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미국 의사생활
슬기로운 미국 의사생활
  • 남우연 이화의대 본과 4학년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5.30 06: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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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계 진출한 한인 의사 10인 인터뷰

해외에서 의사로 사는 삶은 불투명하고 두려움이 앞섭니다. 

이화의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선택 실습을 위해 미국에 간 김에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진출한 선생님들을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실제로 도전해서 미국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남우연 이화의대 본4
남우연 이화의대 본4

최대한 많은 분을 뵙고자 본교 교수님 소개와 Usmlekorea.com 사이트 등의 경로로 알게 된 분들께 인터뷰 요청을 드렸습니다. 내과·신경과·소아재활의학·이식외과·응급의학·중환자의학을 전공한 여덟 분과 내과를 전공한 후 의사과학자(Physician Scientist)로 근무하고 계신 한 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메일로 진행한 내과 전문의 선생님까지 총 열 분을 인터뷰했습니다. 구체적인 소속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터뷰는 졸업 후 미국에서 수련을 이어갈지 고민하는 수많은 선생님께 실질적인 고민을 해볼 좋은 기회가 되길 바라며 정리했습니다. 미국에서 의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유익한 글이 될 수 있도록 질문과 답변을 담아 보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저의 무모한 도전을 들어주고 응원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드디어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함을 담아 이 글을 인터뷰이 선생님들께 바칩니다.

 

의사의 직업전문성을 위협하는 불안한 의료환경과 늘어나는 규제, 낮은 수가와 환자들의 불신. 불투명한 미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pixabay]
의사의 직업전문성을 위협하는 불안한 의료환경과 늘어나는 규제, 낮은 수가와 환자들의 불신. 불투명한 미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pixabay]

Q 선생님은 왜 미국에 오게 되었나요? 미국에서 의사로 살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고민도 많이 했지만, '하고 싶은 건 해보자' 싶어 도전했다.

- 한국에선 드물지만, 미국에서 더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었다(재난 의학·소아재활의학 등은 당시 미국에서 활발한 연구와 함께 특정 수련 과정이 잘 확립되어 있었다).

- 학부 시절 미국으로 1년 동안 교환 학기를 지내며 미국에서 살아보니 나와 잘 맞는 것 같았다. 또, 내가 있는 분야에서 리더가 되고 싶었기에 미국에서 더 성장하고자 왔다. 옆 방에 내가 읽던 교과서의 저자가 연구하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이 매우 고무적이었다.

- 가족과 함께 미국에 와서 살게 되었다. 한국에서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펠로우를 하던 중이어서 미국에서도 의사로서의 삶을 지속하고 싶었다.

- 의대 재학 중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인턴을 1년 하고 나서 전공의 처우, 개인 시간,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해 미국에서 수련을 받고 싶었다.

- 유년 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이 더 고향처럼 편했다.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USMLE 시험을 준비했다.

고난과 역경은 어디에도 있다. 고비는 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사진=pixabay]
고난과 역경은 어디에도 있다. 고비는 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사진=pixabay]

"미국에 와서 자신의 가장 중요한 목표(Goal)를 이룰 수 있다면 중간에 작은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괜찮을 것이다. 미국에 꼭 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자신에게 중요한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과정인가?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족·직업 등)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은 뭘 원하는지 알고 선택하길 바란다. 아직 불투명해도 괜찮다. 단지 미국에서 살고 싶다면 꼭 의사가 되지 않아도 된다. 더 다양한 길이 많기 때문이다."

Q USMLE 및 레지던트 수련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 졸업 전부터 미국에 갈 생각이 있었기에 본과 4학년 때 Step 2 CK를 의사국가고시 준비와 병행했다. 국시를 본 후 검진 알바 및 본교 응급의학과 교수님께서 맡겨주신 프로젝트를 틈틈이 하며 매칭 준비를 했다. 무소속으로 있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싫어서 Step1, 2 시험 스케줄을 바짝 당겨서 응시하고 졸업하는 해 바로 매칭에 지원했다.

- 본과 3학년 중간에 휴식기를 가지면서 영어 공부 및 여행을 했고, 미국 의사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졸업 후 인턴으로 일하다 중간에 그만두고 USMLE 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 졸업하고 1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시험 공부를 하고 바로 미국에 넘어왔다. 당시(2000년대 중반) 영어가 서툴렀고, USCE(US Clinical Experience) 경험도 없었지만, 높은 시험 점수로 매칭에 성공했다.

