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받지 못하는 한국의 한의학 연구
신뢰 받지 못하는 한국의 한의학 연구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13 2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동료 부정하는 연구결과 발표 '예의에 어긋난다' 여겨"

2014년 지난달 대체의학 검증 연구의 권위자인 영국 엑시터대 에드짜르트 에른스트(Edzard Ernst) 교수는 한국에서 실시된 침술 연구를 접하고 우려를 표명했다. 비판적인 사고가 결여된 채 침술에 대한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침술 논문들에 대해서 간략히 조사를 해보고 몇 가지 이상한 경향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침술에 대한 논문을 많이 발표했는데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 연구 설계를 제시하는 프로토콜(protocol) 논문과 체계적문헌고찰(systematic review) 논문이 많은 반면에 문헌고찰의 재료가 되는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 논문은 적다는 점이다.

그는 프로토콜 논문들 중 발표된 지 오래 지나서 임상시험 논문이 나왔어야 할 것들도 논문이 발표되지 않았다며 의아해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했는데 필자의 추측으로는 두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임상시험을 실시했는데 한의사들이 곤란해질 부정적인 결과가 나와서 발표하지 않고 덮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는 임상시험을 실시할 생각이 없으면서 논문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토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다. 어떤 내막이 있는지는 본인들만 알 것이다. 

에른스트 교수는 한국에서 침술에 대한 체계적문헌고찰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데에는 자신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인 연구자들이 엑시터대에 방문해서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침술의 효과를 평가하는 체계적문헌고찰 작업을 했었고,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서 체계적문헌고찰을 알리고 논문도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에른스트 교수가 우려한 진짜 문제는 논문 형식의 기형적인 비율이 아니다. 체계적문헌고찰 논문들이 자신이 참여했던 시기에는 데이터에 근거해 신중한 결론을 제시했었는데, 한국인 연구자들끼리 작성하면서 항상 결론 첫머리에 긍정적인 서술을 하고 분석에 포함된 임상시험의 질이 낮다는 언급을 덧붙이는 구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검색에서 발견한 세 건의 임상시험은 모두 긍정적인 결론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산 침술 논문에서는 비판적 사고가 결여됐다는 평가다.

중국·일본·대만 등 몇몇 나라에서 발표된 침술 임상시험은 거의 대부분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다는 문제점이 90년대 말에 두 편의 논문에서 드러난 적이 있다(우리나라는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2014년 북경중의대 연구팀이 중국 학술지에 발표된 침술에 대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 논문들을 분석했는데 840건의 논문들 중 99.8%가 침술이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었다. 서양에서는 침 치료를 가짜침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다는 부정적인 연구결과들이 쌓이고 있다.

그런데 온갖 질병에 대한 침 치료가 모두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나라의 논문은 무시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에른스트 교수는 중국의 연구자들에게 들은 원인을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동료들의 관점을 부정하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일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겨서 연구자들이 그런 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비판적 사고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측하며 다음 네 가지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전을 방해한다. ▲대중들이 잘못된 정보에 현혹된다. ▲연구비가 낭비된다. ▲과학의 평판이 더렵혀진다. 

한의학이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사정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한의사들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제작의 목적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고 뻔뻔하게 대놓고 떠드는 지경이다. 엉터리 논문들을 근거로 제시해서 환자들을 현혹하며 건강보험 예산까지 빼먹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이 한의학 연구에 지원되고 있지만 "이 치료법은 이 질환에 효과가 없기 때문에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발표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

긍정적인 결과만 나오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연구에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