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당신의 영혼을 좀먹습니다
'폭력' 당신의 영혼을 좀먹습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12.29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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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가해자에 강력한 제재규정 마련돼야
의료계, 예방·전담기구 설립 등 대책 마련 분주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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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은 대학병원에서 교수가 전공의를 폭행하고, 성추행 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폭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특히 폭행이 상습적으로 일어났고, 신체적인 폭행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해 파장이 컸으며, 성추행 사건도 여성 전공의에게 행해지다보니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폭행의 정도가 심하다보니 병원 차원에서의 가해자에 대한 징계 수위도 높았고, 보건복지부에서도 폭행 사건이 발생한 해당 과에 대해 전공의 정원을 몰수하는 강력한 조치를 추가적으로 내리는 등 폭력 문제에 대해 더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전공의특별법과 맞물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병원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폭력에 대해 (전담)기구를 제대로 가동시켜야 한다는 시스템적 대안 마련도 기대된다.

전북대병원에서는 전공의 선배가 후배를 약 4개월 동안 폭행을 한 일이 발생했는데, 지난 7월 경찰에 수사의뢰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폭행 사건을 이유로 전북대병원 수련환경에 대해 강도 높게 조사하고 당직표 허위작성 사실까지 확인해 2년 간 전공의를 선발하지 못하게 처분을 내렸다.

부산대병원은 교수가 다수의 전공의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충격을 줬다. 더군다나 병원측이 피해자들을 협박·회유하고 사건을 축소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것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가 폭행사건에 대해 직권조사까지 했다. 폭행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부산대병원측은 해당 교수를 '파면'시키는 중징계를 내렸다.

한양대병원도 교수가 폭력을 일삼자 전공의가 이를 참지 못하고 근무지를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산부인과 교수들이 전공의에게 성추행과 폭언을 일삼아 충격을 줬다.

강남세브란스 산부인과에 근무하던 전공의 A씨는 개인적인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그 사유가 교수 2명으로부터 성추행 및 폭언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연세의료원 노동조합을 비롯해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해당 교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고, 연세의료원은 진상조사를 위한 내부 감사에 들어가고, 계열 병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까지 벌였다.

산부인과 교수 2명은 현재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각각 대기발령 상태에 있으며, 의과대학 인사위원회의 징계를 거쳐 본교에서의 징계결정에 대한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9월부터 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인권센터는 비밀보장을 하고 폭언·폭행·성희롱·성폭력 등 모든 종류의 인권침해 사례를 접수한다. 인권센터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병원장 직속이라 어느 과도 간섭을 하지 못한다. 변호사·의사·간호사가 모두 소속돼 있다. 또 인권센터장을 포함해 외부인사도 50%가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개별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김선경기자 photo@kma.org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9월부터 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인권센터는 비밀보장을 하고 폭언·폭행·성희롱·성폭력 등 모든 종류의 인권침해 사례를 접수한다. 인권센터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병원장 직속이라 어느 과도 간섭을 하지 못한다. 변호사·의사·간호사가 모두 소속돼 있다. 또 인권센터장을 포함해 외부인사도 50%가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개별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김선경기자 photo@kma.org

 

'원아웃 퇴출'…폭력 땐 전공의 정원 몰수

과거보다 폭력 횟수 줄었지만…"못참겠다" 신고율 늘어
과거보다 폭력(신체폭행·언어폭력·성희롱·성추행)의 횟수는 많이 줄었으나, 소셜네트워크 등의 발달로 인해 병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는 일은 오히려 늘고 있다. 당사자(피해자)의 신고율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의협신문>이 전국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직접 폭력을 경험하고 신고를 했다'는 응답이 2.7%로 나타났으며, 30∼40대 젊은 연령대에서 병원내 신고센터에 신고를 하거나 경찰 등 사법기관에 고소를 하겠다는 응답이 54.3%로 나타났다. 또 병원 내에서만 문제가 됐던 폭력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특히 국정감사 등에서도 지적을 받거나 언론 뉴스를 통해 보도되면서 교수와 전공의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워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병원에서도 재발방지를 위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폭력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거나, 인권센터를 설립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병원에서 약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상담실이나, 인권센터가 있어도 잘 이용하지 않거나, 인권센터가 없어 속앓이를 하는 것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무엇보다 가해자들은 병원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리더라도 다시 원위치 하게 되는데, 해당 과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은 마음 편안하게 수련을 받지 못하거나, 피해자는 아예 해당 병원에서의 수련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2차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폭력이 발생한 전북대병은 가해자가 수련정지 1개월 처분, 한양대병원은 가해자 정직 3개월 처분이 내려졌고, 이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부산대병원만 사회적 이슈 때문에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와 관련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병원 내에서의 처리규정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이며, 처리를 하는 사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원칙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전공의가 피해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병원 내의 구조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처벌 규정 없는 관련 의료법…제·개정 시급
지도전문의 박탈·이동수련 허용 등 실효성 담보
'전문가평가제'에 '품위손상' 조사 대상 포함 필요

 

제왕적 교수가 나의 미래를 쥐고 있다…공포에 떠는 전공의
폭력의 되물림 현상도 문제다. 피해자 가운데 가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교수에게 폭력을 당한 전공의는 아랫년차에게, 아랫년차는 또 다른 아랫년차나 간호사 등에 폭력을 행사하는 '내리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나 의과대학 내에서도 폭력 문제가 발생하는 횟수가 늘어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것도 심각하게 고민해볼 과제다.

