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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학회 "불가항력적 나쁜 결과 국가가 책임져야"

산부인과학회 "불가항력적 나쁜 결과 국가가 책임져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8.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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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신생아 분만 의사에 12억 배상 판결 너무 가혹 
위험 무릅쓰고 분만 현장 지키는 산부인과의사 설 곳 없어
분만 인프라 붕괴 초래…국차 차원 제도적 보완책 마련 시급

ⓒ의협신문
ⓒ의협신문

최근 법원이 뇌성마비 신생아의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 배상 판결을 내린데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8월 1일 성명을 내어 선의에 따른 의료행위 후 발생하는 나쁜 결과에 대해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만은 본질적으로 내재된 위험성 때문에 산모나 태아의 사망 혹은 신생아 뇌성마비 등 원치 않는 나쁜 결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부인과학회는 "뇌성마비는 뇌의 비정상적 발달이나 성장하는 뇌의 손상 등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태아의 이상을 발견한 즉시 의료인이 선의의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묻고 가혹하게 처벌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저출산 시대에 위험을 무릅쓰고 분만 현장을 지키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설 곳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저출산 시대의 '필수의료 살리기'는 공허한 외침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면서 "불가항력적인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의 판결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진료실과 분만실을 오가며 건강한 생명의 탄생을 위해 헌신해 온 산부인과 의사들을 개탄하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분만 인프라 붕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갔다. 

산부인과학회는 "산부인과는 낮은 수가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출산율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라며 "이같은 판결이 되풀이되면 결국 분만 인프라 붕괴라는 재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재판부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보완도 촉구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선의의 의료행위 후에 발생한 일부 나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담당 의사에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누어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중신 산부인과학회 이사장도 "저출산 시대에 선의의 의료행위 후 발생한 악결과에 대한 책임은 산부인과 의사 개인의 몫이 아니라 국가에서 담당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 대란 처럼, 향후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없어져서 분만 병원이 부족해 질 것"이라며 "현재도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제도가 있으나 그 보상 액수가 3000만원으로 너무 적다. 보상 액수의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오는 9월 15일 '분만 인프라 붕괴와 의료 소송의 현실'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성명서

분만이라는 의료행위에는 본질적으로 내재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산모나 태아의 사망 혹은 신생아 뇌성마비 등 환자가 원치 않던 나쁜 결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뇌성마비는 뇌의 비정상적 발달이나, 성장하는 뇌의 손상 등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태아의 이상을 발견한 즉시 의료인이 선의의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묻고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는 지금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분만 현장에서 불철주야 애쓰는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을 위축시키고 사기를 저하시킨다. 저출산 시대의 "필수의료 살리기"는 공허한 외침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분만에 대한 낮은 수가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분만병원 운영이 어려워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가항력적인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의 판결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진료실과 분만실을 오가며 건강한 생명의 탄생을 위해 헌신해 온 산부인과 의사들을 개탄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결국 분만이라는 의료행위를 중단하게 하여, 분만 인프라 붕괴라는 재난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의료분쟁을 담당하는 재판부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 줄 것을 호소하는 바이다. 

모든 산모들이 건강한 아기를 낳을 것을 기대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선의의 의료행위 후에 발생한 일부 나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담당 의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누어 감당해야 할 몫이므로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2023년 8월 1일

대한산부인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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