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5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는 60대 남성이 날 찾아왔다
그를 제외한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쓰는 공간
그런 상식이 통하는 세월, 세상
내가 마스크의 면 안으로 숨어 들어가 호흡을 욱여넣자
쩌렁쩌렁 그가 고개를 든다
채찍을 맞은 말귀들이 흰 가운에 달라붙는다
바이러스보다 날렵한 말의 다리
젊은 의사 양반 뭐라고 좀 해봐유
한숨을 아무리 내쉬어도
노래를 크게 불러 재껴도
가래처럼 박혀있는 이 답답함은 사라지질 않네유
평생 나는 혼자였고
마스크를 쓰면 또 소외되는 것 아닐까 불안해유
나는 정해져 있는 진단명을 차트에 받아 적고
숨쉬기처럼, 똑같은 처방을 반복했다
올해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봄꽃들이 일찍 지고 있다
▶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2014년<시와사상>등단. <필내음>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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