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9 08:49 (월)
처방전 '리필', 연구논문 의혹

처방전 '리필', 연구논문 의혹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3.07.04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처방전 발행매수와 관련,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환자의 80%가 처방전 재사용을 찬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논문의 지도교수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속인 것으로 밝혀져 의혹을 사고 있다.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사회약학을 전공 중인 약사 강진불씨는 최근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 '의약분업 이후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한 처방전 재사용(Refill)에 관한 연구 고혈압 환자 대상 실태조사 중심으로'에서 서울시내 5개 약국을 방문한 180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약 80%가 처방전 재사용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복용기간이 6년 이상인 환자의 경우 처방전 재사용 찬성율이 882%에 달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또 고혈압 환자의 783%가 매달 1회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있으나 처방전 재사용제도가 도입될 경우 3달에 1회 정도로 의료기관 방문 횟수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처방전 재사용의 장점으로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불편 해소 의사 진찰료의 일부 절감 환자의 이중 방문에 따른 간접비 절감 등을 꼽았으며, 단점으로는 의료기관 방문 감소에 따른 의사의 수입 감소 의료기관 방문 지연에 따른 적정 질병 관리기능 미흡 가능 환자의 장기 처방 요구에 따른 의사와의 관계 악화 등을 들었다.

강씨는 "노인환자 및 장기간 전문의약품 복용환자들의 건강증진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처방전이 필요할 때마다 의사와 상담을 하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동안 처방전을 재 사용하여 약국에서 전문의약품을 조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처방전 재사용 제도의 시행을 위해 우선 처방전 교부일로부터 총 투약일수 이내에 처방전을 재 사용해 약국에서 분할 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씨 논문은 결국 환자의 불편해소와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처방전은 재사용돼야 하며, 이에 따르는 약화사고의 위험과 의사의 수입감소는 어느정도 감수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대해 서울시 한 내과 개원의는 "의약분업은 환자의 불편을 담보로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인데, 이제 와서 환자가 불편하니까 처방전을 재사용토록 해야 한다는 논리는 제도의 근본 취지를 망각한 수준 이하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처방전 발행 매수 때문에 정부와 의약계가 시끄러운 마당에 때맞춰 이런 논문이 언론에 공개되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 이 논문을 지도했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씨의 지도교수인 보사연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구의 방법론을 지도했을 뿐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