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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도서관] 저자 나종호 예일대의대 교수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도서관] 저자 나종호 예일대의대 교수

  • 강민지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대 본과 3학년)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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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질환' 사회적 '낙인' 해소 위해 '펜' 든 뉴욕 정신과 의사
중독 예방·처벌도 중요하지만 치료·재활 더 투자를…정신과 문턱 낮춰야

ⓒ의협신문
ⓒ의협신문

나종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을 거쳐 뉴욕대 정신과 레지던트를 수련 후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력을 보면 그가 '정신건강의학' 분야에 한 우물을 판 사람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온화한 미소와 환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 속, 학문에 대한 진지함이 느껴진다. 그는 현재 중독 정신과 전문의로 미국에서 일 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신건강에 관한 다양한 논쟁에 대해 전문가의 시선에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나종호 교수가 쓴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도서관]은 정신과 의사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을 직접 만나 본 나종호 교수가 더욱더 궁금해졌다. 직접 그에게 물었다.

나종호 교수는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brunch story]·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신질환에 관한 편견을 허물기 위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의협신문
나종호 교수는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brunch story]·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신질환에 관한 편견을 허물기 위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의협신문

-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자살 예방에 초점을 맞춘 계기도 궁금합니다.

학부 전공이 심리학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정신 건강과 정신 질환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요. 2000년대 초반 우리 사회가 참 많은 분을 자살로 잃었어요.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자살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지요. 자살과 가장 맞닿아 있는 직업이라 생각하는 정신과 의사가 돼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현재 자살 예방 외에 특별히 더 중점적으로 연구하거나 공부하는 질환이나 분야는?

저는 미국 중독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해요. 그래서 중독 환자들을 많이 보고, 중독 연구도 하고 있어요. 중독과 자살이 크게는 절망감에 기반을 하고 있다는 이론들이 많이 존재하고, 저 또한 이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살과 중독의 접점에 관해서도 연구를 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또 '뉴욕'이라는 도시를 선택하신 이유도 알고 싶습니다.

본과 2학년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미국에서 실습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뉴욕시의 컬럼비아 대학교와 연계된 클리닉에서 실습을 돌면서, 다양한 인종, 문화의 환자들을 보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미국에서 수련을 받으면 어떨까 생각 했어요. 그중에서도 뉴욕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었죠. 

레지던트는 정작 미네소타에 있는 한 시골 마을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사정상 지역을 옮기게 되었고, 마침 뉴욕대학교에서 2년차를 모집한다고 해서 운이 좋게 뉴욕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 정신과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일련의 과정에 차이가 있는지?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실제로 많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정신과 의사로서 일한 적이 없어서, 치료하는 과정을 비교하기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정신 질환, 또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낙인이 아예 없는 사회는 없을 거라 생각해요.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고, 미국은 그런 면에서 사회적 낙인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봅니다. 한국도 젊은 세대들을 주축으로 낙인이 많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울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환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곁에 있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울증이 있는 환자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도 필요할까요? 아니면 우울증이 있는 환자를 돕기 위해 그들 옆에 계속해서 가까이 있어주는 것이 필요할까요? 

글쎄요. 이건 환자 나름일 것 같아요. 만약에 우울증이 너무 심각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누군가가 가까이서 도와줘야 하겠지요. 그리고 자살 위험성이 있다면 더더욱 곁을 지켜줘야 할 것이고요. 자살이 걱정되는 환자는 혼자 두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그와 같은 위험성이 없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종호 교수는 [brunch story](정신과 의사 나종호)를 통해 다양한 사회현상을 정신과의사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나종호 교수는
나종호 교수는 [brunch story](정신과 의사 나종호)를 통해 다양한 사회현상을 정신과의사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나종호 교수는 "정신 질환에 대한 낙인을 해소하고, 정신과 방문의 문턱을 낮추고자 글을 쓴다"고 했다. ⓒ의협신문

-교수님의 강연에서 '나의 나약함을 드러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라는 문구가 인상 깊었는데요. 하지만 오히려 약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때로는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플라톤에 따르면 '나의 약점을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개인적으로 나의 약점이나 나약함을 숨기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오히려 드러낼 줄 아는 용기가 현명한 것이 솔직히 조금은 헷갈리기도 합니다. 혹시 이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여쭤도 될까요?

강연하고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이를 약점으로 이용하더라. 가족들도 이해를 못 하더라. 그래서 저는 우선 사회적으로 정신 건강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가 먼저 형성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강연에서도 나약함을 아무 데서나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 힘든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었습니다. 

-[뉴욕 정신과의사의 사람도서관]을 읽으면서 의과대학에서 공부할 당시 힘들었다는 교수님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당시에는 정신과 문턱을 쉽게 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많은 사람이, 여러 이유로 주저하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 진료를 주저하는 사회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망성이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면 좋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앞서 말씀드린 사회적인 낙인이 크기 때문일 것 같아요.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을 사람들이 알면 좋지 않게 생각할까 봐, 그런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해요. 또 마찬가지로 그러한 낙인 때문에, 스스로 우울하고 불안한 것은 자신이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그런 분들께, 정신 질환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문제라고 꼭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마찬가지로 정신 질환도 다른 의학적 질환처럼 최대한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결과도 좋다는 것도요. 

2022년 5월 27일 출간한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도서관]. 나종호 교수는
2022년 5월 27일 출간한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도서관]. 나종호 교수는 "누구보다 낙인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피와 살을 지닌 인간임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책을 펴낸 이유를 밝혔다. 출판사 아몬드, 204쪽. ⓒ의협신문

-[brunch story]에 글을 게재하기 시작한 계기가 특별히 있을까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그룹 에프엑스 멤버)설리 씨가 돌아가신 후에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라는 글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때 처음 제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정신 질환의 낙인을 좀 줄이는데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중독질환에 대한 교수님의 시선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마약중독에 대한 시선이 파괴적인 수치심에 가깝고, 파괴적인 수치심에서 사회친화적인 수치심으로 나가야한다는 것이었는데요.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마약중독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제 주장은 마약에 대한 처벌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회적으로 마약은 당연히 단속해야하고, 법을 어긴 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을 해야겠죠. 다만 그 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이분들이 법적 처벌을 다 받은 후에 사회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마약 사범이 작년에 거의 2만 명 가까이 적발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실제로 마약에 중독된 사람의 숫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약 24만 명 정도 될거라 추산을 하는데요. 한국 국민 200명 중 한 명 꼴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한국에 딱 두 곳이라고 합니다. 중독은 혼자 힘으로 벗어나기가 정말로 힘들어요. 그러면 결국 이분들이 다시 마약을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거든요. 그러면 이분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로서도 손실인 거죠. 

그래서 우리 사회가 예방, 법적 처벌에도 물론 노력을 해야겠지만, 동시에 치료, 재활에 더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정신과에 대해 주저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정신과 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정신과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환자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약은 약을 먹었을 때의 이득이, 약물의 부작용보다 크다고 생각될 때에 먹는 거잖아요. 제가 그 무게(득과 실)를 비교하는 데에 직접 조언을 드리긴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비교는 환자가 주치의와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요. 

고혈압 약을 먹을 때도 약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 득과 실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 듯이요. 정신과 약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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