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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노트]·[성형외과 노트] 저자 박성우 

[인턴 노트]·[성형외과 노트] 저자 박성우 

  • 강민지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대 본과 3학년) shlemj111@gmail.com
  • 승인 2023.09.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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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인턴·전공의·성형외과 전문의 13년 삶 '블로그' 기록
"마지막 노트, 어려운 의사결정 앞둔 사람 위한 글 담을 것"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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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6개.
2023년 9월 1일 기준으로 박성우 원장(서울 서초구·아베크성형외과의원) 블로그 '의학살롱'에 적힌 글의 개수다. 2010년부터 삶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그의 블로그는 13년째 꾸준히 운영하면서 2000개가 넘는 글이 쌓였다. 의과대학 재학  생활, 인턴 과정, 전공의 과정 그리고 그의 전공인 성형외과에 관련된 정보로 가득한 블로그 글들은 책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인턴노트-인턴 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2015년)와 [성형외과 노트](2016년)가 그의 대표작이다. 세 번째 노트를 준비 중인 그는 "마지막 노트 시리즈는 투병 생활을 하는 이들을 포함해 어려운 의사결정을 앞둔 사람을 위한 책을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우 원장(서울 서초구·아베크성형외과의원)은 [인턴노트-인턴 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2015년)와 [성형외과 노트](2016년)를 출판한 작가다. 의대 재학시절부터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비롯해 성형외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13년 경험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현재 세 번째 노트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의협신문
박성우 원장(서울 서초구·아베크성형외과의원)은 [인턴노트-인턴 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2015년)와 [성형외과 노트](2016년)를 출판한 작가다. 의대 재학시절부터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비롯해 성형외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13년 경험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현재 세 번째 노트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의협신문

'작가'를 꿈꿨다고 들었다. 의과대학에 진학한 계기는?
솔직히 '의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꿈이 크거나 하지는 않았다. 보통 의사라는 직업 하면 떠오르는 부수적인 조건들(안정적인 삶, 사회적 지위, 경제적 부)를 염두에 둔 상태로 직업을 선택했다. '작가'라는 꿈이 있지만,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의사가 되어 열심히 직업활동을 하면서 작가의 꿈을 부차적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면접 때도 마찬가지로 이야기했다. '하고 싶은 것 하려고 의사가 되고자 한다' 라고. 

재학 중에는 어떤 활동을 주로 했는지 궁금하다. 작가라는 직업과 관련된 활동을 했는지 혹은 공부에 더 집중했나?
재학 중에도 꾸준히 글을 쓰는 활동을 했다. 첫째로 학회지 활동을 했다. 본교인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학회지 기자로 활동했고, 지속해서 투고 활동도 했다. 본과 3학년과 4학년 때는 편집장을 맡았다. 이외에도 신춘문예에 작품을 보기도 하고, 독후감도 투고했다. 학점관리를 하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틈틈이 글을 쓰는 것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글 쓰는 활동은 인턴·전공의 때도 지속했다. 

블로그·유트브 등 다양한 SNS를 활용하고 있다. 각 SNS마다 목적이나 방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SNS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싸이월드 세대다. 대학교 때 싸이월드가 사라지고 사진이 위주인 플랫폼이 많이 생겼다.하지만 나는 사진보다는 '글'을 좋아했다. 글을 쓰고 싶어서 2010년 블로그를 개설했고, 본과 4학년 때부터 블로그에 내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싸이월드에 썼던 글들을 옮기고 삶의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하지는 않았다. OSCE/CPX에 관련된 정보, 실습하면서 느꼈던 것들, 공부하면서 느낀 점들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인턴을 시작하면서 삶에서 다시 찾아오지 않을 1년이라는 시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턴 1년은 인생에서의 첫 사회생활이자 나에게는 큰 발전의 시기이자, 소중한 시간이었다. 뚜렷한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정말 순수하게 기록하고 싶어 시작했다. 지속해서 하다 보니 지금까지 하게 됐다. 블로그와 달리 유트브와 인스타그램은 적극적으로는 하지는 않고 있다. 여전히 '글'이 더 편하다. 

'방향성' 면에서는 과거와 많이 변화한 것 같다. 예전에는 날 것 그대로 모두 작성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영향을 주기 때문에 1∼2주 후에 쓰기도 하고, 6개월 이후에 묵혀둔 다음에 쓰기도 한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도, 부정적인 영향도 줄 수 있음을 알게 된 이후로는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어찌 됐든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요즘에는 주로 성형외과와 의학에 관한 정보를 업로드 한다. 환자들이 의학 정보에 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대형병원에서도 자체 유트브 채널을 통해 적극 알리고 있다. 이런 것들은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박성우 원장이 13년째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의학살롱'. ⓒ의협신문
박성우 원장이 13년째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의학살롱'. ⓒ의협신문

성형외과를 전공한 계기는?
'외과' 계열이 더 맞았다. 외과 수술을 하고 싶었고, 손재주도 있었다. 암 제거든 성형수술이든 결과가 바뀌는 게 보였다. 큰 수술보다는 신경외과·성형외과 같은 분야에 더 관심이 많았다. 성형외과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의사의 주관적인 개입이 많다. 창의성·예술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보니 덜 지루해 보였다. 의사가 행한 것이 즉각적으로 결과로 나타나는 응급의학과나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신경외과도 관심을 끌었다. 

