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TV 때문에 생긴 일 - 음식인지 약인지 -
종편 TV 때문에 생긴 일 - 음식인지 약인지 -
  •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07 18:0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협·과장 '건강관련 종편 음식방송'…과학적 근거 없어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지금 대한민국은 마치 텔레비전 채널(channel) 공화국과 같다. 물론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텔레비전의 채널들이 각 방송마다의 특성을 갖고 시청자들을 유인하여 온지 오래된 일이지만, 방송에 있어서 상당한 규제가 존재했던 우리나라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최근 수 십 여년 사이에 방송 채널의 봇물이 터졌다.

네 개의 지상파 방송만 허용됐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과거 횡포에 버금가는 권위주의와 권력을 대변했던 지상파 방송들의 행태를 생각해 보면 다양한 의견과 견해를 대변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면에서 참으로 다행이다. 동시에 심층취재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품격 높은 내용의 방송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네 곳의 지상파 방송과 몇 곳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종편 TV들이 생겨나다 보니까 무엇이 방송이고, 어떤 것이 광고 인지, 어느 것이 정도(正道)이고, 어느 것이 거짓(邪道)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내용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은 방송국에서 기획된 내용에 이끌려가고, 한두 명의 video journalist의 뜻에 따라 장단 맞춰 놀아나고 있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연예인들을 동원해 개인의 삶이 과도하게 노출되는 선정적이고 고백적인 사행적(邪行的) 프로그램의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이 일이 아니며, 정치적인 견해에 대한 편향적 보도 내용도 문제가 된 것이 여러 번이다.

그러나 그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필자가 이런저런 지적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 될 듯싶어 언급을 피하겠지만 꼭 저래야만 되는가? 하는 의구심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사람들이 의식주가 편안해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건강 문제다. 그러나 건강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은 보편타당성 있는 객관적이고 과학적 그리고 의학적인 내용을 충실하고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편 TV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는 내용들이 너무도 많다. 건강과 음식 그리고 생활 습성을 다루는 내용들이 아주 편협, 과장되어 있고, 나아가서는 기행적(奇行的) 행동까지를 권장 사항인 듯 서슴없이 방송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됐던 아주 초창기 신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형태의 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한성의 동대문 밖에는 박(朴)가라는 성을 갖은 사람이 살고 있는데 등에 종창이 나서 어떤 고약을 붙이었더니 종기의 근까지 빨아내고 완치가 되었다더라. 그리고 그 고약의 이름은 뭐라고 하더란다.'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사명을 논할 수 없었던 선사시대 같은 과거의 일이였지만, 언론의 사회적 역할이나 판단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고, 오로지 귀동냥으로 들려 온 소문을 여과 없이 전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기사 내용이다.

기사라기보다는 남을 대신해 선전해 주는 선전지 역할을 한 것에 지나지 않고 있다. 만일 이런 내용을 오늘날 기사(記事)라고 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이 안 간다. 하지만 오늘날 종편 TV에서는 온통 이런 종류의 방송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의 건강문제를 다루는데 전혀 근거가 없으며, 저급하고 위험한 내용들이 거침없이 방송되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하다가 토끼가 잠이 들어 거북이가 이겼다는 우화에서 나름대로 일종의 교육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사회다. 과학적 판단보다는 검증되지 않은 경험을, 이성적 판단보다는 옆 사람의 감성적 권고를 더 높이 평가하고 감사하는 사람들이 바로 시청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의별 위험한 내용들을 고민한 흔적도 없이 제작진 마음대로 방송을 하고 있다. 한참 달리기 경주를 하던 토끼가 잠이 들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의 복잡하고 귀찮은 권고안 보다는 이웃집 아줌마의 진솔해 보이고 편안한 치료법(?)이 훨씬 큰 설득력을 발휘하는 사회 문화적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상술에 버금가는 내용을 방영하고 있다.

건강 문제는 '모로 가도(橫行) 서울만 가면 된다.'는 통속적(通俗的) 주장이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건강 문제는 한번 모로 가면 회복할 수 없고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거 없는 방송 내용에는 항상 어떤 음식 문제가 뒤를 따르고 있다.

어느 특정지역에서 나오는 시래기를 먹고 대장암을 고쳤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릴 수 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획보도라는 형식을 통해서 공공연하게 특정 식품을 특정 질환의 치료제로 선전까지 한다. 난장판의 장돌뱅이 약장사하고 다를 바 없는 파렴치한 행위를 버젓이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TV에서 특정 지역의 특산물이나 전통 음식을 소개할 때 반드시 역점을 두는 내용이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 효능에 대한 이야기로 변질되다 보니까 음식을 소개하는 것인지 한약재나 약초탕을 소개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환자가 먹어야 될 일종의 치료식(治療食, therapeutic diet 혹은 recipe)과 보통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기근(饑饉)이 들어 연명을 위해 먹는 것과 맛을 추구하는 기호(嗜好) 식품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음식문화를 이야기 할 때 살기 위해 먹는 것과,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음식이 약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팔도에 널려있는 맛있는 음식은 오로지 맛으로 먹어야 한다.

특별한 음식을 이야기 할 때는 오로지 그 음식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맛이 소개돼야하고 그 맛 때문에 사람들이 그 음식을 찾는 이유가 돼야 한다. TV에서 소개되는 특별한 음식과 재료는 특별한 맛을 갖은 음식이며, 먹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호 식품이 되어야만 제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제는 다양한 방송국이 다양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찾아 왔다. 품격 있는 내용의 방송을 통해서 시청자들의 유익하고 즐거운 삶에 기여 할 때라고 생각 한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맞다 2020-06-19 09:40:59
한약과 음식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애초에 "~가 ~병에 좋다" 따위의 진술은 한의학과 관련이 없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