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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의사 김종엽 스토리...'깜신'부터 '데이터사이언티스트'까지
의사 김종엽 스토리...'깜신'부터 '데이터사이언티스트'까지
  • 윤두항 의협신문 명예기자(공중보건의) hang10tommy@hanmail.net
  • 승인 2022.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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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은 그저 취미활동이지 무기가 될 줄은 몰랐죠"
SPSS에서 R 통계프로그램 전환 추세에 수리통계학 공부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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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깜신으로 유명한 김종엽 교수(건양의대, 건양대병원 헬스케어 데이터사이언스센터 센터장)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한 두개가 아니다. 정보의학 전문가, 이비인후과의사, 의대 교수, 육아 책부터 통계 책까지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자  등등. 김 교수는 저술만도 <의사아빠 깜신의 육아시크릿>, <꽃중년 프로젝트>의 저자며, <코 사용설명서>, <꽃보다 군인>, <닥터스 블로그>를 공저했다. 여기에 유튜브채널 '나는 의사다' 메인MC까지 모두 한 인물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현재 건양대의료원의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으로 있으면서 빅데이터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디지털헬스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이며 보건복지부와 함께 DNA(Data-Network-AI) 중장기 국가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통계분석 소프트웨어 'R'을 의료 빅데이터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R통계의 정석>을 출간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간 여러 대내외 활동을 통해 많은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보통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출간된 책들은 어떤 내용인지' 에 대해서는 답해왔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김종엽 교수 본인이 살아왔던, 그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루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슈퍼맨 삶을 사는 김종엽 교수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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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엽 교수는 정보통신기술 향상을 통해 국가 산업 발전에 이비지한 공로로 올 5월 ‘2022년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의협신문

Q. 학창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의과대학은 차석으로 입학했지만 한 학기를 다녀보고 모두가 뛰어난 학생들 사이에서 '내가 성적을 유지하기는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해서 성적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밴드 동아리 당시 일렉트릭기타를 연주했고 작곡 까지 해봤을 정도로 한 번 빠지면 끝장을 보는 학생이었죠.

인터뷰 중에도 최근까지 일렉트릭 기타를 현란하게 연주하는 영상을 보여줘 그의 열정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었다. 

개업한 친구들보다 월급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직접 계획하고 수행하는 과제를 완성해나가면서 그 업무 만족도는 충분히 상쇄가 됩니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여러 공무원이나 다른 교수님들도 역시 국가예산을 가지고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일조하면서 같은 기쁨을 누리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저는 현재 공중보건의(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 보건지소)로 근무중입니다. 교수님께서는 군의관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군의관 시절때 아이폰을 처음 접하고 너무나 혁신적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와 더불어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으로 아이폰 앱 개발도 직접해봤습니다. 반면에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프로그래밍은 그저 취미활동이지 이게 제 무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당시에 한 신문사의 외부필진으로 활동하면서 주변에서도 글을 잘 쓰는 의사는 흔치 않다며 의학기자에 도전해보라는 권유도 있어 고민했었습니다. 그때를 계기로 '깜신의 작은 진료소' 블로그도 시작하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글쓰기가 뭘까 고민도 해봤습니다. 심지어 삽화도 직접 그려서 글을 쓰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탄생하게 된 책이 '꽃중년 프로젝트' 입니다.  그 때부터 사용하게 된 '깜신'이라는 닉네임은 '깜장고무신'의 줄임말입니다. 이 시간을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블의 히어로보다는 고향 친구처럼 기억되고 싶은 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Q. 그러면 언제부터 의료 빅데이터와 정보의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고, 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의협신문
김종엽 교수는 취미였던 프로그래밍을 무기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라는 독보적 위치를 만들었다. ⓒ의협신문

군의관 시절까진 통계에는 취미가 없었습니다. 군의관을 마치고 다시 병원에 들어와 조교수로 임용이 되서부터 논문 쓸 걱정에 통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의대 통계수업시간에서부터 군의관을 가기 전까지는 SPSS라는 통계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했는데 병원에 다시 들어오니까 R 이라는 통계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추세였습니다. 당시  프로그래밍이라는 내가 가진 무기와 접목한다면 누구보다 제일 잘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R 프로그램을 치열하게 공부하고 추가로 수리통계학 분야도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밑바닥을 다진 후 소위 논문공장이라고 말하는 논문을 잘 쓰는 교수님을 찾아갔습니다. "교수님의 데이터만 주시면 통계적인 부분은 제가 책임지고 작성해보겠습니다"고 청했고, 추후에는 전국의 논문 잘 쓰시는 교수님들 찾아다니면서 내공을 쌓았습니다.  

