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고] 의료 행정처분의 문제점
시론 [기고] 의료 행정처분의 문제점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3.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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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변호사(대외메디컬로/전 의협 법제이사)

Ⅰ. 서론
의료법 개정에 맞추어 행정처분의 세부적 기준으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이 지난 3월 24일 입법 예고되었다.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과잉진료에 대한 처분강화', '진료비 허위청구에 대한 처분기준 신설' 등인 바, 개정안에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문제점이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Ⅱ. 개정안의 내용 및 개선방안
1. 동시 위반의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처분 문제
가. 개정안의 내용
현행규칙에는 하나의 위반사항이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동시에 해당되는 경우 의료인에 대하여만 처분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개정안에서는 이를 삭제하였다.

따라서 개정안에 따르면 하나의 위반사항이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동시에 해당될 경우, 처분기관은 행위자인 의료인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 대하여도 영업폐쇄 등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게 된다.
 
나. 개정안의 문제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할 때에는 그 입법목적에 맞게 적정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과잉금지의 원칙).

그런데 동시 위반의 경우 의료인만을 처벌하도록 한 현행규정을 삭제하여 의료기관까지도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에 배치되고 환자의 진료권을 침해하며,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이라는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적정한 수단이라 할 수 없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 개선 방안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환자의 진료권 보장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려는 국민들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현행 규칙을 삭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2. 과잉진료에 대한 처분강화의 문제
가. 개정안의 내용
의료인이 불필요한 검사,투약 등 과잉진료를 하거나 부당하게 많은 진료비를 요구한 때, 현행규칙에서는 자격정지 2월의 행정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에서는 이를 더욱 세분,강화하여 1차 위반시 자격정지 1월, 2차 위반시 자격정지 3월, 3차 위반시 자격정지 6월에 처하도록 개정하였다.
 
나. 개정안의 문제점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은 명확하여야 한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고, 범죄의 성립여부가 행정기관, 궁극적으로는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 이념이 실현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개정안에서는 진료비의 '과잉진료' 또는 진료비의 '과잉청구'라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을 구성요건에 사용하고 있어, 어떤 행위가 위 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처분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질 우려가 크다.

한편 의료법 시행령에 의하면, 어떤 행위가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로서 과잉진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의 심사결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위 조정위원회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해 과잉진료행위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도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검사,투약,수술 등이 필요한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의료인의 직업적, 양심적 판단에 맡길 일이기 때문이다.
 
다. 개선 방안
의료인의 과잉진료행위에 대하여는 우선 그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규제할 경우에도 개정안과 같이 위반 횟수에 따른 일률적 규제보다는 위반 정도에 따라 처분에 차이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3. 진료비 허위청구에 대한 처분기준 신설의 문제
가. 개정안의 내용
개정 의료법은 의료인이 관련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허위청구한 때 1년의 범위 내에서 그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의료법 제53조 제1항 제6호).

이에 따라 개정안에서는 위와 같이 허위 청구하여 ①국민건강보험법령을 위반한 경우, 그 처분기준을 월평균 허위청구금액 및 허위청구비율에 따라 '자격정지 1월에서 10월까지'로 하고, ②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 및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령을 위반한 경우, 그 처분기준을 총허위청구금액에 따라 '자격정지 1월에서 10월까지'로 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나. 개정안의 문제점
(1) 명확성의 원칙 위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처벌규정은 그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개정안에서는 진료비의 '허위청구' 라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을 구성요건에 사용하고 있어, 위 규정에 위반한 행위인지 여부가 처분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과실이나 착오에 의한 청구의 경우에도 처분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허위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불이익을 받을 소지가 많게 되었다.

(2) 위임입법의 한계 위배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은 의료법 위반에 관한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하기 위하여 제정한 시행세칙으로서, 집행명령에 해당한다. 이러한 집행명령은 모법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구체적 절차와 방법을 규정하는 것이므로, 모법에 규정이 없는 새로운 입법사항을 규정할 수 없다.

그런데 위 개정안은 의료인이 진료비를 허위청구하여 '국민건강보험법령 등을 위반한 경우'의 처분기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바, '국민건강보험법령 등을 위반한 경우'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위 규정만으로는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는 모법인 의료법의 규정에도 없는 새로운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어서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3)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에 의하면 국민건강보험법령을 위반한 경우는 허위청구금액 12만원미만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 등을 위반한 경우는 허위청구금액 50만원미만부터 자격정지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문리적으로 해석할 경우, 허위청구금액이 1∼2만원 정도에 불과한 때에도 자격정지 1월의 엄격한 행정처분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는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으로서 의료법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정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개정안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 개선 방안
개정안에는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제거되어야 하고, 특히 처분기준을 정함에 있어 허위청구금액 뿐만 아니라 위반 횟수, 정도 등에 따라 처분에 차이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4.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형 확정시 의료기관 폐쇄처분 신설 문제
가. 개정안의 내용
개정의료법 제51조 제1항 단서 및 같은 항 제8호와 이에 따른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그 형이 확정된 경우, 당해 의료기관에 대하여도 개설허가의 취소 또는 폐쇄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개정안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였다고 하여 의료기관까지 허가취소 또는 폐쇄하도록 하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에 배치되고 환자의 진료권을 침해하며,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이라는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뿐만 아니라 위 규정은 당해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다른 의료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의료기관이 허가취소 또는 폐쇄되면 당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다른 의료인들도 일할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의료법 제51조 제1항 단서와 개정안의 위 규정은 폐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Ⅲ. 결론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개정안은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의료법은 입법취지가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에 있으므로, 그 입법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해 이와 같은 무리한 규제를 하기보다는 먼저 의료인이 직업적 양심에 따라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긴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나서 행정처분기준을 마련함에 있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지 않도록 좀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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