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복도 위에 서있다. 눈 앞에 새까만 연기가 보이고, 귀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불이다'. 급히 병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문을 열자 불에 타고 있는 쓰레기통이 보인다. 주변에 화재 상황을 전파하고, 손에 들린 휴대폰에 원내 화재 신고 번호를 누른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소화기를 찾아 안전핀을 빼고 ▲노즐을 불 쪽으로 조준한 뒤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다행이다.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VR 체험존에서 '일반화재 진압요령'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VR기술을 적용한 교육과정을 통해 직접 화재 진압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거동이 불편한 중증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는 화재를 비롯한 재난상황이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기치 못한 재난상황에서 '환자 안전'을 지키려면 직원 한 명 한 명의 대응이 중요하지만, 제아무리 말로 위험성을 강조해도 현장 경험이 없으면 실제 상황에서 발 빠른 대처가 어렵기 마련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등 재난상황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환자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최근 전 직원 대상 필수 교육 과정에 VR(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했다.

가상현실이란 인공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실제와 유사한 환경이나 상황을 뜻하는 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가상현실 기술을 처음 적용한 이번 교육과정은 병동, 비상 대피로 등 실제 병원 내부와 유사한 가상현실 환경을 구현해 화재 등 재난상황에 직원들의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세부 콘텐츠는 ▲화재 종류별 소화기 사용법 ▲비상시 탈출 경로 ▲환자 대피시 중환자, 소아 환자 등 환자 분류법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모든 직원이 1인칭 시점에서 직접 재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아산병원 아카데미운영팀은 병원 내 VR체험존을 설치하고 화재 등 재난상황 외에도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추가적인 교육 콘텐츠를 발굴해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 전 직원에게 보다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건석 서울아산병원 아카데미소장(비뇨기과)은 "병원 특성상 중증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동이나 수술실 등은 밤낮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모든 의료 현장에서 화재와 같은 실제 재난상황을 가정한 교육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며 "VR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장소적 제약을 뛰어넘고 나아가 보다 많은 직원에게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해진다면 '환자 안전'도 더욱 견고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