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림자
빛 그림자
  • 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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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photo by 전진희ⓒ의협신문
photo by 전진희ⓒ의협신문

밝은 빛이 창가에 드리우면 창틀에는 그림자가 집니다.
밝은 빛에 부신 눈은 그림자 속에서 쉬게 됩니다.

'빛이 난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나의 직업이 의사라는 전문가이기에
사람들은 빛나는 삶을 살 거라 생각합니다.
드라마 속의 의사들처럼 화려한 삶이 우리의 것인 줄만 압니다.

나는 오랜 시간 밤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수많은 시간의 공부와 수많은 시간의 병원 수련기간 동안 
짧은 잠, 끊어진 잠에 익숙해져서 오랫동안 불면 속에 살았습니다.

나는 밥을 빠르게 먹습니다, 두서너 번 씹고 삼키기가 일수입니다.
돌볼 환자의 일들이 나의 밥 먹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던 때의 습관 때문입니다.

나는 나의 어린 딸아이가 첫 걸음을 떼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시간 나는 아픈 아이의 가슴을 청진하고 그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나는 매일 밤 기도합니다. 
오늘 만난 모든 환자가 더 아파진건 아닌지, 혹 내가 놓친 증상이나 증후는 없는지 
매일 조바심하며 잠이 듭니다.

하루 동안 애쓴 일들이 우리병원 직원들의 하루치 합당한 대가도 되지 못함에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애가 타기도 합니다.

긴 그림자 같은 시간들이 쌓여 나는 의사가 되었습니다.
'의사' 라는 빛남 뒤에는 그보다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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