임상교수라 불리는 우리 의사들은 진료와 각종 시술·수술을 하며 교수가 된 분들입니다. 따라서 다른 단과대학 교수들보다는 연구자로서의 준비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저는 제가 가진 무기를 발휘해 많은 교수님들이 논문작성시 필요로 하는 데이터 정리와 통계분석을 담당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Q. 현재 진행 중인 정보의학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수많은 연구와 과제를 진행 중이지만 가장 중점을 두는 주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질병관리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기관들의 공공의료빅데이터를 결합해서 우리가 이전에 궁금했던 임상적인 가설들을 확인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산화가 일찍 된 편이고 여러 기관들의 데이터들을 결합한 지 3년 정도 됐어요. 결합데이터를 활용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의료 인공지능 기기들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에 최근 굉장히 많이 통과돼 2022년 5월 기준으로 110여개가 됐습니다. 곧 200개가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매출이 안 나오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의사들이 최신기기 없이도 진료를 잘 해왔는데 꼭 사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기기들이 실제 효과가 있다면 적극 홍보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피드백과 컨설팅을 하는 임상실증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여러 연구를 하면서도, 유튜브채널 MC와 환자 진료, 최근에는 R 프로그램에 관한 책도 출간했습니다. 남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하루 하루가 무척 바쁘실 텐데,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무척 바쁠 것 같지만 놀랍게도 여유가 있습니다. 남이 시킨 일을 이만큼 하려면 당연히 쓰러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턴 때나 전공의, 전문의를 거치면서 누구든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이 있고, 하기 싫지만 의무적으로 하는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만약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60%라고 하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40%라고 하면, 요새 저는 하고 싶은 일이 99%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봤을 때는 저 일을 어떻게 다 소화하나 하지만 내가 재미있게 느끼고 잘하는 일만 하니까 흥미도 있고 지치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잘하는 일을 주로 하니까 하기 싫은 일에 쓰는 체력소모와 시간소모가 적어서 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요새는 제 센터에 연구를 도와주는 식구들이 많이 있어서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Q. 교수님께서 최근에 보람 있었던 순간이나 기억나는 일이 있으신가요?
국가의 예산을 가지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과제가 점차 성장하는 것에 제일 보람을 느낍니다. 저의 몇 억원으로 할 수 있는 일과 몇 백만원, 몇 천억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의 규모는 완전히 다릅니다. 목표와 비전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서 큰 규모의 연구를 하다보면, 국가 발전에 일조했다는 보람이 정말 큽니다. 개업한 친구들보다 월급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직접 계획하고 수행하는 과제를 완성해나가면서 그 업무 만족도는 충분히 상쇄가 됩니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여러 공무원이나 다른 교수님들도 역시 국가예산을 가지고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일조하면서 같은 기쁨을 누리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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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엽교수와 건양대병원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 센터 직원들 ⓒ의협신문

우리나라 의사들은 너무 진료에만 시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의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후배 의사들은) 대부분의 선배들이 선택했던 길만 당연하게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학교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가 된다는 자질만 갖춘다면 자기만의 장점, 강점을 꼭 개발하길 바랍니다.

Q. 현재 교수님 인생에서의 목표나 꿈은 무엇일까요?
저의 행동과 말이 제 이미지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가 하는 분야에서 운이 좋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데,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창업이나 사업을 하면서 사업가가 되면 본인의 이득을 우선시 하면서 소위 '흑화' 된다고 말합니다. 큰 부를 쌓을 순 있겠지만 그 업계에서 국가정책을 계획하고 기획하는 단계에서는 제외되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요새는 단기적인 목표나 꿈을 설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목표나 꿈이 없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내년에는 이 정도 일이 진행되고 있겠지' 라고 생각한 것에서 실제로 내년이 되면 작년에 기대했던 나보다 훨씬 성장해있습니다. 그런데 이 차이가 점점 커진다는 겁니다. 이 정도 성장하면 대박이라고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꿈을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저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사회가 저에게 준 기회를 잘 살려야겠다고 매일 다짐합니다.

Q. 교수님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몰두해 최고 분야에 이르렀지만 현실적으로 의대생들은 학습량에 쫓겨서 다른 여가나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대생들이나 후배의사들에게 조언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까지도 의사면허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들은 너무 진료에만 시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의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배들이 선택했던 길만 당연하게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학교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가 된다는 자질만 갖춘다면 자기만의 장점, 강점을 꼭 개발하길 바랍니다. 저처럼 컴퓨터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창작활동이나 글을 쓰는 역량도 좋습니다. 현실의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자기 적성과 맞물렸을 때 시너지가 나기 때문에 예를 들어 만일 본인이 문과성향이 강한데 의대를 왔다는 생각이 들면 글을 잘 쓰는 의사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을 한번쯤 도전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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