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웃들
[신간] 이웃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7.08.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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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윤 지음/재남 도서출판 펴냄/1만 3000원

 
"스미어 가슴 젖는 정한이 있고, 싱긋 웃는 온기가 있고, 이슬 함초롬 고운 메꽃의 기쁨이 있고, 슬며시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는 위로가 있는 글. 그렇듯 이웃들의 감성을 일깨우는 숨쉬는 수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살아온 날들이 모두 수필이요, 그들의 꾸밈없는 감정과 삿되지 않은 의식이 정녕 수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수필이 꼭 지식인만의 심오한 지성적 글이어야 할까. 난과 학처럼 고결해야만 할까."

담여(湛如) 오세윤 선생의 '수필론'이다.

그런데 이 뿐이 아니다. 그의 글에는 우리말의 '결'과 '흥'이 녹아있다. 우리말이 이렇게 아름다웠을까. 한 문장 한 구절에도 미처 알지 못한 수많은 우리말 우리글이 그의 손끝을 통해 조각조각 연을 맺는다.

오세윤 선생의 여덟번 째 작품집 <이웃들>이 출간됐다.

'정을 소중히 여기며 올곧게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을 오롯이 옮겨온 그의 글에는 온기가 있다. 경박하거나 미욱하거나, 인색하거나 너그럽거나 제각각의 모습들로 살아가는 우리네 삶. 그 삶들 속 많이 배운 것과 됨됨이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진리 가운데 그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서로를 헤아리며 정성스럽게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곁이 됐다.

글 한 편 한 편에는 언제나 마주하지만 잊고 사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이 담겨 있다. 그의 눈에는 여느 이웃의 삶이, 가족이나 벗에게 향한 마음과 다르지 않고, 이는 곧 글로 이어져 '사람동지'에 대한 사랑과 긍휼과 연민이 가득하다.

그의 말과 글은 향연이다. 예사로운 일상은 화려한 묘사를 얹어 특별한 추억으로 되살아나고, 글의 유려함에 취해 어느새 그의 번민과 갈등까지 내 마음이 된다.

수많은 책 속에서 옮겨졌을 고사나 경구는 지식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자연을 사랑하는 삶이 물들여놓은 글의 품격은 깊이를 더하고 경건함도 품었다.

모두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오리목(꽃자리/오리목/볼 터치/큰 경비 홍씨/아래층 식구들/배냇저고리 천사들/시원한 바람) ▲천막 채소가게(풋고추/채소아줌마/노치원생/배추고갱이/냉잇국 시래깃국/더덕 향/향수여행) ▲애마유감(애마유감/맞수/갈등/친구가 뭐기에/운전하는 아내/소꿉놀이/호반정곡) ▲칠게볶음(메꽃/칠게볶음/태극기를 달며/남풍북속/양산/묵은지/구슬공예) ▲사려니숲길의 이인삼각(등단/춘당지에서/사려니 숲길의 이인삼각/철부지/히포크라테스의 타락/아랑이/날개) ▲수필여생(끄리/짬짜면/은사/벙거지/K작가의 수필집/낡은 것들의 오작동/수필여생) 등 마흔 두 편의 글이 담겨 있다.

193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서울의대를 졸업(1965)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그는 2002년 은퇴한 이후 시와 산문을 쓰며 2006년에는 성장소설 <슴베, 그 서툴게 끼인 자리>를 펴내기도 했다. 2003년 첫 수필집 <바람도 덜어내고>를 상재한 이후 <은빛 갈겨니>(2005) <갈채>(2008) <등받이>(2011) <아버지의 팡세>(2014) 등을 펴냈으며, 그동안 <수필춘추> 문학상 대상(2006)·한국수필문학대상(2008)·보령의사수필문학상 대상(2009)을 수상했다.

'머리는 더디 늙는 데 가슴이 제 먼저 식어 자꾸만 글이 남을 가르치려 한다고 한탄하며 아는체하지 않으면서 은연중에 깨우치고, 함께 읽어 흐뭇해지는 글을 쓰고자 애태우던' 선배를 닮고 싶었던 그는 지금 '낮은 자리에 서서 아우르는 글, 뜻이 높고 생각 깊은 글, 여운이 긴 글'을 쓰고 싶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070-8865-5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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