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냉기(冷氣)
언어에도 냉기가 있다.
그러니까 실패한 단어를 만졌기 때문이다.
언어가 차가운 꽃이 되어 나무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나무는 꽃을 품고 모국어(母國語)의 잎을 피운다.
문장도 나룻배가 되어 나무 앞에 정박한다.
바다라는 언어에는 물은 없다. 단지 그렇게 지시할 뿐이다.
먼 이국에서 모국어를 쓰고 모국어를 읽을때
왜 우리는 눈물이 나는 걸까?
언어에도 감정이 있어 젖은 눈빛을 가진 문장이
푸른 눈의 프랑스 벌목공에게 푸른 물고기를 건넨다.
흐르는 문장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문장을 빠져나온 단어들이 위치를 바꾸어 서서 걸어간다.
푸른 눈의 프랑스 사람의 마음을 문장이 읽는다.
그렇다면 문장은 모래가 아니다. 문장은 강물도 아니고
시인이 가지고 노는 놀이기구이다. 라고
강물이 주장하지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문장도 있다.
그러나 언어가 빠져나온 문장이 문장일 수 있는가?
희망이 놀라고 절망이 잠을 자는 틈을 이용해
별들이 천국 문(門)을 열자
문장의 문을 열고 언어들이 지느러미를 흔들며 하늘로 올라간다.
결국 언어에도 냉기가 있다는 증거를 보는 것이다.
부산 김경수내과의원장/<현대시> 등단(1993)/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 <다른 시각에서 보다>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 <달리의 추억> <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시와사상>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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