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거부 '사전등록제'로 풀자? 국회·의료계 "글쎄"
낙태 거부 '사전등록제'로 풀자? 국회·의료계 "글쎄"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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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실, 김승원 의원 의료법 개정안 '부정적 평가'
'거부의사 등록제' 오히려 낙태 거부 의료인 양심표명 자유 침해 지적
의료계 "국가 개입 없이 의료인 자율적 판단 할 수 있도록 해야" 제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의사의 인공임신중절 거부 권리는 어떤 방식으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1일 전체 회의를 개최, 의료법 개정안 14건 등 총 270건의 소관 법률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여기에 '인공임신중절 거부 근거'를 마련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해당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낙태) 거부 권리를 보건복지부에 사전 등록하는 방식으로 풀어내자는 제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이 발의된 이유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신념에 따라 낙태를 거부하는 의료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진료를 거부할 수 없어서다.

이후 의료인들의 인공임신중절 거부권 등 기본권 침해 예방을 위한 의료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직 관련 입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김승원 의원 대표 발의 의료법 개정안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양심에 따라 거부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의료인은 현행법(의료법 제15조 제1항 진료거부 금지)에 따른 처벌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료인의 신념에 따른 거부권을 법률에 명시해 보장하고자 한 것.

거부 방식에 대해서는 '사전등록제'를 제안했다. 인공임신중절을 거부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보건복지부에 사전 의견서를 제출해 등록하도록 한 것이다.

등록을 마친 의료기관의 경우, 해당 기관 소속 의료인이 개설자 의사에 반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상급종합병원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예외 조항도 달았다. 이 경우, 요양 급여를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10일 공개한 법률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양심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수석전문위원실은 개인의 가치관과 경험, 윤리적 기준 등에 기반한 각자의 생각과 결론은 신념으로서 존중할 가치가 있으므로, 의료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자 하는 개정안 입법취지의 타당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료행위를 포함해 고려할 때 개인의 주관적인 신념과 가치에 따른 경우를 일률적으로 의료법 제15조 제1항(진료거부 금지)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곤란하고, 다른 입법례와의 법 해석에서도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 법률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사 개인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 인공임신중절과 같이 사회적인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행위를 거부했다고 해서 의료법 제15조 제1항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입장에도,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인공임신중절의 거부 권한을 법률상 구체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수석전문위원의 판단이다.

반면, 개정안에서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한 '거부의사 등록제도' 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수술을 거부하고자 하는 의료인의 양심표명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석전문위원은 "수술 여부에 대한 일반적 등록 또는 공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며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항의·비판 등을 예상되는 혼란의 예로 들었다.

"수술 시행 여부에 대한 의사 표명을 자율에 맡기거나 수술 시행 여부에 관한 의사를 자율 등록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국가·지자체 설립 상급종합병원 인공임신중절수술 여건 마련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질환' 등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과 상급종합병원에 종사하는 의료인의 기본권 침해 여지, 현행 의료전달체계 취지를 벗어난다는 점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건강보험요양급여 실시 여부를 법률에 직접 규정한 것 역시 문제라고 봤다.

현행 법체계상 건강보험 급여 기준 결정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조 제1항 및 제41조 제3항에 따라야 한다.

법에 따라 급여 적용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 고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 사항(보험급여)' 및 '건강보험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의 개정을 통해 확정된다.

수석전문위원실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기준·방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의학적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현행 법체계 및 건강보험 급여항목 결정 체계를 고려할 때, 급여화에 대한 비용효과성·의학적 검토 없이 개별 항목의 급여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 의료계 '인공임신중절 거부 근거 마련' 의료법 개정안에 우려 목소리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는 앞서 해당 개정안에 대해 양심 침묵의 자유에 반한다는 점, 그리고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비판·폭력에 노출될 가능성 등을 짚었다. 국가의 개입 없이, 의료인이 자율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도 담았다.

상급종합병원 인공임신중절수술 강제화에 대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 양심에 따른 낙태 거부 권한 등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짚었고, 인공임신중절에 대해서만 상급종합병원을 직접 방문하도록 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근간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끝으로 "요양급여 실시는 의료법이 아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급여 적용으로 인해, 인공임신중절수술 비용 부담을 줄일 경우 무분별한 수술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병협은 의료기관의 장과 소속 의료인이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해 상충된 의견이 있을 경우가 있음을 짚었다. 이들의 의사를 동일시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앞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이다.

상급종합병원을 인공임신중절 의무 시행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병원 고유업무를 고려했을 때 적절성이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지정 방식과 관련해서는 "의무 지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하고, 신청기관 수가 적은 지역에 한정해 지자체의 장이 해당 시술 제공 의사가 있는 의료인을 직접 확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밖에 의료법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권리·의무를 규정한다는 특성을 감안했을 때,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규정은 의료법이 아닌 모자보건법에서 반영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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