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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8 19:59 (일)
[인터뷰]가톨릭의대 김인철 교수

[인터뷰]가톨릭의대 김인철 교수

  • 편만섭 기자 pyunms@kma.org
  • 승인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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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로부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 온유하고 후덕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인철 교수.

`항상 공부하고 준비하라. 기회는 누구에게나 알게 모르게 찾아 오지만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지난달 말로 가톨릭대학을 정년퇴직한 김인철교수가 자신을 향해 일관되게 외쳐 온 다짐이자 후학들에게 항상 들려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그동안 의사의 길을 걸어 온 것에 만족한다”는 김 교수는 “여러 신부님 그리고 수녀님과 더불어 인생의 반을 보낸 가톨릭대학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환자의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고, 봉사하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직장 분위기 속에서 외과의사로서 보람된 삶을 살 수 있었노라고 회고했다.

“원래 저는 집에서 가까운 서울농대에 시험을 쳐 합격한 상태였습니다. 5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그때는 6. 25동난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는 시기였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사회가 어렵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때 제 모교인 수원농고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부친께서는 전문인이 돼야 살아가기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친의 뜻에 따라 의과대학에 입학하게 됐고 의사의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라는 김 교수는 수술후 극적인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매료돼 외과를 선택하게 됐다고.

세상을 살아 오면서 ` 항상 감사하라. 상대방을 존중하라'라는 좌우명을 항상 마음속 깊이 새겨 왔다고 소개한 김 교수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환자를 고객이 아닌 가족같이 생각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도 환자를 보살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어떤 사물을 보더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남의 의견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화합하며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라는 김 교수는 그래서 “모나지 않은 삶을 살아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지난 69년 전임강사 시절에 신장이식팀에 소속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술에 성공한 것이 계기가 되어 장기이식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간이식에 대한 최신 지견을 익히기 위해 미국 뉴욕 NYU Medical Center로 가게됐다고. “ 뉴욕에 갔을 때는 모교에서 조교수로 일할 때였는데 거기 가서 다시 레지던트 과정을 밟았습니다. 그러면서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환자를 진료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시 김 교수는 환자 위주로 운영되는 진료시스템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가톨릭의대 동창 가운데서도 유난히 보직을 많이 맡다보니 교육자로서 뿐만이 아니라 의사로서도 자랑할만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것 같다고 겸손해 한 김 교수는 “93년 첫 간이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그때 간을 제공한 사람이 수련의였습니다.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는데 환자의 부친이 제 친구여서 간을 제공해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뇌사가 법적으로 인정돼 있지 않았지만 장기이식수술을 할 수 있었고 다행스럽게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10년이 넘는 현재까지도 생존해 있어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정부의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하여 김 교수는 “정말 걱정스럽다”며 “특히 DRG제도는 진료를 통제 내지 규격화시키면서 의료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DRG제도가 강제 적용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입니다. 진료에 관한한 의사에게 자율권을 주어야 합니다”라는 김 교수는 “사보험을 도입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보험을 도입해서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불평등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김 교수는 “사보험을 통해서 발전된 선진의료를 보급하다 보면 머지않아 보편화될 것이고 그렇게되면 어려운 환자에게도 자연스럽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데 정부의 의료정책은 억제 일변도로 치닫고 있어 “문제가 많다”는 김 교수는 “병원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DRG 채택 여부는 의료기관의 선택에 맡기고 시행하더라도 공공의료기관부터 서서히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간이식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스타즐박사의 저서 첫머리에 나오는 `어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됐던 것들이 오늘은 가끔 시험적으로 이루어지고 내일은 보편화 된다'는 글귀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김 교수는 “항상 가능성을 믿고 꿈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후학들에게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꿈이 있으면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생기게 되고 항상 준비하면서 살다보면 아이디어도 생기게된다”며 젊은 시절에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권했다.

학창 시절 농구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어서 “운동이라면 다 좋아한다”는 김 교수는 이달말 정년이 되면 강남성모병원에서 멀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진료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부인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아들 역시 `외과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동안 외과 의사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사회적인 책임은 어느정도 했다고 봅니다. 이제부터는 좀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저를 찾아오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최선을 다할까 합니다”며 말맺음을 했다.

김 교수는 8월 28일 대학이 마련한 정년퇴임식에서 명예교수 임명장을 받은 후 고별강연 및 퇴임사를 함으로써 교직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김 교수는 대학과 병원에 봉직하는 동안 쌓은 업적과 공로를 인정받아 며칠전 정부로부터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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