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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젊은 의사 '교육 생태계' 꿈꾸는 외과의사 이준서

젊은 의사 '교육 생태계' 꿈꾸는 외과의사 이준서

  • 이준승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 예과 2년) arryn2022@cku.ac.kr
  • 승인 2023.09.0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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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현장 주제 '꿀 팁' 유튜브 영상 눈길…첫 오프라인 연구회 개최
모든 의사 아우르는 커뮤니티 '목표'…'젊은 의사·연구자 생태계' 꿈꿔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대생 생활을 소개하는 브이로그(V-log)부터 전문용어로 해부학적 구조를 설명하는 의대교수 개인 채널까지, 다양한 유투버들이 활약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더는 '별난 의사'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여기, 필수의료와 의대생 연구 교육의 보급을 위해 커뮤니티를 뛰어다니며 발품을 파는 의사 유튜버가 한 명 있다. 그가 올린 글은 두 자릿수 추천이 가끔 나오는 커뮤니티에서 100개 가까운 추천 수를 받았다. 항상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그는 다른 커뮤니티에서 글을 올린 지 2분 만에 강퇴를 당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미용 커뮤니티였다고.

"젊은 의사 교육에 관심이 많은 외과의사 이준서라고 합니다." 

경기도 군포시 G샘병원 이준서 외과장의 자기소개는 간단했다. 그는 간담췌외과 세부전문의로, 담도·담낭·췌장 등 까다로운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이준서 과장은 본인의 자기소개만큼이나 투박한 '외과의사 이준서 Jun Suh Lee MD, PhD'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의대생·인턴 등 상대적으로 젊고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을 위한 영상들로 구성되어 있다.

범람하는 영상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준서 과장의 채널이 뜻하는 목표와 그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의사', '필수의료', '교육' 그리고 '생태계'. 여러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는 이준서 과장과의 장시간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만의 생각을 어렵지 않게 펼쳐 보였다.

이준서 G샘병원 외과장은 간담췌외과 세부전문의다. 인천성모병원에서 조교수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부교수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사진=이준승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 예과 2년) arryn2022@cku.ac.kr] ⓒ의협신문
이준서 G샘병원 외과장은 간담췌외과 세부전문의다. 인천성모병원에서 조교수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부교수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사진=이준승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 예과 2년) arryn2022@cku.ac.kr] ⓒ의협신문

Q. 의대생을 위한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은 오래전부터 유튜브를 하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로, 의과대학, 수련의를 거쳐 교수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배워서 해결하기보다 몸으로 체득했던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교수가 되고 나서도 되돌아보면 학생이나 전공의에게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나 전공의들이 많이 알면 알수록, 교육자와 피교육자 모두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제가 대학교수와 봉직의 생활을 모두 경험해 봤기 때문에 비교적 다른 분들에 비해서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많은 분야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 주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습니다.

Q.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 주제들은 어떻게 정하나요?
제가 대학병원에서 근무했을 때 실습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금 유튜브와 비슷한 주제의 강의를 몇 번 짧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강의가 인기를 많이 끌었습니다. 강의를 반복하면서 어떤 주제들에 학생들이 많이 반응하는지 알게 되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콘텐츠들을 선별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젊은 의사들을 위한 이런 '꿀 팁'들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외과의사로 유튜브를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에 남아있었으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교수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은 업무의 특성상 추가적인 교육에 신경을 쏟기 어렵습니다. 병원의 수련 교육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그런 면에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유튜브 세계에서 외과의사는 어떤 강점이 있을까요?
유튜브 세계에서 영상을 활발히 업로드하며 활동하는 의사들은 이미 많습니다. 제 채널이 강점을 갖는 부분은 제가 필수의료과 전문의라는 점입니다. 최근 들어 필수의료라는 키워드가 많은 이슈가 되고 있고, 제가 그 분야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현장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할 수 있습니다. 또 외과 자체의 특성도 있습니다. 외과라는 진료과는 수술, 중환자 의학, 암 등등 여러 부분에 관여하기 때문에 타 부서와의 상호작용이 잦습니다. 병원에는 여러 진료과가 있습니다. 한 전문 분야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과들도 있지만 외과의 경우에는 여러 부서에 걸쳐 임상 과정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병원의 생리를 이해하거나, 젊은 의사를 교육한다는 부분은 관련 경험이 많은 외과의사가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Q. 마침 필수의료에 관한 이야기를 유튜브에 업로드하셨습니다. 
요약하자면 여러 선생님이 걱정하는 것처럼 필수의료과가 보람도 없고 힘들기만 하진 않다는 내용입니다. 보람 있는 분야고, 대학에 머물러 연구에 종사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원할 때만 하더라도 필수의료과에 지원하는 모습을 격려해 주는 선생님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 목소리가 힘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아쉽기도 합니다. 필수의료에 지원하고 싶은 선생님들이 계신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영상을 올렸습니다.

Q. 선생님 영상 중에서 '이건 꼭 봤으면 좋겠다' 하시는 영상은 무엇인가요?
여러 개가 있지만 제가 올린 영상 중에 '오더 수행률과 명단 작성법'이라는 영상이 있습니다. 저는 이 영상이 의대생과 수련을 준비하는 젊은 의사분들에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을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큰데, 저 자신도 도움을 많이 받은 방법입니다. 의대생분들뿐만 아니라 입원 환자를 보는 선생님이라면 그 영상은 한 번쯤 보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업로드한 영상 중엔 '진료과 선택 방법'이나 '의대 교수 되는 방법' 등을 예상했는데 의외인데요.
그런 영상들은 영상이 주는 영향력이 제한적입니다. 주로 영상을 찾아보시는 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고자 하시는 분도 있고 이미 아는 것이 많아 실제로 교수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명단 작성법을 보여 드리고 싶은 이유는 대부분 선생님이 그런 방법에 대한 생각을 거의 못 하고 수련에 진입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방법임에도 아무런 내용을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에 수련하는 의사분들 입장에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보고 많은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소위 말하는 '엑설런트'한 전공의가 되는 방법론적인 교육이 있으면 좋겠는데 물론 옛날보다는 좀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한참 모자란 것 같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을 많이 줄여보고자 합니다.

