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청구' 건강검진법 '영업정지' VS 의료법 '경고' 차별
'착오청구' 건강검진법 '영업정지' VS 의료법 '경고' 차별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7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검진법, '정도·비율' 고려 없이 곧바로 행정처분…타 법령과 '불형평'
수천 건 중 단 1건 실수해도 3개월 문 닫아야...보건복지부 "과도하다" 인정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6460원을 착오청구하셨네요. 90일 동안 문 닫으세요."

최근 일선 검진기관들이 단순한 실수나 착오로 급여비를 청구했다는 이유로 관할 보건소로부터 행정지도는 물론 90일 업무정지 처분까지 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너무나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 춘천 A원장은 지난 5월 국가건강검진 비용 6460원을 부당청구했다는 이유로 관할 보건소로부터 업무정지 3개월을 통보받았다. 실측정 하지 않고 트리글리세라이드(TG) 수치를 계산 값에 기입 후 청구했다는 이유다.

LDL콜레스테롤 검사는 총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트리글리세리드(TG) 계산값을 구해 수치를 기입한다. 단, TG 측정값이 '400 mg/dL' 이상인 경우 실측정 수치를 기입해야 한다.

현행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에는 지정받은 사항을 1차례만 위반했다 하더라도 'ONE-STRIKE-OUT'으로 업무정지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다. A원장처럼 1건의 착오청구만으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 제10조 3항 [별표]에는 '지정받은 사항을 위반해 업무를 행한 경우'에 대해 1차 위반 시 업무정지 3개월, 2차 위반 시 업무정지 6개월, 3차 위반 시 검진기관 지정 취소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 제10조 제1항에는 검진기관 지정 취소 처분 사유에 '검진기관 검진비용을 고의로 거짓청구한 경우'도 두고 있다.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 제10조 3항 [별표] 일부 캡쳐 ⓒ의협신문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 제10조 3항 [별표] 일부 캡쳐 ⓒ의협신문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진료 역시 부당 및 착오 청구 시 업무정지 처분 등이 가능하다. 일반진료의 부당청구와 거짓청구는 각각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을 적용한다.

하지만 일반진료의 경우에는 현지조사 등을 통해 월평균 부당 또는 부당청구 금액·비율에 따라 급여비 환수 조치 및 행정처분을 하고 있다. 금액이나 비율이 작은 경우 통상 단순 환수 외에 행정처분은 거의 없다.

개원의사들은 의료관련 법령과 달리 금액이나 비율을 살피지 않고 곧바로 행정처분 하는 가혹한 건강검진기본법령의 불공정성과 불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대한의원협회는 "검진의 경우, 단 1건의 착오나 실수라 하더라도 업무정지와 지정취소까지 가능하다"며 "이는 일반 요양급여와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 처분의 강도 또한 매우 강력하다"고 짚었다.

의원협회는 보건복지부에 착오청구에 의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검진에 대한 엄격한 규정 적용에 따라, LDL 콜레스테롤 검사방법 위반 관련 행정처분을 받거나 진행 중인 검진기관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행정처분을 받거나 진행 중인 검진기관은 2019년 7월 31일 기준 195개소에 달했다. 이 중,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기관은 4곳이다.

행정지도 처분은 32곳, 무협의 등은 17곳, 진행 중인 곳이 142곳으로 파악됐다.

의협 관계자는 "8월 30일 현재 건강검진법령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거나 처분이 진행 중인 검진기관이 270곳으로 한 달 사이에 대폭 늘어났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이에 비해 위반사례는 482건(7월 31일 기준)으로 단순 계산 시, 한 기관당 약 2∼3회의 '착오'가 일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4개 검진기관 중 1곳은 단 1회, 6460원의 소액 착오청구를 한 점을 감안하면, 보건소의 행정처분은 횟수나 금액과 관계없이 '제각각'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변형규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TG 측정값 400mg/dL 이상의 경우는 흔치 않다. 거의 암 수준의 확률로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만약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경우였다면 더 많은 검진기관이 대상이 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변형규 보험이사는 "지금 콜레스테롤 검사방법 위반으로 문제가 된 검진기관의 대부분은 2018년도 초에 이뤄진 것들이다. 현재는 수탁기관과의 업무협조 등을 통해 착오청구할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한 곳이 많다. 시스템 개선으로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TG 측정값 400mg/dL 이상의 경우, 실측정값을 입력해야 한다는 경고메시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공단에서도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열린 의협·공단·보건복지부·보건소장협의회 간담회에 참석한 변형규 보험이사는 "공단과 보건복지부에서도 계도를 비롯한 사전 절차 없이 곧바로 처분을 한 데 대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는 간담회에서 과도한 처분으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건소에 협조를 요청하는 권고문을 송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권고문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보건소에서 해당 권고를 받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면서 "보건소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역시 지자체에 따라 형식적인 절차로 그치는 경우가 있다. 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청문 의견에도 처분이 그대로 진행됐다. 현재로선 회원들이 행정소송이나 심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변형규 보험이사는 "의협은 계속해서 이번 사안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위반사례가 경미한 점과 착오인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공단과 보건복지부, 보건소와 협력해 선의의 회원들이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