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응급조치로 태아 살렸는데…" 뇌성마비 12억 배상 판결

"응급조치로 태아 살렸는데…" 뇌성마비 12억 배상 판결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28 17:21
  • 댓글 4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야간응급수술 유일한 당직의사, 수술·전원 최선 조치"
"태아곤란증 의심, 분만 전 감염 가능성 간과…과실 인과 면밀히 따져야"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지난 5월 4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뇌성마비 신생아의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7월 28일 성명을 내고 신생아와 부모에게 위로를 전하면서도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최선을 다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가혹한 판결이다. 상급심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며 사건의 쟁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수원지법 판결에 대해 ▲보험금 사건의 감정 결과만을 증거로 채택 ▲태아곤란증 의심 증거 간과 ▲의사 대면진료 여부로 주의 의무 위반 판단 ▲전원조치상 과실 여부 오판 등을 지적했다.

수원지법은 '병원을 방문한 주된 목적이 진통이 아닌 태동 감소인 이상, 일련의 과정에 병원 측이 주의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NST 검사상 박동성이 소실됨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즉각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견을 증거로 인용했다.

그러나 이는 산모가 보험사를 상대로 잔여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사건의 진료기록 감정자료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쟁점이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보험금 지급 관련 사건과 피고인 병원 측 주의의무 위반이 쟁점인 사건은 차이가 있다. 항소심에서는 이를 고려해 감정의견서를 추가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태아 심장박동 변동성 소실이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산모가 병원에 내원한 시점에 이미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음에도 법원이 이를 간과했다고 강조했다. 태아곤란증이 있었다면 뇌성마비가 분만 당시 손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뇌성마비의 주된 원인인 자궁 내 감염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간호사의 스테이션과 의사의 당직실에서 태아심박동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앙모니터링 시스템이 있고 실시간 연동에 문제가 없었다면, 분만실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태아의 심박동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의사가 환자를 대면진료하지 않았다고 주의의무 위반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는 "간호사는 실시간으로 산모를 관찰하며 의사의 지시에 따라 NST와 관장을 실시했고, 담당의사는 상태를 계속 면밀히 관찰하다가 조치가 필요한 변화가 감지된 오전 1시경 NST의 경고음과 심박동 감소를 확인 후 충분한 응급조치를 시행했다"며 "응급조치 후 심박동이 정상으로 회복되다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자 오전 1시 12분에 수술을 결정하고, 25분에 수술을 시작하기 전까지 정상 범위 심박동을 유지하며 수술 8분 만인 오전 1시 33분에 출산했다"고 밝혔다.

태아심박동 감소 시작 33분 만에, 응급 제왕 절개술 결정 후 21분 만에 수술을 시작하고 8분 만에 출생시켰다는 점에서 "야간응급수술임에도 매우 신속해 대처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출생 기록상 사망한 상태로 만출한 태아를 의료진이 적정한 응급 심폐소생술 등 최선의 처치로 살려냈다고도 밝혔다. 출생 후 기록에 따르면 1분 아프가 점수가 0점으로, 5분 아프가 점수가 0~2점으로 기재돼 있고, 출생 10분 후에는 분당 심박수 150회와 산소포화도 87%로 4점으로 회복시켰다는 설명이다.

전원 과정에서 피고 산부인과가 뒤늦게 119에 출동 신고를 하는 등 과실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구급차 도착까지, 그리고 출발 이후에도 신생아가 안정된 활력 징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전원 지연이 원고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 산부인과 병원의 전원 지연 여부는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병원은 피고 산부인과 의사만이 당직의로 근무, 다른 산부인과 의사가 없었기에 피고 의사는 남은 제왕절개술을 시행해야만 했다. 1분 33분 가사 상태로 출생한 신생아에게 신생아 소생술을 시행했고, 1분 43분에 안정된 활력징후가 유지됨을 확인 후 산모 태반 제거와 절개된 복벽 봉합 등 남은 제왕절개술을 진행, 오전 2시에 수술을 종료했다. 이후 2시 7분에 119구급대에 출동 신고 후 2시 12분경 도착한 119 구급대에 전원조치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생체 활력 징후가 전혀 없는 상태로 출생한 신생아를,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살려내고 상급병원에 전원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배상 책임을 지게 했다. 이번 판결을 분만실 산부인과 의사들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상급심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