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지키고 싶은 것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지키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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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0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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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이지은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이지은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최근 서른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 선고를 받은 작가 니나 리그스의 자서전을 접했다. 암이 전이되는 동안 그녀는 투병 생활을 '하나의 밤을 견뎌 또 다른 밤을 맞이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낸 날'이라고 표현했다. 이 구절을 보며 우리나라 젊은 유방암 환자들의 고통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니나 리그스와 같은 젊은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국내 전체 유방암 환자의 44.5%가 50세 미만이고, 5년 생존율도 92.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평균 수명은 약 2∼4년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치료법의 발달에 힘입어 이처럼 생존율이 많이 향상됐다. 드물게는 진단 후 18년 이상까지 장기 생존하는 경우도 보고됐다(Ⅱ).

하지만 암 환자로 장기 생존하는 것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50세 미만의 유방암 환자는 암으로 인한 신체상의 변화, 신체 활동의 저하 등의 문제를 겪는 동시에 어린 자녀에 대한 걱정이나 배우자와의 관계, 직장 복귀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Ⅰ).  젊은 유방암 환자는 50대 이상 환자보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더 많이 호소했으며, 삶의 질 역시 더 낮았다(Ⅰ·Ⅲ).

유방암이 전이되면 종양의 특성과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약제를 선택해 치료를 시행한다. 특히 HER2 음성인 경우 표적인자가 명확하지 않아 대부분 환자가 전신치료를 거친다. 과거에는 빠른 치료 효과를 위해 병용요법을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생존 기간이 길어져 환자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법이 선호된다.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단일요법이 주목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단일요법은 병용요법과 비교해 투약이 간편해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편의성이 높다. 일부 약제는 입원이 필요하지 않고 투약시간이 3∼5분밖에 걸리지 않아 직장을 다니는 환자들도 충분히 사회생활을 하며 치료받을 수 있다. 여러 약제를 동시에 투약할 때보다 약제로 인한 독성이 적어 부작용 위험이 덜하다는 점도 환자 입장에서 반길만한 점이다. 

단일요법으로 투약해도 치료 효과 측면에서 병용요법과 차이가 없는 약제가 등장한 것도 단일요법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다. 에리불린의 경우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서 단일요법으로 투약 시 전체생존기간(OS)이 2.6개월 연장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Ⅳ). 전체 생존기간 확인이 어려운 전이성 유방암에서 이러한 데이터가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도 전이성 유방암 환자 치료 시 단일요법부터 순차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Ⅴ).

다만 현재 국내에서 단일요법으로 사용 가능한 약제가 많지 않고, 있더라도 3차부터 급여가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다행인 것은 정부가 최근 검토 중인 약제 선별급여항목에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니나 리그스가 힘든 투병 생활 중 가장 지키고 싶었던 것은 두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로 평범한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었다. 이는 '완치'의 희망보다도 그녀를 버티게 해준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암이 환자의 삶을 잠식하지 않도록, 환자의 삶을 지켜줄 수 있는 치료제의 접근성이 이른 시일 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Ⅰ. 오영경 외. 젊은 유방암 환자의 불확실성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부부친밀도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J Korean Acad Nurs Vol.48 No.1, 50. ISSN (Print) 2005-3673. ISSN (Online) 2093-758X
Ⅱ. 노영훈 외 9명, 전신치료 후 장기간 종양의 유지를 보이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임상적 특징, J Breast Dis 2017 June; 5(1): 1-7
Ⅲ. 김혜영 외. 젊은 유방암 생존자와 나이든 유방암 생존자의 심리사회적 적응. Asian Oncol Nurs Vol. 12 No. 4, 280-288. 2012.12
Ⅳ. Xavier PivotEmail, Seock Ah Im et al, Subgroup analysis of patients with HER2-negative metastatic breast cancer in the second-line setting from a phase 3, open-label, randomized study of eribulin mesilate versus capecitabine, Breast Cancer, (2018.01.04)
Ⅴ. ASCO Guideline. Chemotherapy and Targeted Therapy for Women With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Negative (or
unknown) Advanced Breast Cancer: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Clinical Practice Guidelin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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