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용장애 질병분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
"게임사용장애 질병분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11 12: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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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개 넘는 뇌 기능 연구 기반…WHO 만장일치로 질병 등재
이해국 교수, "게임업계의 과도한 의료화 주장 부적절" 지적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월 25일 회원국 총회에서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2년 1월부터 진단분류체계에는 정신행동 건강영역에 새롭게 행위중독분야와 그 하부진단으로 게임사용장애가 포함되고, 보건당국은 이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번 WHO 결정에 대해 한국게임개발자협회 등 게임업계는 게임사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게임업계는 사회과학 연구가 부족하고, 진단의 근거가 된 논문이 의료계 중심으로 편향된 것은 물론 보건복지부와 중독정신의학계는 가상의 질병을 만드는 과잉 의료화로 새로운 의료 영역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 관련 학회 및 의사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국제표준진단분류체계 제11판의 게임사용장애 포함은 50여개의 장기추적연구와 1000편 이상의 뇌 기능 연구 등 확고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제안된 것이라며 WHO의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무모한 비방을 즉각 중단하고, 소모적 공방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최근 게임업계, 게임 친화적 언론 매체, 게임업계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일부 학계 등에서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극단적으로 과장돼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국민건강을 최우선에 둬야 할 정부 부처가 게임업계의 이익을 더 대변하고, 보건의료분야의 전문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개탄스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게임사용장애 질병분류를 놓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WHO 해로운 음주대책 전략회의 위원이면서 WHO 행위중독 대응 자문회의 위원을 맡고 있는 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만나 게임사용장애 질병분류 결정 배경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Q.세계보건기구의 '게임사용장애 질병 분류' 결정 배경은 무엇인가?
- 2000년을 전후로 과도한 게임 이용 관련 사망 등 사건 사고가 한국을 비롯해 독일·일본 등에서 보고되면서, 게임 과사용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후 디지털기기와 콘텐츠의 과사용으로 인한 중독 문제를 포함한 건강 문제에 대한 임상 사례와 연구가 축적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14년에 처음으로 관련 건강 문제 대응을 위한 자문회의를 통해 그간의 연구와 각국의 임상 사례를 검토했다.

이후 4년간 30여개국의 의학, 정신의학, 심리학, 보건학 분야 70여명의 전문가들이 자문회의를 지속했고, 그 결과 디지털기기와 콘텐츠의 과사용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건강 폐해가 광범위하고 심각하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하게 됐다.

이에 게임의 중독적 사용으로 인해 일상생활 기능이 발생하는 심각한 경우를 '게임사용장애'로 정의하고, 보건의료체계가 책임 있게 대응할 것을 회원국 총회를 통해 결정한 것이다.

Q.게임업계나 게임 관련 학회,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서면서 WHO의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크게 두 가지 문제 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게임 과몰입의 원인이 게임 때문인지, 개인 때문인지, 환경 때문인지 아직 명확히 연구되어있지 않아 질병코드로 등재하면 안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 제기는 정신질환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나온 것이다.

예컨대, '알코올사용장애'는 알코올의 중독성, 개인의 생물학적·심리적 취약성, 환경적 위험성 등이 복잡하게 작용해 나타나지만, 병적 상태가 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질병으로 등재가 되어 있는 것이다.

정신행동 건강 문제의 원인을 쉽게 특정화할 수 있는 'Disease'가 아니고, 일정 기간 지속하는 기능(Order)의 이상(Dis), 즉 'Disorder'의 개념이기 때문에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그래서 질병으로서의 기능 손상상태가 실존한다는 것을 근거로 진단체계에 포함이 된다.

다음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기고문에서 'WHO의 결정이 아시아 일부 국가의 청소년 대상 연구를 근거로 내려졌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전혀 '팩트'와 다른 내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중독을 주제로 한 장기 추적 연구가 51개 정도이며, 2013년 이후만 따져도 9개의 장기 추적 연구 중 2개가 아시아 국가, 7개는 유럽과 미주 국가의 연구이다.

이런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진단의 안정성, 그리고 관련 정신 및 신체 건강의 폐해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일관된다.

그리고 중독성 질환 인정의 조건은 뇌 영상 연구를 통해 도파민 회로의 이상이 밝혀져야 하는데, 2013년 이전에 이미 도파민 회로의 이상이 보고됐고, 이후로 1000개가 넘는 뇌 기능 연구가 시행됐다. 이는 도박장애 관련 연구보다 2배가 넘는 숫자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문제 제기는 애초에 생산적 토론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Q.한국게임개발자협회 등에서는 '과도한 의료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연구는 대부분 정신의학계가 진행했고, 이는 정신의학계의 이익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 게임사용장애는 정신건강 문제이며 그중에서 중독의 영역이니, 기본적으로 정신의학계에서 연구가 많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WHO 행위중독 대응 TF 자문그룹은 반수 이상이 심리학계의 전문가이다. 더군다나 공중보건향상을 미션으로 하는 WHO가 일부 의사들의 이익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제도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문제 제기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업계로부터 제기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그리고 게임사용장애는 일상생활 기능의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 유병률이 1∼3% 정도에 그칠 것이며, 기존의 중독성장애의 치료경험률이 낮은 것을 고려할 때 갑자기 의료기관에 환자가 많아질 가능성은 없다.

실제로 이미 질병코드가 등재돼 있는 도박장애의 경우도 추정 유병인구의 0.2%만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고 있다.

정신질환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 높아 치료율이 낮다는 상식을 고려하면, 과도한 의료화 비판은 전혀 현실 상황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25일 회원국 총회에서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사진=pixabay]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25일 회원국 총회에서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사진=pixabay]

Q.WHO의 결정에 따라 국내 질병분류체계에도 게임사용장애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건강서비스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며,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
- 일단 영어로 제시된 진단명과 진단지침을 우리말로 적절하게 번역해 진단기준과 지침을 새롭게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철저하게 과학적·객관적 방법론을 따르되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정신행동 건강 문제에 대한 서비스 체계에서 '게임사용장애'라는 새로운 행위중독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근거기반 예방 및 치료지침의 개발과 의학·심리학·간호·사회복지 등 관련 인력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또 질병 상태가 정의되면, 위험요인이나 잠재적 위험군 및 동반 건강위험 등도 파악이 가능해져, 학교나 지역상담기관 및 일차의료차원에서의 문제의 선별과 조기개입 등도 더욱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차분하게 준비돼 게임사용장애가 국내 진단체계에 등재되면, 치료를 찾는 대상자들의 자료가 축적되고 문제의 크기와 특성이 파악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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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2019-06-11 15:51:33
솔직히 이렇게 따지면 모든 종류의 오타쿠 문화나 종교활동 등도 잠재적 위험성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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