Q. 최근 오프라인 연구회를 모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모집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이 여러 명 연락을 주셔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같이 익혀나가는 시간을 가졌고, 앞으로 점점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연구회는 함께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후배가 교류하는 커뮤니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 미팅을 하면서 저랑 아무 연고 없는 다른 학교 선생님들을 만난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기뻤던 것 같습니다.

지난 8월 1일 '제1회 외과의사 이준서 연구워크숍'이 열렸다. 연구워크숍에서는 연구하는 이유 등 연구에 대한 개론적인 설명과 기초적 통계 기법 강의가 이어졌다.  ⓒ의협신문
지난 8월 1일 '제1회 외과의사 이준서 연구워크숍'이 열렸다. 연구워크숍에서는 연구하는 이유 등 연구에 대한 개론적인 설명과 기초적 통계 기법 강의가 이어졌다. ⓒ의협신문

Q. 많은 도전을 하시고 계시는데 실제로 느꼈던 어려움 같은 게 있었을까요? 그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활동들을 하면서 이게 효용성이 있을지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나름대로 준비 과정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처음엔 많이 주저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한 선생님께서는 제가 군의관이었을 무렵 "제가 지금 이런 걸 하는 게 맞나요?"라는 물음에 "그런 불안감이 너를 크게 만들 거다"라고 답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유튜브도, 연구회도 그 말씀을 떠올리면서 많은 동기를 얻었습니다.

Q. 언제 가장 많은 보람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연구 작성법, 논문을 시작하는 법 같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비판도 많았지만 제가 이런 주제들을 너무 힘들게 체득했던 것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런 과정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관심을 많이 기울였습니다. 한 번은 어떤 젊은 교수님이 저한테 와서 "제가 이전에 했던 강의를 듣고 교수가 되기로 했다. 선생님 덕분에 저는 교수가 됐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느낀 보람은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선생님께서 "강의가 인상 깊었다"라는 말씀을 전해 주실 때마다 보람이 컸던 것 같습니다.

Q. 유튜브가 선생님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특정한 차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는 그 차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고 여행 커뮤니티에선 푸껫이든 파리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젊은 의사분들에게 열려있는 커뮤니티는 필수 의료나 연구 분야에 아주 빈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롭게 자신이 연구와 의료에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카페가 있습니다. '젊은 의사들을 위한 연구공부방 및 진로상담실'(http://cafe.naver.com/jslresearch)입니다.

제가 혼자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사 선배님들이 후배들의 질문에 경험을 담아서 답변하는 곳을 만들고자 합니다. 관심있으신 선생님들께서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커뮤니티가 끌어들이는 대상은 누가 될까요?
젊은 의사들입니다. 지금은 커뮤니티가 모든 의사를 아우르기보단 연령층에 따라 좀 나뉘어 있습니다. 유튜브 등 다른 매체를 통한 공간도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점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을 젊은 의사가 연구 같은 정보를 얻을 커뮤니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커뮤니티는 부정적인 측면의 강조보다는 실제로 이용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선생님의 목표에 유튜브와 연구회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요?
연구회는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연구 경험이 있고 없고는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좋은 연구를 뽑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젊은 선생님들에게 초기 경험을 주는 것을 중점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한 번만 해보면 그다음에는 쉽습니다.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공조자가 되어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하는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훨씬 적극적이고 자주적인 연구자가 될 수 있습니다.

Q. 실제로 실적을 낼 생각이 있으신 건가요?
네, 연구회라는 건 어쨌든 실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연구자료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연구회의 지속성도 강화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서 과장은 2006년 가톨릭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거쳐 2011년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인천성모병원 조교수·분당서울대병원 조교수·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를 거쳐 현재 G샘병원 외과에서 담도와 췌장 질환을 진료하고 있다. 간담췌외과학회 <span class='searchWord'>교육위원회</span> 위원·대한내시경로봇학회 학술위원회 부위원장·최소침습췌장수술연구회 총무를 역임했다. ⓒ의협신문
이준서 과장은 2006년 가톨릭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거쳐 2011년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인천성모병원 조교수·분당서울대병원 조교수·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를 거쳐 현재 G샘병원 외과에서 담도와 췌장 질환을 진료하고 있다. 간담췌외과학회 교육위원회 위원·대한내시경로봇학회 학술위원회 부위원장·최소침습췌장수술연구회 총무를 역임했다. ⓒ의협신문

Q. [의협신문]과 의사분들께 한 마디 남겨 주실 수 있으실까요?
최근 필수의료에 종사하시는 의사들이 힘든 국면을 맞이하여 젊은 의사분들이 발길을 돌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필수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제는 모든 의사에게로 퍼져 나가는 것 같습니다. 상황이 좋진 않지만, 지금의 현실을 피해가기보다는 해결하는 방향으로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 후배들이 사명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이 조언해 주시고, 관심을 기울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외과의사 이준서

유튜브 : http://youtube.com/@junsuhlee
네이버카페 : http://cafe.naver.com/jslresearch
블로그 : http://blog.naver.com/halfpastf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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