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 시상식 및 수필심포지엄'에 다녀와서
'제9회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 시상식 및 수필심포지엄'에 다녀와서
  • 신종찬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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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찬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신종찬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제9회 한국의학도수피공모전 시상식 및 수필심포지엄'이 2019년 9월 21일(토) 오후 5시 서울시의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9년째 열리는 행사였지만 대회장에 가는 발걸음은 그날도 설레였습니다.

현수막에 걸린 제9회라는 숫자가 결코 만만하게 얻어지지 않았기에, 그 동안 이 행사를 이끌어온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사수필가협회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그 동안 공모전 수상자가 1백여 명이 넘었고, 수필가로 등단한 분들도 여러 명이 됩니다, 더구나 이 수상자들이 미래 의사수필을 이끌고 나갈 것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김애양 한국의사수필가협회장님의 개회선언에 이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님의 대회사 대독이 있었습니다. 이어 있은 수필심포지엄에서 송혁기 고려대 교수(한문학)님은, <고전산문의 너비와 깊이>라는 제목으로 눈이 번쩍 뜨이는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송교수님은 우리나라의 수필문학이 서구문학이 들어오면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고, 오래 전부터 한문으로 쓴 명문장들의 연장선에서 발전해왔다고 했습니다. 수필에서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주제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표현방법도 아주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응모해주었고 영예의 대상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인 조지현 학생의 <경계에서>가 차지했습니다. 이어 총 10명의 수상자의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이번 시상식은 그 전해와 좀 달랐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10명의 수상자가 일일이 무대에 나와서 당선소감을 밝히는 대담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의사가 철학자이면 신(神)이잖아요!"하는 한 수상자의 말에 전율을 느끼기도 했고, 자신이 암을 투병한 내용으로 수상한 학생은 기어이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대회가 끝난 후 후기에서 김애양 회장님은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대회'로 하려 했다는 의도를 피력했습니다. 이 의도대로 역대대회 중에서 가장 학생들이 주인공이 된 대회였으며, 이런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 기대해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저는 당시 경만호 의협 회장님과 의료계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시는 의약분업이 실시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 정부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료계의 동의도 없이 처방일수에 따라 산정하던 처방료를 일수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산정하도록 했습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회의 구성도 바꾸어 의료계 대표를 일방적으로 감축했습니다. 의쟁투에서 결의한 수가보다는 제도를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말로는 약속을 받았지만, 문서로는 받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당시에도 의료계는 무척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여러분들이 내린 결론은 의사들이 전문가단체에 합당하는 인문학적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당시 거론된 의사들의 문제점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의사들이 개인적으로는 다 똑똑하지만 집단으로 의사결정하고 행동하는 데는 아주 부족하다. 그 결과 무척 애를 써서 좋은 결론을 내고서도 마지막에 가서는 노련한 정치인들의 농간에 당하고 말았다. 1989년 전 국민 대상 건강보험 당시에도 같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점은 수련과정에서 수직적 관계로 오래 있다가보니 상명하복에 익숙하여 아래 사람의 의사를 취합하는데 문제가 있다. 아래 사람이 반대의견을 내면 항명으로 여기는 문제점이 있어 지도자가 무너지면 일시에 다 무너져 버린다. 우리 의사회가 잘 되고 나라도 발전하려면 아래 사람이라도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고 남의 의견을 존중하는 의사결정 방법을 배워야 한다. 건전한 내부비판을 수용하지 못 하는 조직은 힘을 잃거나 해체되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둘째, 의사들이 다 지식인이고 전문가이지만 매스컴 등에서 의사회의 주장이 무엇인지 글로 쓰거나 인터뷰를 요청하면 겁을 내고 도망가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학도들에게 인문학 교육이 절실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 실천 방안으로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을 창설하기로 하였고 그 결과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경만호 회장님은 자신의 판공비를 포함하여 3백만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배석한 나현 서울시의사회장님도 2백만원 지원을 즉석에서 약속했습니다.

그 이후 의협은 사무국 내에 전담직원까지 두고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을 지원했습니다. 당시 의사수필가협회 회장이셨던 이방헌 회장님이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대회개최를 결단하였고, 부족하지만 제가 조직위원장을 맡아 초대부터 7대까지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인문학 중에서 삶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철학이라면, 삶의 의미를 묻는 것이 문학이라고 합니다. 수필은 철학과 문학의 결합이라고 합니다. 인문학적으로 인간학인 의학을 배우는 의사들에게 문학 중에서도 수필은 가장 알맞은 장르입니다. 송혁기 교수님이 강의한 대로 우리 고전의 사유 수준이 결코 서양에 뒤지지 않습니다. 오늘날 여러 난제에 처한 의사협회에 도움이 될 고전수필 한 대목이 있습니다. 조선 인조(仁祖) 때 명문장가 신흠(申欽, 1566∼1628)은 "마땅히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고, 의당 침묵해야 할 때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반드시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마땅히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다(當語而默者非也 當默而語者非也 必也當而語 當默而默其惟君子乎)."라고 하였습니다.

미국 쇠고기사태 때처럼 의협이 전문가단체로서 마땅히 의견을 밝힐 때는 밝혔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말을 해야 할 때는 말하지 않고 있다가, 수가 현실화 때만 목소리를 높인다면 국민은 우리를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하지 않을까요? 일시적으로 다수 여론에 거슬린다고 조용히 있으면, 우리의 정당한 주장에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수필문학을 통해 이런 철학을 배운 현명한 의학도들이 의협의 미래 주인이 되기 위해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을 창설하였습니다.

또한 의협이 한국 의사들의 자존감의 원천으로 여기기 위해서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행사의 주최자 대표이신 최대집 회장님께 거듭 감사드리며, 의협의 정식예산으로 행사를 치러 주시길 간곡히 건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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