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닥터 몬스터
청진기 닥터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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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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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언휘 원장(대구 수성·박언휘종합내과의원/한국노화방지연구소 이사장)
박언휘 원장(대구 수성·박언휘종합내과의원/한국노화방지연구소 이사장)
박언휘 원장(대구 수성·박언휘종합내과의원/한국노화방지연구소 이사장)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종일 진료실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던 선배들의 얘기가 실감나는 하루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어린시절의 고향으로 유체이탈을 한다.

나의 유년기를 보낸 내고향, 동해의 외딴 섬 울릉도는 1년 365일중 250일 이상 눈이나 비가 오는 곳이다. 버스도 기차도 자가용은커녕 택시도 없던 그 곳에서 나는 온종일을 걸어다녀야 했다.

유난히도 몸이 약하던 어린 작은소녀는 비가 오는 일수보다 더 빈번하게 병원을 찾아가야만 했다. 의사가 제대로 없던 그 곳에는 외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던 작은 의원이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들이 일어났다. 열이나고 온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던 나는 어느날 부터인가, 50m 밖에서부터 나던 특유의 소독냄새를 맡던 순간 아픔이 덜해지고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급기야 삐걱이던 시골의원 문을 여는 순간에는 거짓말처럼 아픔이 사라지는 체험을 하기 시작했다.

초콜릿을 주던 파란 눈의 의사를 생각만해도 나는 배를 뒤집을 것같던 복통이 사라짐을 느꼈다. 동화속 호랑이의 곶감보다 더 무서운, 더 강력한 치유의 힘을 가진자 닥터 몬스터(DOCTOR MONSTER)가 존재했던 것이다.
어린시절로 한참을 공중부양했던 까닭일까.
아!

오랜만에 창밖을 내다보던 나는 감탄사가 아닌, 짧은 아쉬움의 탄식어를 내뱉고 말았다.
분명 아침 출근길에 만발한 모습으로 나를 반기던 분홍빛 꽃길. 행복해하던 그순간들이 나의 뇌리에서 잊혀지기도 전에, 4월의 벚꽃은 몰아치는 비바람에 견디지 못한 채, 꽃비를 뿌리며 몸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것이다.

허무가 몰아닥쳤다. 생명도, 꽃조차도 영원한 것이 없음 때문만은 아니리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의 의료진 3명이 구속됐다는 뉴스보도가 전해져 왔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던 의사였지만, 4명의 신생아를 사망하게 하고 말았다.
결과는 비참했다.

어린 생명이 유명을 달리한 일 또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돌보는 선의의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지 분명 의도적이고 계획된 범죄는 아닌 것이었다.

미세먼지로 오염된 빛물 색깔처럼 회색빛 우울로 점철돼 있는 진료실에 오랜 심부전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낯익은 할머니 한 분이 찾아 오셨다.

손주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 문을 들어서자마자 "아! 이제살았다! 원장님, 난 이 병원만 오면 숨을 쉴 수 있어요. 아픈 곳이 없어져 버렸어요~."
할머니는 노래처럼 외쳤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것이 비록 과학적 근거가 있거나 없거나 한 것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환자가 의사를 보는 순간, 산다는 확신과 더불어 안도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과정이야 어떠했든 오로지 의료행위의 결과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의료의 현실속에서 적폐청산이 아닌 병원 부채로 생명을 청산하는 의사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올 때면 가슴이 아파옴을 느낀다.

"야, 박언휘! 의사라는 직업은 단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버는 JOB이 아니야. 하늘이 준 천직, CALLING이야. 아무나 하고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야! 하늘의 부름이 있어야 한다는 것 기억해!!"

학비가 없어 학업과 삶마저 포기하려고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던 나를 보고, 이젠 고인이 되신 평소 존경하던 교수님께서 다정한 위로의 목소리가 아닌 거칠고 험악한 목소리로 하시던 말씀이다.

비록 의사가 손가락질 받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그 결과로 인해 구속이 된다고 해도 나는 하늘이 주신 CALLING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것처럼 작은 가슴에 두 손을 모아본다.

"10% 아니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진료를 하고 시술과 처치와 수술을 행할 수 있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용기있는 의사가 되게 해달라고…."

연약한 섬소녀에게도 위대한 CALLING을 주신 하늘에 계신 신에게 조용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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