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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민감정보 악용, 관리·감독 없어도 안심?

보험사 민감정보 악용, 관리·감독 없어도 안심?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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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정보 엄격 관리하는 의료법에 배치…의료법 개정 없이 예외 만든 선례 우려"
신용보호법·개인정보보호법 "전송 경로 규제 없어, 위법 시 자격 박탈·청문"
실손간소화법 환자 불안 가중 "형사처벌 규정 외 관리·감독·제재 없어, 경찰의 일"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주최, (가칭)바른실손국민포럼 주관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향방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7월 7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보험사에 전송된 환자 정보가 악용될 것을 우려하는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5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이어 6월 15일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특히 보험개발원을 전송대행기관(중계기관)으로 하면서도 적발 시 처벌 규정만 뒀을 뿐 별도의 관리·감독 체계는 전무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의료계·법조계·산업계·시민단체 인사들과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주최·(가칭)바른실손국민포럼 주관으로 7월 7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함께 자리해,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변호사 발제자·패널들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환자의 기록에 관련된 의료법·신용정보법·개인정보보호법과 배치된다"며 "과잉입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청희 의협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는 "의료법 제21조 제2항은 의료인이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줘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동조 제3항에서 구체적인 개별법을 열거하는 등 엄격히 제안하고 있다"며 "이는 환자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한 입법적 결단의 결과"라고 짚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법 제21조 제3항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의료법 제21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를 삽입해 예외를 허용하는데, 이에 최청희 법제이사는 "의료법과 충돌을 야기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향후 의료법 이외 개별법에서 또 다른 예외규정 신설 선례가 될 우려가 매우 크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면 의료법 제21조 제3항 각호에 개정안 관련 규정을 추가하는 형태로 의료법도 함께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신용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살펴봐도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로 처리가 가능한 형태'로 규정하고 있고, 개인정보관리전문기관 지정 취소 근거도 마련해 다수의 업체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보험업법 개정안은 전송 방식을 '보험회사 또는 보험회사가 위탁하는 전송대행기관의 전산시스템만을 통해야 한다'고 강제하며, 요양기관의 전송대행기관 선택권이 없어 기존 규범체계와 확연히 비교된다"고 꼬집었다.

ⓒ의협신문
첫 발제를 맡은 최청희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겸 홍보이사는 기존 개인정보보호법과 달리 민감정보를 다루는 기관을 관리·감독하거나 제재할 수단이 미비한 것을 크게 우려했다.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무엇보다 전송대행기관 및 보험사에 대한 제재와 위원회 구성 등 주요 내용이 미비한 것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 정보관리 전문기관이 위반행위에 이를 경우 형사적 제재뿐 아니라 중계기능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도록 전문기관 지정을 취소하고 청문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제재 수단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법 개정안은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이를 관리·감독하는 전문대행기관에 아무런 제재 수단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최청희 법제이사는 "전송대행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근거나 법령 위반 시 제재수단 근거 등을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며 "위원회 구성 역시 권한과 자격 등 중요한 내용은 직접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해당 개정안은 개략도 규정하지 않아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할 내용을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 발제를 맡은 전진옥 의료IT산업협의회 대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단순히 종이로 해오던 것을 디지털로 바꿨을 뿐'이란 일각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전자정보는 저장·관리·전송·운영 등 많은 부분이 고려돼야 하며 법적인 요소도 많다"며 "나만 해도 서버를 통한 원외처방전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문제로 압수수색을 당한 적도 있다. 민감 데이터인 의료정보 관리·운영 책임 문제에 있어 주체가 의료기관과 대행업체 중 누구인지도 갈등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핀테크 업체를 통한 실손보험 청구 의료기관 추이 수치를 공유하며 "2023 현재 누적 의료기관이 1만 7600곳인데, 2025년에는 9만 2600곳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2025년까지 의료기관 90% 이상이 실손보험 청구시스템과 연동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대표변호사는 "의료기관은 환자도, 계약 관계도 아닌 보험사에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며 의사에게 가해지는 규제를 지적했고, 안상호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도 "큰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를 생각해 자잘한 비용은 알면서도 청구한 적이 없다"며 의료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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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 현장. 패널로 참석한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이 발제 내용과 플로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보험개발원을 전송대행기관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민간 핀테크 업체보다도 공공성이 있는 보험개발원이 더 안전하다. 의료계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전송대행기관으로 하는 것에 반발이 심했기에 보험개발원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꼬집었는데, 이에 조희흔 참여연대 간사는 "시민이 원하는 법을 의료계가 반대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데, 시민사회도 건강보험을 약화시키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오랫동안 반대해 왔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민감정보를 축적해 보험사 가입 거절 또는 보험금 지급 거절에 악용할 것이란 환자단체·시민단체의 지적이 꾸준히 있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전송대행기관 관리·감독이나 규제 방안을 묻자 신상훈 과장은 "보험사가 정보를 축적하고 목적 외로 악용할 것이란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보험사 신뢰도가 저조하기 때문인 것 같다. 민간보험사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위반했을 때 제재와 처벌이 있다.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 어떤 게 요구되는지 잘 모르겠다. 경찰을 부를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추후 의료계와 협의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 의료계, 보험협회가 참여하고 있는 정부 산하의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의료계와 논의된 사안들을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했고 노력하겠다. 실제로도 요양기관이 정당한 사유가 있어 전송할 수 없는 경우를 감안하고, 심평원을 의료계 반대로 중계기관으로 정하지 않았으며, 중계기관이란 명칭을 전송대행기관으로 바꾸기도 했다"면서 "의료기관이 정보를 전송하지 않았을 때 처벌 규정은 없다. 의료계의 자발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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