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도시대 말기 일본의 서양의사와 동양 최초의 해부학 번역서 '해체신서(解體新書)'
[기고]에도시대 말기 일본의 서양의사와 동양 최초의 해부학 번역서 '해체신서(解體新書)'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05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광하 원장(울산시 중구·울산굿모닝가정의학과)
류광하 원장(울산시 중구·울산굿모닝가정의학과)

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이지만, 가장 여행을 많이 가는 나라다. 2018년도 한 해에만 750만 명이나 일본을 방문했다. 이렇듯 일본에 대해서는 참으로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 선조들이 앞섰지만 잠시 식민지나 전쟁으로 인해 주춤했던 역사가 더 앞서길 바라는 게 우리의 바람일 것이다. 

일본에 대한 미움 때문에 마음과 눈을 닫아 버리고 알려고 하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민족의 억울함이 미움인 반감으로 끝나선 안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하지 않다"라는 말도 있다.

필자는 일본을 알기 위해 관심 있게 공부하다가 현대 일본의 형태가 에도(江戶)시대 때 거의 다 갖추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깊이 빠지게 되어 <에도시대를 알면 현대 일본이 보인다>라는 책도 출간했다(에도(江戶)시대는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에도(江戶, 현 동경)에 세운 막부(幕府, 무신정부)시대다. 메이지유신(1868년)까지 265년간 일본을 통치한 시대다).

일본의료는 우리나라 보다 일찍 서양의학을 받아들여 발전했다. 최근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많이 따라잡아 어떤 방면에서는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에서 각각 의사와 한의사를 배출하지만 일본에서는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자에 한해 칸포우이(韓方醫, 한방의)자격시험을 칠 기회를 준다. 다시 말해 한의사만 따로 두지는 않는다 점에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나가사키 앞바다에 있는 데지마(出島)에서 유입된 서양의학을 난방의학(蘭方醫學)이라 하고, 이들에게 배운 제자들이 메이지유신 시기 서양의학 도입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일본으로 유입된 난방의학이 처음으로 실제적인 효과를 보인 건 우두법(천연두 예방접종)이며,1850년대에 폭발적으로 우두법을 보급했다. 1858년 에도에 종두소(種痘所)를 세웠는데 이 종두소가 현 도쿄대학 의학부의 전신이 된다(조선은 1879년에 지석영에 의해 우두법 시행).

1853년 페리제독으로 인해 개항을 한 후에는 나가사키현에 정부직할의 의학교를 세워 전장(戰場)치료를 위한 해부학·붕대법 등 군진의료를 교육했다. 이렇듯 초기 서양의학은 군사적 목적으로 태동했다.

1876년에는 도쿄의학교에서 최초로 20명의 의사가 배출되었고, 1884년에는 '의사면허규칙','의사개업시험규칙'을 발표하여 새롭게 한방의가 개업을 하려면 서양 의학 시험을 통과해야만 개업 면허를 부여했다. 사실상 서양 의사만을 정식 의사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1899년 조선에서 서양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의학교를 세울 때 이미 일본에는 서양 의사가 1만 5천여 명이나 있었다.

일본에서 난학(蘭學)은 네덜란드를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이는 곧 서양학문 연구를 뜻한다.

해체신서(解體新書)는 일본 최초 번역 의학서로 네덜란드어판인
동양 첫 해부학 번역 의학서인 해체신서(解體新書). 네덜란드어판인 <터펠 아나토미아>(ontleedkundiege tafelen)를 번역했다.

그 중에서 해체신서(解體新書)는 일본 최초의 번역 의학서로 네덜란드어판인 <터펠 아나토미아>(ontleedkundiege tafelen)를 번역한 책이다. 

일본에서 최초의 인체 해부는 1754년 교토의 야마와키 토요(山脇東洋)가 처형된 죄인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이것이 일본 의학계로 퍼져 나갔다. 동양 최초의 해부학 번역서 해체신서(解體新書)를 쓴 스키타 겐파쿠(杉田玄白)도 기존의 오장육부설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771년 오래전부터 요청했던 죄인 해부 참관 허락이 떨어지자 겐파쿠는 동료 의사인 나카가와 쥰안과 마에노 료타쿠와 함께 참관하면서 비교해 본 네덜란드어판인 <터펠 아나토미아>의 해부도가 너무나도 정확하다는 데에 깜짝 놀란다.  겐파쿠의 제안으로 세 사람은 <터펠 아나토미아>를 번역키로 한다.

번역의 리더는 당시 네덜란드어를 초보수준으로 알고 있던 의사 마에노 료타쿠였고, 모두 번역하는 게 힘들어서 먼저 도판(그림책)을 그리고 나중에 본문을 번역했다. 도판을 먼저 <해체약도(解體略圖)>라는 이름으로 간행하여 소비자와 막부(幕府)의 반응을 보고 별 문제가 없자 1774년 <해체신서(解體新書)> 전체를 간행했다.
주된 번역자는 마에노 료타쿠였지만 그는 완벽하지 않는 번역이라 번역자로 이름 올리길 거절하여 결국 스키타 겐파쿠가 대표 저자로 알려졌다. 3년에 걸려 완성된 이 책에는 동맥(動脈), 연골(軟骨), 두개골(頭蓋骨), 신경(神經) 등의 한자어를 명기하고 있다.

동맥(動脈, artery)은 맥박이 뛸 때마다 움직이기는 혈관이기에 맥(脈)이 움직인다는 뜻으로 번역했으며, 연골(軟骨,cartilage)은 뼈와 뼈 사이의 마찰을 방지 하거나 귓바퀴와 같이 형태를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데 이는 만져보아서 뼈보다 약하고 일반조직보다는 단단하여 연한 골이라 뜻으로 연골(軟骨)이라 명명했다.

두개골(頭蓋骨)은 머리를 덮고 있는 뼈란 의미로 개(蓋, 덮을 개)를 넣어 만들었다. 이것을 순 한글의학용어로 바꾼다면 '머리덮개뼈'라고 해야 한다. 이러한 의학용어들은 한자어지만 이미 오래 동안 우리생활에서 썼기에 한자어가 더 편리하다고 할 수 있다. 무조건 의학용어가 어렵다고 한글화 시키는 건 재고해야 한다. 위의 4가지 의학용어 중에서 제일 잘 만든 건 아마도 신경(神經, nerve)인 것 같다. 해부할 때 보면 신경을 찾기는 쉽지 않고 신경이 손상되면 지배하는 근육을 움직일 수 없기에 귀신이 다니는 경로, 아니면 신비한 경로란 뜻으로 신경(神經)을 번역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해체신서(解體新書) 출간이후 난학(蘭學)은 일본 근대 의학뿐 아니라 과학, 교육, 사고방식, 관습 등 일본인과 일본 사회에 영향을 미치며 퍼져나갔다. 일본의 서양식 근대화를 이루는 하나의 토양이 된 것이다. 겐파쿠 등이 보여준 "의사라면서 인체구조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접근한 자세는 마치 차를 고치는 데 차 내부 구조도 모르고 차를 고치려고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원본은 도쿄의 일본 대학 의학부에, 초판은 후쿠오카의 규슈 대학 의학 도서관, 오이타현 나카쓰시(中津市)에 오에 의가사료관(大江醫家史料館)등에 소장되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