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신약 급여 등재...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초고가 신약 급여 등재...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1.11.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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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상환·암펀드 조성·성과 약값 연동 등 고육지책 속출
2024년 건보 재정 고갈 정부·제약사 발등에 '불'

킴리아, 스핀라자, 졸겐스마 등 한번 투약에 5억원에서 최대 25억원이나 하는 초고가 신약이 줄줄이 건강보험 급여협상에 들어가거나,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초고가 신약을 급여해야 하는 정부와 제약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건강보험과는 다른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거나 투여 후 약값을 나눠 지불하는 방안부터 약효가 없으면 투약 후 약값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까지 초고가 신약을 급여 받으려는 각종 '고육지책'이 눈길을 끈다.

초고가 신약을 출시해 최근 화제를 모은 A제약사는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값 협상을 앞두고 자사의 고가 치료제를 투여 후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상완화를 위해 여러차례 투여해야 하는 경쟁약보다 한 번만 투약한다는 특징을 부각시키며 약값을 분할상환하도록 해 한 번에 큰돈을 지불해야 하는 보험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A제약사 관계자는 "어떻게든 급여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덜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분할상환 방안은 곧 열릴 협상테이블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약의 급여를 건강보험 재정에 맡기는 것보다 영국의 '암편드'처럼 국가 의료보험 재정과는 다른 별도의 질환 펀드를 만들자는 다국적 제약사의 요구도 여러 경로로 국회에 제안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제약회사와 정부, 민간재단이 비용효과성이 입증된 치료제에 대해 건보가 아닌 기금을 마련하는 영국의 암펀드와 같은 기금 조성을 제안한다"며 논의에 불을 댕겼다.

이에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진행 중인 논의는 없다"며 "논의의 단초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대체로 기금 조성에 제약사가 얼마나 기여할지, 혹은 오히려 초고가 신약의 약값만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C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암펀드 등을 만드는데 제약사가 기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국적 제약사들도 논의한 게 없다"며 "내부적으로도 논의해 봐야겠지만 약값을 낮추는 방안 말고 제약사가 왜 질환펀드에까지 기부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측 역시 "각국 약값이 얼마인지 제약사만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자칫 건보재정이 아닌 다른 주머니로 제약사가 책정한 초고가 약값을 뒷받침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치료 효과에 따라 약값 부담 정도를 책정하는 성과평가 방식도 최근 주목받는 방안이다.

이미 건강보험공단은 몇 해 전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급여 협상에서 치료에 실패한 환자 치료 비용을 제약사가 책임지는 성과평가 방식으로 급여협상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선급여된 치료제의 현장 치료효과를 통계처리해 급여승인 근거로 제출한 임상시험 데이터와 비교해 차이가 특정 수치 이상 떨어지면 추가로 약값을 인하하는 방안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이른바 리얼월드데이터(RWD)를 임상시험(RCT)과 비교할 만큼 끌어올려야 한다는 전제는 물론, 표준화된 성과 지표에 정부와 제약사가 합의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특히 정부보다는 제약사의 우려가 크다.

D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성과 자료가 결국 약값을 사후인하하는 기전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며 "제약사가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표준화된 성과 지표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보듯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불가피한 천문학적인 R&D 비용을 개발 단계부터 정부가 지원하고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약값을 다른 정부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안도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암펀드 등 기금조성 방안보다 분할상환이나 R&D 기여 방식은 나름 최근에 주목받는 방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 재정 적립금이 조만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줄줄이 늘어선 초고가 신약의 급여 협상은 시간이 갈수록 골치 아픈 난제가 될 것"이라며 "큰 변화가 없다면 초고가 신약 급여 등재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항암제나 희소질환 치료제 등의 분야에서 독과점 치료제 생산으로 방향을 튼 다국적 제약사가 수억원에 달하는 같은 무게의 다이아몬드 가격보다 월등히 비싼 초고가 신약까지 생산하면서 다양한 초고가 신약의 급여보상 방식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2024년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고갈되고 2027년에는 16조60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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