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2.4% "수련계약도 체결 안해…
전공의 12.4% "수련계약도 체결 안해…
  • 홍완기·김학준(통계분석)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3.03 2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신문> 전공의 219명 대상 '준법진료' 설문조사
전공의 70.6% "당직 근무표, 실제 근무와 다르다"·10명 중 2명 '휴식시간 가져본 적 없어'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올해만 벌써 두 명의 의료인이 살인적인 근무시간 속에서 죽음을 맞았다.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 가천대 길병원 2년 차 전공의의 연이은 사망 소식에 의료계는 슬픔에 잠겼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의료인의 사망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의료계의 '준법진료 선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의협은 지난해 11월 서울의대 앞에서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준법진료 실시"를 선언했다. 의료계는 두 의료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준법진료' 정착이 시급함을 지적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과로' 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봉직의와 전공의를 대상으로 병원의 근로시간 관련, 법 준수 실태를 파악했다. 설문조사는 1월 18일부터 2월 15일까지 29일간 실시됐다. 설문조사는 봉직의와 전공의 각각 진행됐다. 봉직의 715명, 전공의 219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의협신문 윤세호
그래픽=윤세호 기자/통계분석=김학준 기자 ⓒ의협신문

전공의법 시행 1년…'법정 근로시간' 얼마나 지켜지고 있나?'

전공의법에 따르면 전공의 연속근무는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돼 있다. 응급상황인 경우, 40시간까지 초과근무가 가능하다. 전공의 수련 시간은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교육적으로 필요한 경우 최대 88시간까지 추가할 수 있다.

'전공의법'에서 규정한 '주 80시간 근무' 역시 너무 긴 시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전공의 근무시간 '주 80시간(초과포함 88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묻자, 66.10%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수련병원의 '전공의법 미준수' 실태는 보건복지부가 2월 14일 발표한 '2018년 수련환경평가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수련병원(244곳)의 38.5%(98곳)가 전공의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1주일에 근무하는 시간을 묻자, 32.6%는 100시간 이상, 4.1%는 110시간, 8.3%는 120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45%의 전공의가 주 100시간을 근무하고 있다는 것.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그래픽=윤세호 기자/통계분석=김학준 기자 ⓒ의협신문

대전협은 14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수련병원에서 법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가짜 근무표로 수련환경평가 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고 고발했다. 전자의무기록 접속을 차단하며 전공의들이 법정 상한 근로시간을 지킨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병원이 상당수라고도 짚었다.

'수련병원에서 대한병원협회에 제출하는 당직 근무표와 실제 근무표가 다른가'를 묻는 말에 전공의 70.6%가 '다르다'고 답했다. 설문 조사 결과 역시, 대부분의 수련병원 당직근무표가 실제 근무시간과 다르게 작성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당직·연장근로수당 또한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당직수당을 근무시간에 비해 적게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7.4%만이 '적게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63.8%는 '적게 받은 적이 있다'고 했고, 18.8%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시간' 초과 연장근로 수당은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한 준수 여부를 묻자, 74.3%의 전공의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13.3%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했고, 12.4%만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다.

'과로사'는 충분한 휴식의 결여를 동반한다. 전공의법에 따르면 연속수련을 한 경우, 최소 10시간의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법에서 규정한 '휴식'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연속 수련 후 최소 10시간 이상 휴식 시간을 보장받고 있는지'를 묻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은 50%였다. 휴식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답변도 18.8%에 달했다.

응급실 수련의 경우 1회 최대 12시간, 대한응급의학회가 인정하는 경우 최대 24시간까지 가능하다. 수련 후에는 수련시간 이상의 휴식을 줘야 한다. 해당하는 휴식을 얼마나 보장받는지를 묻는 질문에, 10명 중 6명의 전공의가 제대로 된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 중, 20.6%는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공의 12.4% '수련계약도 체결 안해…'

수련병원은 '전공의 수련규칙'을 작성하고, 전공의가 열람할 수 있도록 비치해 놓아야 한다. 하지만 64.7%의 전공의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수련 계약 시, 계약서에는 ▲수련규칙 ▲보수 ▲기간 ▲장소 ▲일·주·월 수련시간 ▲종료와 해지 ▲업무상 재해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이에 대한 준수 여부를 묻자, 100% 명시 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수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답변도 12.4%에 달했다.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 근로의 가장 기본적인 '계약 체결'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그래픽=윤세호 기자/통계분석=김학준 기자 ⓒ의협신문

기관장의 승인 아래, 참석한 학회는 평일 정규 수련시간 내에서 인정하고, 주말(휴일)인 경우에도 기관장의 승인이 있는 경우 수련시간으로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 내용을 '잘 지키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6%밖에 되지 않았다. 66.5%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11%는 학회만 수련시간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으며 1.8%는 주말인 경우에만 수련시간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답했다.

수련병원은 전공의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24시간)을 줘야 한다. 유급휴일 사용 여부를 물었다.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32.6%였다. 1개월에 2회 이상 사용한다는 답변은 9.6%, 1개월에 2회 미만 사용한다는 비율은 12.4%였다. 유급휴일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전공의는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몸이 아픈데 왜 쉬지를 못하니" 병가도 못내는 전공의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하지 않은 경우, 미사용 휴가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 여부를 묻자,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답변이 48.6%였다. 미사용 휴가 보상은 절반 정도 수준에서만 이뤄지고 있었다.

감염병 및 기타 상병에 따른 병가, 선거·징병검사·예비군훈련 등 공가, 경조휴가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3개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답은 30.7%였다. 10명 중 3명의 전공의만 사용하고 있다는 답변이다. 3개 모두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도 30.3%로 비슷한 비율이 나왔다. 병가만 사용한다는 답변은 6.9%, 공가만 사용한다는 답변은 9.6%, 경조휴가만 내고 있는 전공의는 22.5%로 조사됐다.

아파서 쉬는 '병가'를 단 37.6%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은 몸이 아파도 제대로 된 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