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SGR'…대안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SGR'…대안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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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의협 보험이사, "법·제도 변화 따른 산정 기전 반드시 포함"
조정계수 산출 때 유형별 도입(2007년) 이후 누적 의료현실 반영
'적정부담-적정수가' 대전제…수가협상 때 '깜깜이 밴딩' 해결해야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지속가능하지 않은 '지속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Substainable Growth Rate·SGR)은 지난 2006년 도입된 이후 건강보험수가 협상의 올무가 되고 있다. 

SGR은 진료비 증가 억제를 위해 미국 메디케어에서 사용하던 진료비 결정방식이다. 과거 실제진료비와 목표진료비 수준을 비교해 이듬해 환산지수 조정률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목표진료비를 산출하고, 의료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유형별 환산지수 조정률을 산출한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2014년 SGR을 폐기했다. 진료비가 증가 폭이 클수록 (진료비를)인하해야 하는 방식은 실제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료비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큰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서울 강남·골드만비뇨기과의원)는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하는 계간 <의료정책포럼> 최근호에 게재한 '수가결정 구조의 대안 모색 - SGR 모형 대안을 중심으로' 기고를 통해 현행 요양급여비용 계약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SGR 모형의 대안을 제시했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보장성 강화 등 정책에 따른 변동 사항도 SGR에 산정되는 기전이 반드시 필요하며, 법·제도에 따른 변화 요인도 직전 1년이 아닌 최소한 3년 이상을 반영해야 한다"라며 "조정계수인 UAF(Update Adjustment Factor) 산출 시 과거의 내용을 누적 반영하고, 유형별 도입시기인 2007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의료현실이 반영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물가 상승률(Medical Economic Index·MEI)은 인건비·재료비·관리비 등으로 반영되는 2010년 회계조사 기준에서 적어도 3차 상대가치연구에 따른 2017년 기준으로라도 변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기과제도 제안했다. '깜깜이 밴딩'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당장 5월 말 2023년도 수가계약을 앞두고 있다.

현재 수가협상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위원회가 결정하는 건강보험 추가소요재정분(밴딩) 규모 내에서 이뤄진다. 

의료계로서는 왜 밴딩 규모 내에서만 협상이 이뤄져야 하는지, 밴딩 규모 결정의 합리적 근거는 무엇인지, 왜 공급자는 합리적 수가 인상 규모를 제시하면 안 되는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게다가 밴딩 규모 사전 공개 요구도 번번히 묵살하고 있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밴딩 규모라도 사전에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 위원 참여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밴딩 규모를 사전에 공개해달라는 요청 조차 협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수용되지 않고 있다"라며 "밴딩 규모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현행 깜깜이식 협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라도 밴딩 규모를 사전에 공개해 소모적인 협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건보공단에서 진행중인 수가계약 개선 방안 연구에는 공급자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대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수가계약의 문제점으로는 상호 신뢰 저하를 꼽았다. 의원급 원가보존율에 대한 4차례의 공식적인 연구결과를 정부와 건보공단이 수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연구를 살펴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1차 상대가치점수 개정연구 관련 보고서'(2006.12.) - 의원 원가보존율 73.9% ▲보건사회연구원 '의료기관 회계조사 연구'(2012년) - 의원 원가보존율 85% ▲연세대 '건보공단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2016.7.) - 의원 원가보존율 62.6% ▲보건사회연구원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회계조사 연구'(2019년) - 의과 원가보존율 86.7% 등으로 모든 연구결과가 저수가 현실을 확인시켰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공적기관의 연구를 통해 원가에 못 미치는 저수가임이 입증됐음에도 정부와 건보공단은 원가의 개념 정립이 다르다는 부분과 비급여 등을 이유로 연구결과를 수용치 않고 있다"라며 "협상은 동등한 입장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합리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통계자료 접근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뿐 아니라, 연구결과와 밴딩 규모에 대한 정보가 없으며, 밴딩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협상이 아닌, 수가 통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통박했다. 

SGR모형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었다. 

먼저 다른 의료환경 문제다. 민간보험 영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모형을 단일 공보험인 한국의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미국은 병원-의사 비용이 나눠져 있으며, 지역별 차이에 따른 지불제도 보정 기전도 갖추고 있다. 

다음은 '원가 이하' 문제다. 과거 실제진료비와 목표진료비 수준을 비교해 다음 해의 환산지수 조정률을 결정하는 SGR 모형은 현재 수가수준이 적정하다는 전제가 필수적인데, 건강보험 급여행위는 원가에 못미친다. 

SGR 연구 자체의 한계점도 있다. 산출근거·방식 관련해서는 진료비 반영 기준연도·시점, 사용된 거시자료 등에 따라 환산지수 값의 격차가 발생하는데, SGR 모형 산출 결과는 유형별 순위 결정에만 반영될 뿐, 실질인상률은 협상에 따라 결정되면서 산출결과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비용증가 반영 기전도 제대로 안 갖춰져 있다. 종별 인건비·재료비·관리비 비중 관련 지표 증가율만을 반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각종 제도변화에 따른 실제 비용지출 증가를 반영할 수 있는 기전이 부족하다. 

법·제도 변화에 따른 반영 원칙도 자의적이다. 보장성 강화정책 등 법과 제도의 변화에 대해 1년 기간에는 재정증가분을 반영해 제외하지만, 보장성 강화정책 외 제도변화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보장성에 따른 급여화 항목이 1년 이후분부터 반영(제외)되지 않고, 단계적 보장성 강화의 경우 시행 첫해만 반영되며, 산정특례 적용 등 본인부담 완화는 제외되고 있다. 법·제도에 따른 변화 부분을 건보공단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SGR 구성항목의 기준 선정도 모호하다. MEI 범주·지표선정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포함 항목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 제시가 없다. 특히, 비율로 적용하다 보니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의료기관 인건비 부담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SGR 모형을 우리나라 요양급여비용 계약에 도입하기에는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문제점이 많다. 특히, 목표진료비 설정이 적절한지, 의료기관의 비용구조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모두가 의문을 가지고 있다"라며 "SGR 모형의 대안으로 AR(Acceptable Rate) 모형이 대두되고 있다. AR 모형은 MEI·건보재정·소득증가율 등을 감안한 기본요소인 '인정 가능한 인상률'에 차등요소인 '가격과 진료량을 고려한 유형별 차등 증감률'로 조정한 산출모형이다. 하지만 기본 요소인 인정 가능한 인상률에 대한 합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의 전제는 '적정부담-적정수가'라는 대명제도 재확인했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최근 OECD 수준의 보장률 달성을 위한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 상한선이 8% 범위 내로 정해져 있으며, 국고지원도 법정 지원비율인 20%에 훨씬 밑돌면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라며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통한 보장성 강화 정책 진행을 위해서는 OECD 평균 수준의 보험료 인상과 법정 국고지원 비율이 준수될 수 있도록 조속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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