금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자유경쟁시장을 추구하려고 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수술실에서 수술도중에 퇴근시간 되면 손 바꾸고 나가는 세대가 등장했다. 나는 그들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의사를 소모품 취급하는데 우리가 왜 이 사회에 무조건 헌신해야만 하는가! 

우리는 이제 이런 건강보험 더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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