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느는데 '위험도 상대가치' 제자리
의료분쟁 느는데 '위험도 상대가치' 제자리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1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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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의료분쟁 7만여건...'가동연한'도 늘어
분쟁 해결 비용 증가분 의료수가 반영해야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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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의료분쟁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에서 지난 2월 정년 규정이 없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확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손해배상액도 5년치가 늘어나면서 상대가치점수에서 '위험도 점수'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상대가치점수는 의료행위에 드는 시간·노력 등의 업무량(의사 업무량), 임상 인력·시설·장비·치료재료 등 자원의 양(진료비용), 그리고 요양급여의 위험도 및 빈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 가치를 의료행위별로 비교해 상대적인 점수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상대가치점수는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가 협상을 벌이는 유형별 환산지수(점수당 단가) 계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진료수가는 '상대가치점수 × 환산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상대가치점수의 정의(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 자료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대가치점수의 정의(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 자료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보공단과 의약단체의 환산지수 계약과 별개로 보건복지부는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하고 있다. 문제는 전체 상대가치점수의 총량을 고정한 채 한 쪽을 늘리면 한 쪽을 줄여 의료계의 불만을 샀다. A진료과의 점수를 올리면서 B진료과의 점수를 내렸던 것.

특히 상대가치점수 가운데 '위험도 점수'는 상대가치점수 개편 논의 때마다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의료분쟁 건수 증가와 가동연한(사람이 일해서 소득을 발생할 수 있는 최후 연령) 확대로 손해배상액이 증가한 만큼 위험도 점수 자체를 늘려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위험도 점수는 '업무량'과 '진료비용'과 달리 '의료분쟁 해결비용', 즉 의료사고 빈도나 관련 비용조사를 통해 의료사고 관련 전체비용을 추정하고 진료과별 위험도를 고려한 상대가치점수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의료분쟁 상담 건수는 2014년 4만 5096건에서 2018년 6만 5176건으로 4년 동안 44.5%가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의료분쟁 관련 조정 진행 건도 2010년 97건에서 2018년 570여건으로 약 6배나 늘었다. 소비자원은 1999년부터 의료분쟁조정 업무를 시작한 이후 18년 동안 약 1만 5000건의 사건(피해구제 및 분쟁 조정 포함)을 처리했고, 처리금액도 47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소비자원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올해부터 200만원 미만의 의료분쟁 조정을 전담하기 위해 의료조정부를 신설했다. 전담 부서 신설로 의료분쟁 조정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민사·형사 재판을 받는 의사 수(의료기관 포함)는2017년 기준으로 4233건으로 집계됐다.

법원 행정처가 발표한 2017년 민사·형사 사건 통계 자료집'을 살펴보면  '의료법 위반'으로 법원 형사재판 접수 건수는 총 1612건(1심 1008건, 항소심 424건, 상고심 180건)이며, 법원 민사재판 접수 건수는 2621건(1심 1885건, 항소심 559건, 상고심 177건)으로 파악됐다.  2017년 한 해에만 4233명의 의사(의료기관 포함)가 법정에 섰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 공제조합에서 2014~2018년까지 처리한 총 8517건의 사건(사건 진행 및 종결 포함)을 5년 평균으로 하더라도 매년 약 1700건 정도가 의료분쟁 사건과 관련돼 있다.

따라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소비자원, 법원, 의료배상 공제조합 등의 사건을 모두 합하면 1년에 대략 7만 500여건의 의료분쟁이 접수돼 다투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들 사건 모두가 손해배상액이나 합의 정도가 다르지만, 예전과 다르게 많은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 의료분쟁으로 시달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서 가동연한을 5년 더 확대하는 판결로 손해배상액도 5년 치가 더 증가함에 따라 상대가치점수 중 위험도 점수(의료분쟁 해결비용)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가 협상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상대가치점수에 의료분쟁 해결비용을 책정하도록 한 것과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위험도 점수의 크기가 전체 상대가치점수의 1% 수준으로 매우 낮지만,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했다.

또 "만 35세의 일용직 근로자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고 가정할 경우 기존에는 만 60세를 기준으로 2억 7700만원의 보상금을 책정했지만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5년 더 늘리면 사망 보상금은 2500만원 가량이 늘어난 약 3억 200만원을 책정해야 한다"며 "이런 의료분쟁 비용 증가를 상대가치점수 개편 논의에서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미국은 위험도 비용을 결정하는 요소에 의료 사고 빈도 및 사고 비용 등을 포함하며, 의료 사고 위험 상대가치는 의료 사고에 따른 배상 금액 등을 조사해 각 전문과목과 지역별 변이를 고려해 배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 의료보장 제도를 담당하는 기관인 CMS(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는 20개 전문의에 대해 의료사고보험 자료를 수집하고, 의료사고 보험자로 선정된 5개 회사를 대상으로 평균 위험요인으로 가중치한 보험료를 산출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대가치점수 개편 과정에서 위험도 점수 산정 시 ▲사고 상황을 대비하는 보험료 성격의 비용 ▲사고에서 발생한 비용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투입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료 성격의 비용은 의료배상 공제조합이나 각종 보험사에서 산정해 내는 비용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대불금과 운영등에 쓰이는 재원 가운데 요양급여 공제금액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고에서 발생한 비용은 법원 판결로 확정된 비용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회계상 발생하는 비용이 포함돼야 하는데, 이는 자료의 취합에서 어려움이 있어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드는 비용도 실질적으로는 위험도 비용 원가로 산정돼야 하고, 최근 강조되는 각종 환자안전, 의료 질 관련 비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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