병원 내에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폭력이 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이뤄진다는 것도 문제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교수는 전공의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피해자가 문제를 삼으려고 하자 병원측은 오히려 피해 전공의를 협박하거나 사건을 축소하려고 해 비난을 받았다.

전북대병원은 선배 전공의가 후배 전공의를 4개월 동안 폭행했는데,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수련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후배 전공의는 지속적인 폭행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A대학병원 한 전공의는 "교수와 윗년차 전공으로부터 폭력을 당해도 전공의 수련을 제대로 마쳐야 하는 약자 입장에서는 참고 지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또 "폭력을 당하고 신고를 하고 싶어도, 나중에 신고한 사실이 병원 내에서 알려지면 더 큰 괴로힘을 당하기 때문에 쉬쉬하고 지나가는 일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올해 4월 전공의 17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련 중 신체적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3%로 나타났다. 폭행 가해자로는 교수가 5.9%로 윗년차 전공의 4.9%보다 많았다.

하지만 2016년 9월∼2017년 8월까지 대한전공의협의회에 접수된 각종 민원건 총 170건 가운데 폭행 문제와 관련된 민원은 25건에 불과해 실제로 폭력·폭행 등을 당한 사실이 있어도 외부로 알리거나 폭로하는 사례는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병원 내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안치현 대전협회장은 "가해자인 교수(지도전문의)가 처벌이 끝난 후 다시 복귀하는 것, 그리고 계속해서 지도전문의 자격을 유지하는 것도 전공의들이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게 하는 것"이라며 "추가적인 피해자를 양산하는 병원 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이동수련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절차가 복잡하고 실현가능성 또한 낮다"며 "피해 전공의가 이동수련 대상 병원이 선정되기 까지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회장은 "모든 수련병원에서 적용 가능한 처리규정을 개발하고, 반드시 준수하도록 의무와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가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수련병원이 환경을 조성하도록 의무를 줘야 하며, 피해자 이동수련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폭력문화 근절 필요" 강력한 의지 보여
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건복지부도 폭력문화 근절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전공의 폭행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권근용 사무관(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은 "폭행문제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근절시키지 못하면 우리나라 의료계의 미래는 없다는 심정으로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고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권 사무관은 전공의 폭행의 원인을 ▲도제식 수련방식 ▲법적 제재수단 미비 ▲폐쇄적 조직문화 등을 꼽고 보건복지부가 마련 중인 대책을 소개했다.

권 사무관은 "도제식 수련방식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은 교과과정이 그만큼 체계화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현대의학의 발전된 의료체계와도 맞지 않는다"며 "곧 발표될 '2018년 전공의 종합계획'을 통해 수련 교과 과정을 체계화해 단순히 가르쳐주면 좋고 배우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에서 탈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적 제재수단이 미비한 점은 전공의특별법 제11조를 예로 들면서 개정작업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권 사무관은 "전공의특별법 제11조는 수련병원이 전공의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처벌이 있는지 밝히고 있지 않다"며 "수련병원의 의무와 함께 제재 근거를 마련해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문제가 있는 수련병원의 과에 책정돼 있는 전공의 정원을 없애는 법안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평가를 통해 전공의 정원을 줄이는 방법이 남은 전공의들에게만 피해가 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해당 법안은 보건복지부가 국회의원 발의를 지원해 진행되고 있으며 빠르면 올해 안에 법안 발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 사무관은 "전공의가 다른 수련기관으로 이동할 때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아웃 퇴출'…폭력 땐 전공의 정원 몰수

"전문가평가제에 의료인간 폭력행위 평가 포함" 주장 솔솔
한편, 폭력 근절을 위해 전문가평가제에 폭력과 관련된 평가항목 포함, 의료기관인증 평가시 인권센터 등 설치 의무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평가항목에 폭력 관련 조항 포함, 의료질향상분담금 차등 지급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1년을 맞아 열린 중간 결과 보고 및 향후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신정호 전문가평가단 부단장은 의료인간 폭력행위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범사업 기간 중인 2017년 9월 모 대학병원에서 남자 전공의가 후배 여자전공의를 성추행한 사안이 전문가평가제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발단이 됐다.

신정호 부단장은 "품위손상 범위를 넓혀 의료인 사이의 폭력행위도 전문가평가제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변호사(법무법인 선우)는 "(진료행위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폭행, 성추행이 병원내에서 벌어졌다면 의사로서 품위손상 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권근용 사무관도 "교수의 전공의 폭행 등 직무 관련성 있는 의료인간 폭행을 의료법상 품위손상 행위에 포함시키는 시행령 개정 또는 전문가평가제도 내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행 및 성추행 사건 등이 끊이지 않자 의료계 내에서도 폭력 근절을 위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또 병원 차원에서의 (전담)기구 설립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은 인권센터를 병원장 직속으로 만들고, 의료인을 비롯해 병원 내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직원들이 폭행·폭언·성희롱·성추행 등의 문제가 있을 때 상담을 받고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폭력문화 근절을 위해 대한의사협회도 '의료인 폭력 피해 신고센터'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의협을 비롯해 정부, 병원, 대전협 등 전공의 폭행 및 성추행 사건에 적극 대응해 나가는 움직임 확대는 폭력 근절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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