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주치의로서 지속 가능한 봉사 꿈꾸다
지역사회 주치의로서 지속 가능한 봉사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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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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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빈 원장(광주·이용빈가정의학과의원)

광주지역의 일원으로서, 고향에 터를 잡은 의사로서 지역사회 소외된 곳을 두루 돌보며 마을의 주치의를 자처한 이가 있다. 

외국인 근로자·난민·고려인·독거노인·저소득가정 청소년까지 인간의 기본권인 건강권 보호를 위해 마음 한곳을 내주었다. 가장 소외되고 아픈 이웃들의 주치의가 되어 연대의 손길을 내민 이용빈 원장(광주·이용빈가정의학과의원)을 만났다.

질낮은 의약품을 쓰는게 아니냐는 환자들의 오해를 받을 때도 있지만, 따뜻한 미소로 신뢰를 주고 있다는 이용빈 원장. 보령제약 제공 ⓒ박정로
질낮은 의약품을 쓰는게 아니냐는 환자들의 오해를 받을 때도 있지만, 따뜻한 미소로 신뢰를 주고 있다는 이용빈 원장. 보령제약 제공 ⓒ박정로

이용빈 원장은 광주에서 개원한 2001년부터 지금까지 지역의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아왔다. 마을의 가장 고달프고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돕고 싶은 마음 하나로 가정의학을 전공했고 다시 고향 광주, 그 중에서도 월곡동을 찾았던 그다. 처음엔 영구임대주택에서 홀로 고달픈 삶을 이어가고 있는 독거 어르신을 틈나는 대로 찾아가 건강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 일을 하면 할수록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2003년 공단 지역이었던 월곡동에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노동자들은 단속을 피해 생활하다 보니 거의 갇혀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어 건강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 역시 소외받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란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해 마음을 모으다

보령제약 제공 ⓒ박정로
보령제약 제공 ⓒ박정로

"지역운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지역사회 곳곳의 건강을 살피는 일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단체들이 외국인근로자들의 건강을 살피는 의료봉사 활동을 간헐적으로 펼치고 있었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건강을 살피고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단체들이 뜻을 모아 2005년 6월 26일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현재 광주이주민건강센터)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30여 명의 의사들과 시민단체, 선교단체가 마음을 모았다. 십시일반 후원금을 내놓았으며, 행정봉사자·선교사들의 사회복지공동모금 지원도 있었다. 초창기부터 미등록 외국인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매주 5명 이상의 의사와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일요일 오후 시간을 할애해 진료에 나섰다.

한의학·치과 진료까지 이루어졌으며 매 회마다 적게는 60건, 많게는 80여 건의 진료가 이뤄졌으며 매년 20여 개 이상의 국가, 2500여 외국인근로자들이 진료를 받았다. 수년 전부터 평일 중 하루 야간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시청과 구청의 지원도 이어졌다. 약제비 지원과 함께 보건지소 건물에 건강센터를 올려 더 넓고 깨끗한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게 됐다. 

"일상에서 만나는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그저 돕고 싶어 하는 일이지만, 무료로 하다 보니 가끔 환자들의 오해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일요일이면 아내와 함께 병원 문을 열고 외국인근로자 환자들을 데려다가 내시경·초음파·심전도·엑스레이 검사·혈액 검사·소변 검사 등 치료를 하는데, 가끔은 값싼 진료, 질낮은 의약품이 아닐까 하는 편견과 오해를 접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 따뜻한 미소로 감사와 신뢰의 마음을 표현해주었죠. 그런 감사와 신뢰의 눈빛이야말로 봉사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지역주민을 향한 지속 가능한 봉사
지역사회의 소외된 곳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단 외국인근로자들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광주광산구의 지리적 특성상 노인 인구가 많아 2013년부터 광산구와 연계해 경로당지킴이 활동을 제안하고 광산구에 위치한 경로당을 주1회 돌아가면서 방문, 예방진료 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 60여 지역아동센터와 협약을 맺어 저소득가정청소년들이 심리·문화·건강에 있어 공평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돕는 틔움키움네트워크라는 사업에도 참여했다. 사업 초창기부터 뜻을 함께한 이용빈 원장은 저소득 지역아동센터와 협약을 체결하고 아이들의 심리·문화·건강돌봄사업에 노력을 기울였다. 

"초등학교 때는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과학을 좋아했거든요.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보내면서 사회 변혁을 꿈꾸는 저를 발견했지요. 프랑스혁명, 동학혁명에 대해 공부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스스로 변화했습니다."

변혁의 힘을 가지고 싶다는 열망과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에 육국사관학교에 입학했던 이용빈 원장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을 꾸게 됐고 입학 1년만에 육군사관학교를 자퇴하고 전남의대에 진학했다.

보령제약 제공 ⓒ박정로
보령제약 제공 ⓒ박정로

의대 시절부터 사회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운동에 투신했으며, 1987년엔 전남대 총학생회 부학생회장을 맡으며 6월항쟁에도 참여했다. 동서독의 통일, 구소련의 붕괴를 경험하면서 사회운동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됐고, 의사가 되어 지역사회의 주치의로서 공동체와 사회전체를 돌보는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을 그리며 가정의학을 선택했다. 

"의사는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아픔을 치유함으로써 가족과 공동체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건강을 지켜주는 일을 함에도 요즈음의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공익을 위한 의료 영역을 사적인 책임에 맡기고 과도한 시장경쟁에 내몰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용빈 원장은 그럼에도 많은 의료인들이 대한민국 의료의 수준을 끌어올렸고 인도주의를 실천해왔다고 말하며, 무엇보다도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업은 국가와 사회가 더욱 책임 있게 살펴야 하고 의사들이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일이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위해 함께 행동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도 의사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가난과 장애를 딛고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독거 어르신, 장애인, 저소득가정의 청소년들과 소년소녀 가장, 미혼모, 외국인노동자들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의사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우리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아이, 저소득가정 청소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병원 내에서 짬을 내 그들을 함께 돌보고 있는 모습에서 진심을 담은 위로가 느껴진다. 

이용빈 원장은 내실 있는 의료봉사 활동을 위해 공동체의 마음을 모으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바로 '광주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이다.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시립병원이 없는 이 지역에 의료소외계층을 돌보는 시립병원을 세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용빈 원장은 이용빈가정의학과의원을 순수한 비영리의료기관의 모델로 만들고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수익은 지역사회를 위해 재투자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 마을 사람 모두를 함께 살피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혼자 하면 어려울 수 있지만, '함께'의 힘을 믿는다는 이용빈 원장은 그렇게 다시한번 지속가능한 봉사를 위해 의지를 다졌다. 

글·정지선 보령제약 사보기자
사진·박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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