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은 그 자체로 치료입니다"
"금연은 그 자체로 치료입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08.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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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유진 대한금연학회장(한림의대 교수·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담배를 끊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하루에도 수천 번씩이나 끊었기 때문이다."(브루스 보헬)

"모든 것에는 '처음'이 단 한 번 밖에 없는 반면에 담배는 '마지막'이 셀 수 없이 많다."(마크 트웨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담배다. 몸에 해롭다는 경고쯤은 한 모금에 날려버린다. 끊는 이가 많지만 새롭게 찾는 이들도 끊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담배는 문화였다. 장유를 구별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는 예절이 있었고, 성인이 되는 증표였으며, 누군가에게는 멋스러움의 상징이었다. 1970∼1980년대에는 어른을 뵈러 갈 때면 청주와 함께 가장 즐겨찾는 '선물'이기도 했다. 남아메리카 고원지대에서 뿌려진 씨앗은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렸다.

그렇지만 담배의 중독성과 위해성에 대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노정됐다. 2001년 처음으로 정부 주도로 '금연종합대책'이 마련되면서 금연정책은 강화됐지만 흡연권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고 헌법소원까지 제기됐다.

"담배 피울 권리보다 담배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우선한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공중시설 내 흡연을 제한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앞선다는 판결이었다. 헌재 판결 이후 각종 금연정책과 민간차원의 금연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정부 금연정책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하고 국민을 향한 금연메시지를 전달해온 대한금연학회도 이 즈음(2008년) 창립했다. 지난 10여년간 금연학회는 성인 흡연율을 낮추고 청소년 흡연예방을 위해 노력해 왔다. 담뱃세 인상 등 가격정책과 실내흡연규제 확대, 금연치료제도 개선, 금연전문가 양성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7월 새 회장에 취임한 백유진 한림의대 교수(성심병원 가정의학과)는 '금연활동가'다. 금연학회의 뿌리가 된 대한가정의학회 금연연구회에서의 학술 활동을 시작으로 금연시민운동을 주도하는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도 몸담고 있다.

그는 "금연은 그 자체로 치료"라는 지론으로 녹록지 않은 담배와의 싸움을 이어간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강적과 마주하고 있다. 

대한금연학회 여섯 번째 수장이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마음을 쏟았고 시간을 들였다. 학회는 어느 곳을 지향하게 될까.

"금연학회의 성장과 금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해진 데에는 김일순 연세대 명예교수님, 맹광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님,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님 등을 비롯 많은 선배 의사들의 숨결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 분들의 뜻을 소중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젊은 연구자들의 참여도 소중합니다. 폭넓고 강력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학회로 발전하기 위해 외연을 확장하고 자체 역량강화에도 집중할 생각입니다."

금연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그 만큼 새로운 장애물인 신종담배가 확산되고 있다. 학회 차원의 대응도 서두르고 있다.

"올 초 방문한 미국금연학회에서는 쥴로 대표되는 폐쇄형시스템 전자담배(CSV)와 관련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1000여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연구와 토론을 통해 최신지견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금연학회 차원에서 신종담배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국내 여러 학회들이 다양한 금연·흡연 통합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학술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신종담배는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흡연자들을 유혹한다. 5월 24일 출시한 액상형 전자담배 쥴은 두 달만에 600만 팟(갑)이 팔렸다. 2015∼2017년 증가세를 이루던 금연치료 인구도 2018년 10만명이나 급감했다. 신종담배 영향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쥴을 세금 징수 문제로 동일한 전자담배로 분류하고 있지만 두 담배의 메커니즘은 가열과 액상이라는 측면에서 다릅니다. 담배 회사들은 전자담배를 '위해 저감(Harm Reduction)' 개념으로 포장해 마케팅에 나섭니다. 신종담배들은 냄새가 나지 않고 간접흡연 영향이 낮다는 오해로 인해 금연 의지를 떨어뜨립니다. 게다가 개인이 니코틴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니코틴 흡입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결국에 뇌에서 필요로 하는 니코틴 양은 같기 때문에 흡연 빈도가 높아지고 니코틴 흡수량도 동일한 양상을 보입니다. 담배회사들은 중독성을 약화시키지 않기 위해 니코틴 양을 줄이지 않습니다. 신종담배가 대체품으로 작용하면서 흡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모두 피우는 다중 흡연도 심각합니다."

