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폐업신고 거부' 의료법 개정안…"과잉금지원칙 위배"
'의료기관 폐업신고 거부' 의료법 개정안…"과잉금지원칙 위배"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02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 의심만으로 폐업 제한되면 막대한 금전적 손해 발생…무죄추정원칙 위반
의협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규정하는 건 위헌적 입법"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불법개설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수사가 진행중인 의료기관의 폐업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폐업신고가 수리를 요하는 신고임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맞춰 개설신고 역시 수리를 요하는 신고임을 명확하게 규정토록 한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김원이 의원 대표발의)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 법률개정안은 불법개설 혐의로 조사 또는 수사가 진행중인 의료기관의 폐업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개설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하려는 것으로서(법안 제33조제3항 및 제40조제3항, 제4항), 의료기관 개설자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사실관계를 이유로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도록 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 때문.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지난 2월 10일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조사를 받고 있는 의료기관(사무장병원, 네트워크병원)의 폐업신고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의료법은 의료기관 폐업신고 시 수리하지 않을 사유를 감염병 예방법상 역학조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만 규정하고 있는데, 사무장병원이나 네트워크병원으로 의심, 행정조사 또는 수사를 진행 중인 의료기관이 폐업신고를 하는 경우 수리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 법률개정안 발의 취지다.

김 의원은 "사무장병원이나 네트워크병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심돼 행정조사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의료기관이 폐업신고를 하고 해당 신고가 수리되면 관련 증거자료 확보가 어렵게 될 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환수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운영하다가 영업정지 처분 등 행정처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개설 혐의로 행정조사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의료기관이 폐업신고를 하는 경우, 지자체가 수리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폐업신고가 수리를 요하는 신고임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맞춰 개설신고 역시 수리를 요하는 신고임을 명확하게 규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협은 김원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목적의 정당성만을 갖고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폐업신고를 할 수 없도록 하면 의료기관 개설자는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반대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 및 '폐업'을 신고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폐업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감염병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때에 한해 그 신고 수리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의료기관의 개설신고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폐업신고는 감염병 차단이라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하고 있는 것.

실제로 법제처는 법령해석(2009년 4월 2일)을 통해 '의원(치과의원·한의원 또는 조산원을 포함)을 개설하려는 건축물이 건축법 등 다른 법령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도 의료법 상 의료기관의 개설신고에 요구되는 개설신고서 및 구비서류에 하자가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제3항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수리해야 한다'라고 답해 개설신고가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8두44302. 2018. 10. 25.)도 '정신과의원을 개설하려는 자가 법령에 규정돼 있는 요건을 갖춰 개설신고를 한 때에, 행정청은 원칙적으로 이를 수리해 신고필증을 교부해야 하고, 법령에서 정한 요건 이외의 사유를 들어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라고 동일하게 판시하고 있다.

의협은 "폐업신고가 수리를 요하는 신고(예외적인 경우만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 것에 맞춰 개설신고도 수리를 요하는 신고임을 명확하게 규정한다는 법률개정안 제안이유는 그릇된 사실이며, 아무런 근거 없이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권한, 즉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해 위헌적인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의료기관의 폐업신고도 기본적으로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로, 형식적 요건이 충족될 경우 행정청이 수리거부를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감염병 역학조사와 같이 국민 건강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역학조사에 필요한 기간 동안 신고수리를 유예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 기본권 제한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개정안은 폐업신고의 본질을 행정청의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간주하면서 불법의료기관의 조사 및 수사와 이를 통해 불법의료기관으로 밝혀질 경우 요양급여비용 환수 및 행정처분 등을 위해 '불법개설 혐의로 행정조사 또는 수사'를 신고 수리 거부의 사유에 추가하고 있는데, 이는 그 목적의 정당성만을 갖고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설과 마찬가지로 폐업 또한 직업수행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헌법상 보호되는 기본권이며, 특히 의료기관의 경우 폐업이 제한되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막대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불법개설이라는 의심으로 이뤄지는 조사 또는 수사는 대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피해규모 또한 상당하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피의자가 의심사유만으로 막대한 피해를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조사 결과 혐의가 없을 경우에 아무런 잘못 없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불법개설된 의료기관에 대한 강력한 단속 및 처벌은 의료질서 확립 및 건강보험 재정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이를 위해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과 같은 방식은 목적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으며, 그 피해의 정도가 과도해 적합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