- 졸업하고 1년 반 동안 USMLE 시험 및 매칭 과정을 끝냈다. 의대 재학 중 미국으로 클럭십(Clerkship)을 다녀오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6달 만에 Step1, 2 시험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이후에는 영어 공부와 인터뷰 연습을 진행했다. 추천서는 미국에서 클럭십을 담당했던 교수보다 모교에서 받는 추천서가 나를 더 강력하게 어필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3부 모두 한국인 의사의 추천서를 제출했다.

- 졸업 후 모교 교수님을 통해 미국에서 Elective Clerkship 및 연구를 진행했고, 1년 동안 혼자 USMLE 시험을 준비했다. 대부분의 마이너 과목에서 요구하는 Preliminary 1년 차 수련 이후 지역을 바꿔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지속했다.

- 옛날에는 의사 국가고시를 본 다음 날 다 같이 USMLE를 보았기에 의대 졸업과 동시에 USMLE 시험을 통과했다. 이후 한국에서 전공의를 마치고 미국에 가게 되어, 그때부터 매칭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공중 보건의로 복무하던 중 근무 외 시간에 짬을 내어 USMLE 시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교과서를 보니 그동안 쌓아온 임상 경험과 기초 지식이 맞닿아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진지하게 미국행을 고민하지 않았지만, 미리 USMLE 시험을 통과해둔 덕에 미국에 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펠로우를 하던 와중, 학회에서 만난 미국인 교수님을 통해 미국에서 펠로우 과정을 시작했다.

USMILE 시험, 매칭 과정, 클럭십, 영어와 인터뷰, 추천서 등 미국 진출을 위해 밟아야 할 관문은 많다.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사진=pixabay]
USMILE 시험, 매칭 과정, 클럭십, 영어와 인터뷰, 추천서 등 미국 진출을 위해 밟아야 할 관문은 많다.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사진=pixabay]

"전공의로 미국에 들어오는 첫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100개가 넘는 원서를 지원해도 매칭이 될지 불확실해 정말 불안했고, 전공의 초기에는 언어 장벽이 있는 상태에서 일해야 하니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 하지만, 미국에 들어오고 난 이후에는 훨씬 수월해진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

"졸업하고 한국에서 전공의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영영 미국을 가기 힘들 것 같았다. 전공의-펠로우-교수 과정을 자연스레 밟던 친구는 나중에 막상 한국을 떠나기 어려워했다. 물론 전공의를 한국에서 마치고 미국에서 한 번 더 수련받는 것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을 가기 위해 한국에서 전공의 과정을 밟는 건 잘 생각해 보라."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만 보고, 실패한 사람들의 눈물을 모른다. 해외 의과대학 출신의 '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IMG)' 의사들이 미국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의료계 밖에서 떠도는 경우가 정말 많다. 만약 두 명의 지원자가 있다면 미국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고, 비자를 지원할 필요가 없는 미국인을 뽑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국에서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미국으로 와도 좋다. 그리고 무조건 의료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급선무다."

Q 비자 문제(J1 교환 방문, H1 전문직 취업, O1 특기자 비자)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 J1으로 전공의를 지원해 이후 Waiver를 하였고 현재는 영주권을 받았다.

- J1으로 전공의를 지원하고 이후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O1으로 바꾸었다.

- Waiver를 하기 싫어 H1으로 준비했다. H1 비자를 오픈하는 병원이 점차 줄어들어서 매칭이 가능한 병원이 적어 원하는 지역으로 갈 수 없었다.

- 영주권이 있거나 시민권자와 결혼해서 그린카드를 받았다.

미국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면 미리 짬을 내 USMLE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사진=pixabay]
미국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면 미리 짬을 내 USMLE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사진=pixabay]

"미국에서 비자 문제는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부분이라 미국에 갈지 말지 고민하는 주요 요소로는 고려하지 않기 바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잘 넘어왔다. 변호사를 통해 실질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크게 걱정하지 않길 바란다."

"해당 분야에서 정말 뛰어난 의사거나 의료 낙후지역에서 3년 이상 일하지 않는 이상 영주권을 받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영주권을 보장받기 위해 유명 대학 병원을 포기하고 의료가 취약한 시골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미국은 개인에게 자유를 보장해주는 곳이지 더는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기 힘들다. 결국 자신이 왜 미국에 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자유, 돈,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 혹은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라던지 등의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막상 미국에 와서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Q 미국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언젠가 너무 괴로워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적이 있었나요? 어떻게 견뎠나요?

