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에 대한 직설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에 대한 직설
  • 천종익 (엄마요양병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8.05.2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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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자 의협신문에 '요양병원 비전문의'들의 숙원인 전문의 가산점 제도의 개선에 대한 기사가 나와 반가운 마음이 앞서지만, 여기에 한두 마디의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기사에 따르면 복지부 급여과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의' 의사회 대표 한 분이 '요양병원 질평가에 대한 올바른 개선책이 나올 때까지 노인 환자분들이 전문의에게 진료받을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의협신문
천종익 (광주·동서하나로요양병원)

우리나라에 '노인과'란 전문과목이 있는가? 내과 전문의, 외과 전문의는 있어도 노인과 전문의는 없다는 것은 의사라면 다 아는 사실인데 전문의가 진료해야 한다니 어떤 기준에서 나온 전문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관 8개 과(내과·가정의학과·신경과·일반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정신과)만 전문의이고 다른 과 전문의는 일반의란 말이며 그 의사가 진료하는 것은 환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인가. 수술을 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요양병원에서 외과 분야 전문의의 어떤 전문지식이 필요하며 정신과나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무슨 전문지식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3~4명의 의사가 주치의를 맡아 환자를 진료하는 대부분 요양병원에서 서너 명의 유관 전문의가 있다 한들 노인의 모든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요양병원의 전문의 제도를 폐지하면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마저 쫓겨나는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한다지만 그러면 8개 과의 장벽에 막혀 좌절과 울분을 삼키고 있는 다른 과 의사들은 계속 희생해야 할까?

애초에 요양병원 관련 몇몇 사람들이 모여 주먹구구식으로 선정한 8개 과 전문의를 금과옥조처럼 받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국가 보건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공직자들께서는 지금이라도 의사 구인사이트에 한번 방문해보시기를 권한다. 모든 요양병원은 8개 과 유관전문의만 구하고 있고 어쩌다 보이는 '일반의'는 야간 당직의로만 구하고 있는 실정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서얼제도도 아니고 8개 과를 전공하지 않았다고 실력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내처지고 있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번에 제도를 변경한다며 유관 전문의 과목 수를 늘리는 것은 아무 실효가 없다. 흉부외과나 산부인과학회에서 진입의 타당성을 열심히 주장하고 있지만, 솔직히 요양병원에서 심장수술을 할 것도 아니고 그 외의 흉곽 처치도 대부분 상급병원에서 할 일이지 요양병원에서 할 일은 아니다. 산부인과 의사들도 할머니 환자들의 숫자를 거론하며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요양병원에서 부인과 질환은 손꼽을 정도라는 것은 요양병원 근무 의사는 다 아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비뇨기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및 영상의학과 등도 모두 필요한 과목이겠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전문의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국에는 주치의를 맡은 의사가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제 유관 전문의 제도는 철폐해야 한다. 요양병원 의사의 자격은 의사면허증이 있으면 충분하고 거기에 노인질환을 공부하고 경험하는 것은 의사 각자의 몫이며 의사의 능력을 선별하여 채용하는 것은 요양병원의 일이다.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금지하고 있는 요양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유관 전문의로 지정하고 있는 식의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은 마땅히 폐지해야 한다.

덧붙여 한의사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자면 해열제 한 알도 처방할 수 없는 한의사가 병원 등급을 좌우하는 의사의 정원에 버젓이 포함된다는 것도 모순이고 야간 당직까지 선다는 것은 인력 낭비로밖에는 볼 수 없다. 침술 등의 시술에 필요한 한의사는 따로 정원을 정해 관리할 일이다. 노인환자에 대한 이해와 실력을 갖춘 모든 의사가 자유롭게 요양병원에 취업하여 의술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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