원하는 과를 정한 것은 인턴을 하기 전인지, 인턴을 돌면서 인지? 인턴 이후 전공을 정하는 과정도 궁금하다. 
4학년 끝날 때쯤에 마음을 정했고, 인턴을 돌면서 마음이 확실해졌다. 병동은 답답했지만, 수술방에서는 마음이 편했고, 좋았다. 

의대생들은 PK(Poly Klicin)실습을 돌면서 병원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당연히 다르겠지만) 인턴생활·전공의 생활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책임감'의 차이가 가장 크다. 전공의와 전문의 역시 책임감의 차이가 크다. PK는 쉽게 말하면 관전자다. 직접 개입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인턴이나 전공의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오고, 이런 것을 통해 평판과 인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똑같은 채혈을 하더라도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다.

'의대생' 입장에서는 의사가 아니므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인턴과 전공의 때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감의 차이도 있다. 

의료 자체가 책임소재의 문제가 항상 뒤따르는데 PK-인턴-전공의 과정에서 지는 책임의 정도가 점진적으로 의료에 적응할 수 있게 해 주는 과정일 수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보다 '말'이나 '책임감',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배우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어떤 계기로 드라마나 영화 자문을 하게 됐나? 자문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블로그'나 '책'을 쓴 것이 연결점이 됐다. 드라마 작가들도 누군가 쓴 글을 참조한다. 의학자문이라는 것이 의료기술보다는 의사들의 삶, 경험, 생각을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하기도 한다. 웹툰이나 드라마 공모전을 준비하거나 영화 제작사와 기획자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박성우 원장은 성형외과 개원의다. 블로그 '의학살롱'을 통해 환자와 소통하고 있다. ⓒ의협신문
박성우 원장은 성형외과 개원의다. 블로그 '의학살롱'을 통해 환자와 소통하고 있다. ⓒ의협신문

전공을 선택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 만약 선호도가 뚜렷하게 없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전공을 정하는 것이 좋은지?
무작정 '꿈을 찾아라'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영리할 필요가 있다. 고민이 될 때에는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하기 싫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못하는지, 원하는 과의 장단점을 모두 작성해보고 나열해보면 합리적인 결정에 도움이 된다. 

[인턴 노트]와 [성형외과 노트]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글을 남기기 위해 쓰다 보니 수필처럼 모였다. 수필을 본 편집자께서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는 출판 제의를 했지만 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수련이 끝날 때쯤에서야 책을 냈다. [인턴 노트]는 전공의 3년차, [성형외과 노트]는 전공의가 끝날 때쯤 쓰기 시작했다. 목적 자체는 순수한 목적이었다. '내 이름으로 남긴 글이 세상의 빛을 봤으면 좋겠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 

박성우 원장이 출판한 [인턴 노트]와 [성형외과 노트]. ⓒ의협신문
박성우 원장이 출판한 [인턴 노트]와 [성형외과 노트]. ⓒ의협신문

평소 일기를 쓰거나 영감을 받을 때 글을 적었다가 [인턴 노트]를 쓸 때 참고한 것인지 아니면 평소 기록한 그대로를 [인턴 노트]에 녹여냈는지 궁금하다. '좋은 글'은 어떤 글인가?
처음에는 그대로 작성하였다. 당직 때 주로 글을 많이 썼는데 블로그에 정제되지 않게 쓰다 보니 글에서 느껴지는 피곤함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날 것이 좋았다. [인턴 노트]를 직접 출판하면서  복기를 많이 했다. 바둑에서 복기를 하듯이 글도 복기하다 보면 간결해진다. '좋은 글'은 간결하고, 의미 전달이 확실하고, 읽기 쉬운 글이다. 좋은 수술의 경지가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수술이라고 생각한다. 집도의의 계획대로 막힘 없이 흘러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좋은 수술과 좋은 글은 결국 맥락을 같이 한다. '최대한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인턴 노트]와 [성형외과 노트]의 출판과정이 궁금하다.
독립출판사를 차려서 진행했다. 세무과정은 직접 했고, 편집과정은 아는 편집자께 많은 조언을 들었다. 책 편집 과정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최적의 여백, 배열, 교정 과정도 필요하고, 디자인하는 과정과 종이를 정하는 과정까지 직접 진행했다. 이런 과정들은 개원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나?
노트 시리즈를 3부작으로 계획했다. 마지막 노트를 준비하고 있다. 간 이식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이런 과정을 유트브에 남기기도 했다. 이 소재를 마지막 노트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병을 앓고 있거나 투병하거나 어려운 수술을 앞두고 중요한 결정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이 나의 마지막 노트를 통해 자신감을 얻길 바란다. 그분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적고 있다. 

'N잡'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의사 중에도 다양한 사업을 하거나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다. N잡을 꿈꾸는 의대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N잡 자체가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니까, 전도유망하니까 이런 이유로 해서는 안 된다. 오래갈 수도 없다. 본인이 재밌어하는 분야에 참여해야 한다. 관심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의욕이 생기고 보람과 가치를 증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진정성'이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N잡 자체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이다. 생각보다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만족감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기대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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