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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치병 극복하려면

[사설] 난치병 극복하려면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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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용·황우석 교수 등 14명의 한국 의과학자가 처음으로 타인의 체세포와 핵을 제거한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화성에 로켓을 쏘아 올릴 정도로 논문을 게재하기가 어렵다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이 표지에 싣겠다고 제의할 만큼 이번 연구는 세계 의학사에 길이 남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 CNN, 피가로 등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도 한국인 과학자들의 연구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결실을 맺어 인류의 최대 고민인 난치병 극복이라는 성과물을 거두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범국가적, 국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먼저 미래 국가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산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과 정책적 노하우를 지닌 관리들을 비롯해 기초의과학에서부터 임상의학은 물론 IT와 BT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고의 연구팀을 구성해야 한다.

둘째, 이공계 살리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 의학분야는 이공계를 포함해 기초의과학의 뿌리가 튼튼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응용과학의 결정체인 만큼 우수한 인력들이 기초의과학 분야에 지원할 수 있는 여건과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국가지원 연구비는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비틀린 평등 개념이 한국의 대학을 하향평준화 시키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연구·개발(R&D) 능력을 평가받고, 이를 근거로 '선택'과 '집중'의 지원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넷째, 정부와 공무원들도 규제 만능주의, 탁상공론식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모 지방대학 연구진은 광우병 파동으로 세포배양에 반드시 필요한 혈청을 수입하지 못해 수 년 동안이나 지속해 온 연구를 하루 아침에 날려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천편일률적인 규제 때문에 10년 연구가 수포로 돌아가서야 되겠는가.

마지막으로 남의 성과를 인정하는 학문적 풍토가 마련되길 바란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것은 도저히 못 참는다"는 학계의 병폐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세계가 주목할만한 연구성과를 낸 문신용·황우석 교수팀과 연구원들에게 격려를 전한다. 아울러 자신의 난자를 학문 연구를 위해 기꺼이 기증한 이 땅의 여성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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