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인정 '동료 3명 살렸다'
법원 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인정 '동료 3명 살렸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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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 인정…'의사자 인정거부 처분' 취소 판결
자신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 않고 "도망가. 신고해" 외치고 흉기 찔려 사망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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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하던 중 환자가 휘두른 칼에 목숨을 잃은 고 임세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사자 불인정' 결정을 내렸으나, 법원은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10일 오후 2시 고 임세원 교수 유족이 제기한 '의사자 인정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의사자 인정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2019년 6월 25일 의사상자심의위원회를 열고 고 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할지에 대해 심의했으나, 인정 요건에 해당하는 '직접적·적극적 구조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인정했다.

'의사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조행위는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를 의미한다.

[의협신문]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왜 고 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는지, 판결문을 입수해 이유를 살펴봤다.

긴박했던 순간은 11초. 고 임세원 교수는 진료실을 나와 사건 범행을 당하기 전까지 간호사 등 동료 3명을 구하고 자신은 위험한 순간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법원은 이런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를 인정해 정부가 내린 의사자 인정거부 처분은 잘못됐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018년 12월 31일 진료실, '11초'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나?
법원 재판부는 병원 CCTV 자료를 주요 증거자료로 채택, 당시 상황을 꼼꼼하게 살폈다.

2018년 12월 31일. 고 임세원 교수는 A환자에 대한 진료를 시작한 직후 A환자의 발언을 듣고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13번 진료실에 있는 호출벨을 눌러 접수처에 있는 C간호조무사를 오도록 한 후 비상벨을 누르도록 요청했다.

C간호조무사가 13번 진료실을 나간 직후 A환자는 13번 진료실의 문을 잠그고 흉기를 꺼내는 등 고 임세원 교수에 대한 공격행위를 시작했다.

고 임세원 교수는 13번 진료실에서 12번 진료실과 연결된 문을 통해 나가다가 B간호사와 마주쳤고, B간호사에게 "도망가"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12번 진료실의 문을 통해 복도를 향해 뛰었다.

A환자는 12번 진료실의 문이 닫히기 전에 12번 진료실을 빠져나와 곧바로 B간호사에게 달려들었고, 그러던 중 오른쪽 다리가 12번 진료실 앞 의자와 부딪히면서 잠시 멈칫하는 사이 B간호사는 피난구 방향으로 뛰어갔다.

B간호사와 반대방향으로 뛰어가던 고 임세원 교수는 뒤를 돌아보면서 잠시 멈췄고, A환자와 B간호사의 모습을 확인했다.

고 임세원 교수는 동시에 자신의 우측에 있는 접수처에 위치한 C간호조무사에게 손짓을 하면서 "신고해! 도망가!"라고 말했고, A환자가 멈칫하는 사이 B간호사가 도망가자 추격을 포기하고 고 임세원 교수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고 임세원 교수도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A환자를 보고 18번 진료실 주변으로 도망가면서 D간호사에게 "경찰에 전화 좀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A환자가 다시 추격하기 시작한 지 약 6초후 고 임세원 교수는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A환자에 의해 이 사건 범행을 당했다.

당시 고 임세원 교수는 실내용 슬리퍼를, A환자는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고, 고 임세원 교수가 12번 진료실을 나온 후 A환자의 추격을 허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11초 남짓이었다.

그 시간 동안 B간호사, C간호조무사, D간호사에게 위험을 알리고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고 하는 등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서 동료 3명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켰다.

유족 측, "보건복지부 의사자 인정 거부 처분 위법" 주장
원고인 유족은 이 사건 범죄행위를 저지른 A환자를 피해 진료실을 나오면서 B간호사에게 '도망가'라고 외쳤고, 진료실을 나온 후에는 비상계단, 다른 진료실 등 안전한 대피경로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A씨의 공격행위가 이어질 수 있는 복도로 대피했으며, 잠시 멈춰 서서 간호스테이션에 있는 간호사에게 '신고하고 도망가라'고 하고 손질을 하며 위험을 알렸는데, 이는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고 임세원 교수는 이런 구조행위 중 다시 A환자에게 쫓기게 되어 A환자를 피해 달아나던 중 이 사건 범행을 당해 사망했기 때문에 의사자에 해당하고, 보건복지부가 의사자 인정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 과정서 사망한 경우에 해당"
재판부는 고 임세원 교수의 구조행위가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 제2조 제1호, 제2호)의 의사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고 임세원 교수는 A환자의 범죄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인 구조행위를 한 사람으로서,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당해 사망했으므로, 의사상자법의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

재판부는 "고 임세원 교수가 A환자의 주의를 끌어 계속해 A환자에 의한 공격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했고, B간호사, C간호조무사에게 위급한 상황임을 알려 A환자의 공격행위에 적절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은 타인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A환자는 흉기를 들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지만, 고 임세원 교수는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소지하지 않았고,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있어 스스로 A환자의 공격행위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봤다.

또 "고 임세원 교수가 12번 진료실의 문을 통해 나오면서 B간호사에게 '도망가'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B간호사는 A환자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동안 대피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었고, 적어도 복도에서 잠시 멈춰서서 C간호조무사에게 신고 및 대피할 것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A환자의 주의를 적절히 끌면서 A환자의 공격행위가 있음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 상황임을 알리는 것은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A환자의 공격행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효율적인 구조행위로 보인다고 본 것.

재판부는 고 임세원 교수는 12번 진료실을 나와 A환자에 의해 이 사건 범행을 당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11초에 불과해 그 시간에 다른 방식의 구조행위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고 임세원 교수의 구조행위는 당시 주어진 상황에서 의사인 자신에게 기대 가능한 최선의 행동으로서 직접적·적극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고 임세원 교수의 행위를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적인 구조행위에 해당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고 임세원 교수가 구조행위를 개시한 직후 이 사건 범행을 당해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로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와 밀접한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구체적 판단, 보건복지부 결정과 정반대
재판부는 "고 임세원 교수는 A환자의 범죄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이 가중되는 것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인 구조행위를 한 사람이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당해 사망했으므로 의사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해 주문(보건복지부가 2019년 6월 25일 원고에 대해 한 의사자 인정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과 같이 판결했다.

<관련 법령>
* 의사상자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개정 2008. 2. 29., 2010. 1. 18.>
1. '구조행위'란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2. '의사자(義死者)'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의상자가 그 부상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를 포함한다)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이 법에 따라 의사자로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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