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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 눈으로 바라본 '의료현실'
산부인과 의사 눈으로 바라본 '의료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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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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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전문의 급격 감소 → 모성·영아사망률 높아질 것"
김영주 이화의대 교수(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이화의대 교수(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로 다가온 저 출산의 문제는 이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너무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시간 정부는 저 출산의 극복을 위해 126조원의 정부예산을 저출산의 극복을 위해 쏟아 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2000년대에 63만명이던 출생아수가 2017년에는 35만명으로 절반 수준이고 이는 2016년 40만 6200명에 비해 12%가량 감소된 수치이다. 

합계출산율도 1.0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25년이상을 대학병원에 근무해온 필자는 의료현장에서 심각성을 더욱 피부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과거 1992년 필자가 전공의 시절에는 하루에 심지어 분만이 많은 날에는 10명의 아기가 이대 동대문병원에서 태어났다.

그당시 전국 산부인과 전문의 숫자는 270여명이었는데 현재는 한해 산부인과 전문의 수가 90여명도 채 되지 않으며 그중에 분만을 받는 의사는 더욱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

최근 그동안 여성병원으로는 최고의 위치를 자랑하고 있던 서울의 J병원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 병원은 몇 십년 동안 산부인과 만으로 최고의 여성병원의 위치까지 도달한 병원으로 한때는 월 900명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나기도 한 병원이었다. 하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의 상황까지 치닫게 된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필자의 의견은 심각한 저출산도 중요한 요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산부인과전문의의 급격한 감소는 결국 높은 모성사망률과 영아사망률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은 전국의 산과 전문 의사들이 모성사망률과 영아사망률을 감소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버티고 있지만 이러한 인프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더군다나 2017년 12월 모병원에서 있었던 초유의 신생아실 사태이후 신생아 전문의사를 하려던 의사들도 상당수 직장을 그만두고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신생아의사를 할 수 없다고 전과를 한 예도 많이 있다.

필자는 신생아의사를 구하기 위해 6개월이상의 시간동안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현실은 너무나 심각하여 어느 병원에서도 신생아의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또 최근의 모병원에서 있었던 횡격막탈장의 오진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의사, 응급실 의사 및 전공의를 구속하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모병원의 신생아 관련 의사들을 구속하는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을 보면서 필자와 다른 동료의사들은 너무나 먹먹하고 가슴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이렇게 가다가는 과거 일본이 10여년전에 전국적으로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가 없어 임산부들이 분만병원을 찾아 전전긍긍하다가 출혈과다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게 될 것이며 지금도 다른 OECD국가에 비해 현격하게 높아져 있는 모성사망률과 영아사망률은 더욱더 높아져 갈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의사들은 고위험에 있는 임산부의 진료를 기피하게 되고 위험한 외과·산부인과·신생과 등은 지원하지 않게 되어 동남아에서 의사선생님들을 수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일들도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기 전에 정부의 관계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모두 합력해 이 어려운 저출산과 맞물려 있는 심각한 의료현실을 극복해 나가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아기를 편안하게 낳고 기쁨으로 키울 수 있는 선진국 한국 그날이 오기를 필자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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