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치료제 국내 첫 허가...재발·불응성 혈액암 환자 기대감↑
CAR-T 치료제 국내 첫 허가...재발·불응성 혈액암 환자 기대감↑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1.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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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당 치료비 5억원 훌쩍...경제적 사유 따른 의료불평등 수면 위로

# 목숨이 경각에 달린 가족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6개월 뒤 생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상황, 그런데 5억원 가량의 돈을 들이면 단 한번의 치료, 60∼80% 확률로 다시 생명을 얻을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잔인하게도, 수중에 5억원의 돈이 없다면 선택의 기회는 없다. 경제적 문제가 의료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극명한 상황, 이것은 더 이상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노바티스의 키메라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T 치료제 '킴리아'가 지난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환자로부터 채취한 면역세포(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전정보를 도입한 후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방식의 새로운 항암제로, 다른 약제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재발성·불응성 혈액암 환자에 사실상 유일한 치료 대안으로 꼽히며 '최후의 희망', '기적의 치료제'로 불리우던 바로 그 약이다. 

실제 노바티스가 실시한 킴리아 임상결과에 따르면,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약에 반응하지 않는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 킴리아를 투여한 결과,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암세포가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관해현상이 확인됐다.

미국와 캐나다·유럽·호주·일본 등 10개국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 99명에 킴리아를 투여한 결과(JULIET 연구), 대상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킴리아 투여 후 3개월만에 관해가 확인됐고, 특히 투여 환자의 39.1%는 완전 관해에 이르렀다.

소아 및 젊은 성인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ELIANA 연구)에서도, 대상 환자 75명 가운데 82%에서 킴리아 투여 후 3개월 이내에 완전 관해 또는 불완전 혈액 수치 회복을 보이는 완전 관해를 달성했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킴리아의 국내 도입을 기다려왔던 이유다. 

ⓒ의협신문

식약처 허가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킴리아 사용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두 곳에 본격적으로 치료센터를 마련하고, 이르면 5월 첫 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들 센터에 이미 국내 1호 킴리아 환자가 대기 중에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노바티스가 밝힌 킴리아 투여 비용은 미국 기준 환자 1인당 46만 달러, 우리 돈으로 5억원을 훌쩍 넘긴다. 

각종 검사를 거쳐, 환자 정맥에서 채취한 T세포를 비행기편으로 미국 뉴저지에 있는 킴리아 제조소로 보내 유전적으로 재프로그래밍한 뒤, 한국에서 이를 다시 받아 환자에게 투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다보니 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제약사의 설명이다. 

노바티스는 킴리아 허가 직후 이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을 신청했다.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환자의 본인부담을 낮추자는 것인데 환자 한명에 투입되는 비용이 워낙 고가인데다, 비용 우선순위 면에서도 이견이 존재해 보험당국의 고민이 깊다. 

건강보험와 산정특례 적용시 환자 자신의 본인부담은 전체 금액의 5%로 낮아지지만, 반대로 여전히 5억원에 가까운 나머지 95% 비용을 전 국민이 나눠내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반론도 존재한다. 

ⓒ의협신문
킴리아 제조 및 치료과정(한국노바티스)

23일 한국노바티스 주최로 열린 킴리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가 됐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길을 열어야 한다는데는 뜻이 모였지만,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보니 의료진 입장에서도 답답함이 크다. 

김원석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치료 성적 자체로만 보면 킴리아의 효과는 놀랍다. 거의 가망이 없던 환자 중 절반 정도가 새 삶은 얻는다는 기분일 것"이라며 "다만 환자 1인당 소요비용이 5억원 이상으로, (급여 적용시) 건강보험 재정에서 들어갈 돈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 부담"이라고 짚었다. 

"앞으로 이런 약들이 쏟아져 나오게 될 텐데, (암 환자 본인부담률을) 획일적으로 5%로 묶어 둔 것이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언급한 김 교수는 "5% 룰에 묶여 잡혀 있는 것보다는 (고가약 본인부담률 조정 등) 기준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강형진 서울의대 교수(서울대 어린병원 소아청소년과·혈액종양)는 킴리아의 사례를, 고가 치료제 도입과 관련한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강 교수는 "경제적 이유에 따른 의료 불평등 문제는 이미 시작됐고,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킴리아는 시작일 뿐, 생명을 담보로 하는 고가의 의약품들은 계속해서 세상에 나올 것이고,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앞으로 우리 모두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의약품을 판매해서 얻은 경제적 이득이 외국계 제약사에 전부 귀속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강 교수는 "환자와 제약사, 국가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그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지홍 한국노바티스 상무는 "킴리아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서는 급여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급여 신청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했다"며 "최대한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상황을 전했다. 

환자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방안으로 "허가와 급여 사이의 기간동안 회사가 환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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