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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진료에 집중하고 싶은데 중복개설·사무장병원 혐의 받는다면?

법률칼럼 진료에 집중하고 싶은데 중복개설·사무장병원 혐의 받는다면?

  •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9.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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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필자도 법무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끔은 운영과 관련한 업무는 누가 대신해 온전히 처리해주고 변호사의 고유 업무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접하는 의료인들도 마찬가지여서 개원을 고민하다가도 입지를 분석 및 선정하고, 적절한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 합리적인 가격에 인테리어도 수행해야 하며, 의료장비니 약품이니 하는 거래처들과도 직접 계약하고 손발이 맞는 직원들도 고용해야 하며 환자를 어떻게 유치할지 마케팅 고민도 직접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의료인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는 '충실한 진료' 임에도 이 진료를 하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은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데 드는 노력을 대신해 주거나, 의료기관 운영 중에 필요한 갖가지 행정 업무를 도와주는 회사들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라 불리는 병원경영지원회사이다.

이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운영에 노하우가 있는 비의료인이 설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먼저 병원경영이라는 길을 가본 의사 중 노하우를 쌓은 사람들도 직접 MSO를 설립해 자신의 의료기관은 물론, 다른 의사들이 개설한 의료기관과도 계약을 체결하고 각종 경영지원업무를 대신해 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MSO를 통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 사실은 MSO의 주인(주주)이 그 의료기관의 실제 주인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도 어떤 의사가 오랜 의료기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및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고 의료기관의 주 고객층을 파악해 개원이 가능한 입지를 찾고 초기 인테리어를 담당하며 환자들과 어떻게 상담해야 할지 직원들의 교육을 담당해주고 마케팅 업무를 대행해 주었다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중복개설 및 운영'을 했다는 혐의로 수사대상이 됐다.

초기 개설비용을 먼저 부담한 후 나누어 지급받고 마케팅과 컨설팅 대행에 대한 대가를 다소 과하게 지급받았다는 점이 주요 근거가 됐다.

그러나 마케팅이나 컨설팅은 운영성과를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정확한 대가를 계량화하기 어렵다.

과연 얼마를 받으면 과한 것이고, 얼마를 받으면 적정한 것인지 그 누구도 기준은 제시하지 못한다. 또 병원의 경영 업무를 지원받는 것이기에 어떤 경우에는 각종 세무처리 업무 뿐 아니라 크고 작은 결제행위까지 MSO가 담당하거나 말단 직원의 고용이나 해고 과정에 MSO의 담당자가 관여하기도 한다.

이 경우 MSO가 사실은 주인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짙어진다. 그렇지만 통장과 도장을 들고 직접 은행에 방문해 거래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결제권한을 제3자에게 맡기더라도 계좌의 주인이 직접 입출금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지는 의사가 아닌 해당 업무에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훨씬 잘 안다. 이러한 상식을 기반으로 변론을 하더라도 일단 의심을 받은 이상 개설자인 의사가 직접 수행한 업무가 적을수록 오해를 씻기 어렵다.

대법원에서도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한 의료기관 운영이 중복개설이 되는 경우에 대해 판단을 한 일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이라는 것 역시 지극히 추상적이다. 대법원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경영지원업체가 있을 경우 그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제시하는데 과연 저 요건을 읽고 머리속이 정리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결국 사건화가 되면 위 요건 상 명백히 주도권을 가진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한, 그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나 검사, 판사가 어느 쪽으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사무장병원 혐의는 물론, 중복개설혐의도 형사책임이 따르고, 곧이어 의사면허 정지의 행정처분이 이어진다.

나아가 단지 의사가 중복해 경영에만 참여했을 뿐,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다른 불법행위가 없음에도 중복개설됐다고 지목된 의료기관에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처분까지 할 수 있다.

이처럼 큰 파장이 닥치는 일임에도 그 누구도 어디까지 경영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의료기관의 운영 모습도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는데 개설자 의사에게 진료도 책임지고 모든 병원의 세세한 운영까지 손수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게다가 모든 업무 영역을 아웃소싱하는 것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운영에 필요한 모든 직원을 직접 고용해서 그들의 손에 맡기도록 하는 것도 최근의 트렌드에는 배치된다.

병원경영지원회사를 악용해 의료법을 잠탈하려는 시도는 분명 막아야 할 것이지만, 의료인도 의료기관 운영에 전문적인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지금보다 열려야 할 것이다.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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