신종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학술적 데이터 마련이 시급하다. 금연 관련 규제와 정책 개발에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신종담배 사용현황 파악이 우선입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는 하루 흡연 담배 개피와 전자담배 사용여부만을 묻고 있습니다. 최근 학회에서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일반담배,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 등 담배 형태를 구분하고 4세대 CSV를 포함해 서베이를 진행해야 한다고 자문했습니다. 실제로 미국도 담배 사용률 통계를 낼 때 이같이 구분하고 있습니다. 학회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중보건학적 해석을 통해 금연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금연치료지원사업이 5년째에 접어든다.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진다. 금연치료 의사로서의 입장은 어떨까.

"1세대 금연치료 연구자들은 보험급여도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익이 없어도 사명감으로 '금연클리닉'을 운영했습니다. 그 후 '바레니클린(챔픽스)'이라는 금연치료제가 나오면서 효과적인 금연치료가 가능해졌고 실제로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개설 등 정부 차원에서 책임있는 금연치료를 시작한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새로운 금연치료제 도입, 정부 차원의 노력, 자발적 금연과 인식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연치료도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2015년 금연치료지원사업 형태로 약값을 지원하면서 더욱 활성화됐습니다. 정책적 지원으로 환자 부담을 줄이고, 의사들도 점차 환자 경험이 쌓이면서 원활한 금연치료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금연치료제에는 어떤 게 있을까. 금연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글로벌 데이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챔픽스(바레니클린)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부프로피온·니코틴 보조제 NRT 등 다양한 약물이 있지만 바레니클린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금연성공률은 금연클리닉 등록 후 자주 방문하는 경우 높게 나타납니다. 상담치료는 오래한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요즘은 금연치료만을 위해 병의원을 방문하기 보다는, 다른 질병으로 방문한 환자에 대한 brief advice·very brief advice 등으로 금연진료를 시작해 곧바로 약물치료로 들어갑니다. 약물은 금단증상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며, 그런 이유로 금연 의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금연의지 50%, 금단증상 완화 50% 정도로 금연치료가 분배되기 때문에 약물과 환자를 장기적인 동반자로 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금연치료지원사업이 원활히 운영되기 위해 정부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그의 고민이 깊어진다.

"학회는 각종 금연 관련 제도의 포맷 개발에서부터 수행과 지원에 이르기까지 정책 당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도가 올바르게 안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서로의 노력입니다. 금연지원서비스는 모두가 마음을 모은 결과물입니다. '보험급여' 전환에 대해서는 숙고할 문제입니다. 실제로 금연치료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는 현재 시스템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각적으로 검토중입니다."

금연치료 역시 예방이 우선이다. 청소년들의 흡연 유입이 늘어나는 만큼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유튜브·웹툰 등을 활용한 청소년 상대 담배 광고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전자담배 구매방법·니코틴 합성 법 등 다양한 흡연 관련 콘텐츠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학회에서도 흡연 예방 영상물을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위해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법·제도 정비와 관련 연구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는 '담배종결전'을 벌이며 '담배와 니코틴 없는 세상'을 꿈꾼다.

"예술인에게는 예술, 정치인에게는 정치가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금연치료 의사에게는 금연이 최고의 가치입니다. 심근경색에 스텐트 시술을 하면 평균 2.5년 수명이 연장되지만, 금연을 하면 10년이 연장됩니다. 심혈관질환은 약물을 통해 20∼30% 발병 확률을 줄인다면, 금연만으로도 35%를 줄일 수 있습니다. 금연 그 자체가 치료입니다."

금연에 천착해 온 그는 금연치료를 하는 의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먼저 현재 금연치료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10분 이상 금연상담을 하기 힘든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더 많은 의사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실제로 금연치료는 3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의원의 경우 환자 방문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만성질환 관리 모델과 똑같이 진료하면 됩니다. 환자는 4∼5번의 시도와 실패 끝에 금연에 성공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상담과 약물 치료가 중요합니다. '몸에 나쁘니 끊어라'라는 접근보다는 걱정과 위로를 동반한 감성적인 접근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같은 시간은 아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연기(煙氣)를 좇아왔다. 불교에서 연기(緣起)는 모든 현상이 나타타고 사라지는 법칙이다. 원인(因)과 조건이 관계(緣)한다. 인연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또 다른 뜻은 '중생의 지혜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설법하는 일'이다.

그의 삶은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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