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 식대와 공무원 식대
입원환자 식대와 공무원 식대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가정의학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20 06: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무원 식대'보다 낮은 '입원환자 식대'…비합리적인 셈법

건강보험 입원환자 식대 감산이 논의 중이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이 입원환자 식대 관련 요양급여비용 산정 기준에 대한 부적정성을 지적했는데, 요양병원 중 일부가 영양사와 조리사가 없이 입원 환자에게 식사를 제공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영양사나 조리사 기준 미충족시 식대를 감산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입원 환자 식대에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이 기회에 찾아보았다.  2006년도에 환자 식대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시작했는데, 기본 1식당 3390원이며, 고급식사를 제공할 때에는 5680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후 2014년까지 무려 8년간 한 푼도 인상되지 않고 동결되다가 2015년에 6% 인상됐고, 2016년부터는 물가 변동에 따른 자동 인상기전이 도입됐다. 

2020년 현재 입원환자 일반식의 수가는 의원 4030원, 병원 4410원, 종합병원 4640원, 상급종합병원 4860원이다. 영양사와 조리사를 인력기준대로 갖추면 각각 570원과 520원이 가산되고, 직영을 하면 200원이 가산된다. 즉, 모든 부대 조건을 갖추면 5220원(의원)∼6150원(상급종합병원)까지 가능하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여 다른 식대와 비교해봤다. 금년도 뉴스를 찾아보니 서울시 초등학교 급식 단가는 3693∼4102원, 중학교는 5263∼6313원, 고등학교는 5430∼5760원이라고 한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을 고려해서 올린 결과라고 한다. 얼추 비슷한 것 같기도 한다. 그러나 병원 급식은 낮 시간 한번이 아니라, 1년 365일 휴일도 없이 1일 3식을 제공해야 하고, 일상식·죽식·유동식 등 환자마다 다른 식사를 병실로 확인해 가져다 주는 '룸서비스'형태이다. 따라서 학교 급식같은 일괄적인 단체 급식에 비해 훨씬 많은 인건비와 관리비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세금으로 식대를 지원받는 공무원들은 어떨까?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18조에 따르면 공무원의 정액 급식비는 그동안 월 13만원이다가, 2020년부터 14만원으로 인상됐다. 매월 21∼22일 근무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한끼에 6670원정도 된다.

2019년 행안부에서 발간된 지방자치단체 세출 예산 집행기준에 따르면 공무원의 1인당 1식 급식 단가는 8000원 이내에서 집행한다고 되어있다. 2020년 5월 현재 행정안전부 사이트 (mois.go.kr)에서 외식비 평균 가격을 찾아보니, 김치찌개 백반이 6538원, 비빔밥이 8692원이니 대략적으로 물가와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것 저것 더 신경쓸 것이 많은 환자들에 대한 식대가 공무원 식대보다 적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지 잘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더 가관인 것은 의료급여 환자들의 식대이다. 의료급여 환자들은 종별 구분 없이 일반식 3900원이고, 영양사, 조리사, 직영에 따른 가산도 받을 수가 없다. 의료급여 환자들이라면 대개 저소득층이거나 장애인인 경우가 많은데, 3900원에 식사를 제공하라는 것은 이 분들에게 별도의 저질의 식사를 제공해주라는 의미일까?

2019년도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실의 계산에 따르면 일반식을 기준으로 해도 매년 의료급여환자들의 밥값 360억원을 의료기관이 부담하고 있고, 치료식을 기준으로 하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고 한다.

실제로 규모가 작은 병의원들은 식당 직영이 어렵기 때문에 5000∼6000원에 주변식당과 계약해 환자들에게 밥을 주면서, 실제 공단에서는 3900원밖에 못받는 상황이다. 

이번 글에서 입원환자 식대 이야기를 한 것은 일반 국민들도 직관적으로 보상 수준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이다. 일반 국민들 중에서 자신이 병원을 운영한다면 5500원정도 받고 영양사, 조리사 써가면서 양질의 식사를 만들어서 병상까지 배달하면서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공무원 한끼 식비 규정에 병실 배달 및 관리에 대한 비율을 고려해, '공무원 급식단가×1.1배' 같은 식으로 환자 식대 단가를 연동해 정하기로 하면 합리적이리라 생각한다.  

의료수가는 식대보다 상황이 더 나쁜 것 같다. 더 오래전에 생겼고, 매년 찔끔찔끔 물가 상승에 훨씬 못 미치게 인상되어 왔다. 심지어 식대와 같은 물가나 임금 상승을 반영한 자동 연동 기전도 없이, 매년 건강정책심의위원회의 일방적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초 연금같은 경우 물가 연동 방식으로 연금액의 실질 가치 하락을 방지하고 있듯, 의료수가도 우선 적정화 이후 물가 상승률이나 국민의 평균 소득 등에 연동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3년 전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수가 적정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언제쯤 적정화시킬 것인지 궁금하다.

참고로 코로나19로 인해 병의원의 존립이 위태롭고 의료진의 해고와 급여 삭감이 진행되고 있는 2020년도에도 의과계의 수가협상은 8년째 결렬됐다. K-방역 홍보비가 1200억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돈이 없어서 못 올려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의료인 부친 2020-06-23 09:42:07
아쉬운 것은 의협신문은 물론이지만 일반 언론매체에서도 이런 상황을 보도/게제하여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신 교수님 좋은 글 공감합니다.

추천의 2020-06-20 14:23:38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 추천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