- 내가 내린 결정이라 책임지고 싶었다. 중간에 그만두기 싫었고 전공의 수련 과정은 끝이 있는 길이라 버틸 수 있었다.

- 인턴 시작하고 6개월까지는 정말 힘들고 괴로웠다. 그렇지만 나름의 전화위복이 있었던 것이 전화를 받으면 영어가 잘 안 들려 매번 "I'll be right there."라고 외치며 바로 달려가니 간호사도 좋아하고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인턴부터 시작하기도 그렇고, 이미 많은 길을 왔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한국에서 계속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을 때가 있다. 심리적,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롭고 편할 수 있지만 나는 현재에 만족한다.

- 시니어 의사가 되면서 의학을 발전시키며 뛰어난 임상의만큼이나 해당과 과장, 병원장과 같은 행정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민자로서 언어 장벽은 언제나 있었고, 이로 인해 꿈을 이루는 데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미국에서 원하던 수련을 받고,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일은 그동안 바라던 일이라 힘든지 모르고 지냈다. 현재 마음껏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의 삶에 만족스럽다.

- 예전에는 환자가 잘못되면 내 책임이라는 생각에 괴로웠는데 이제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린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최대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보호자에게 잘 설명해서 그분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말이 안 통하는 환자들도 사람 마음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러려니 하고 만다. 환자 보호자 모두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니 방어 작용이라고 생각해 마음에 깊이 담아두려 하지 않는다.
영어는 계속 철판 깔고 노력해야 한다. 의학 영어는 오히려 정해진 질문을 반복해서 쉬운 반면 잡담은 한동안 한마디도 못 하고 조용히 있었다. 일은 잘하지만, 너무 조용하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문화와 언어는 익숙해지는 게 답이다.

- 함께 딸려온 가족들이 있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 어려웠다. 그렇지만 정말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처음부터 이 자리에 오고자 했다면 여기까지 못 왔으리라 생각한다.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

- 나에겐 미국이 고향이고 여기서 내 자녀들을 키우고 싶었다. 전공의 시절은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미국에서 임상 경험이 없어 초기 6개월은 헤맸지만, 이후에는 괜찮았다. 내과 전공의 1년 차와 3년 차에 아이를 낳았는데, 1달씩 쉬면서 회복하고 다시 출근했다. 낮에는 베이비 시터가 아이들을 봐주고 밤에 내가 on-call이거나 늦게 퇴근할 때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았다.

'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IMG)' 의사들은 미국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떠돌기도 한다. [사진=pixabay]
'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IMG)' 의사들은 미국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떠돌기도 한다. [사진=pixabay]

"그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그 파도가 지나가기를 내버려 둔다."

"도전 정신과 진실성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 진실은 어디를 가도 통한다. 전공의 시절 한 인도 의사가 내 공로를 가로챈 적이 있는데, 그때 과장은 나를 봐줬다. 아마 진심으로 일하는 마음을 보고 느꼈을 것. 이런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실패하지 않는다. 아주 죽기 살기로 하기 때문. 반면 포장으로 씌우는 건 결국 탄로 나게 돼 있다."

Q 마지막으로 남겨주시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지금 명확한 꿈이 없고 잘 몰라도 괜찮다. 오히려 젊은 나이에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건 편향된 시각이 관여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큰 목표를 세우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파악하기 바란다.

-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계획을 짜되 플랜 B(Exit Plan)를 고민해보길 바란다. 매칭을 언제까지 준비할지 기한을 정해두고, 실패할 경우에는 뭘 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준비 기한을 정해두는 것도 좋다.

- "범사에 감사하길…." 인생이란 생각대로 잘 안 풀리지만 불만을 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더 힘들어진다. 다 가지려는 마음을 버리고 주어진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

- 연구해서 의사과학자(Physician scientist)가 되는 등 다른 길을 걸어가고 싶은 사람에게 미국이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말에는 성격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영어는 하면 할수록 는다.

- 즐기는 걸 하세요. 그게 뭔지 모르겠으면 자신이 언제 제일 행복한지 생각해보세요.

- 이미 많은 한국인 의사들이 미국에 왔고, 물어본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이 많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6개월까지는 정말 힘들고 괴로웠다. 'I'll be right there'라고 외치며 바로 달려가니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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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2020-06-01 20:10:02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승규 2020-06-01 18:34:58
관련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공감 할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

남정식 2020-06-01 17:26:11
먼길 다녀오느라 수고 많았네요~

노유림 2020-06-01 17:07:07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