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대리처방...되는 경우와 안되는 경우
논란의 대리처방...되는 경우와 안되는 경우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30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두륜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 현두륜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중에 대통령에 대한 대리처방 문제가 전 국민의 이슈가 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보건복지부가 대리처방을 한 의료기관에 대해서 조사를 실시하여, 관할 보건소에 해당 의사에 대한 형사 고발을 요청하고, 의사에게는 자격정지 2월 15일의 처분을 사전통지했다.

해당 의사가 대리처방하는 과정에서 의료법 제17조 제1항(직접 진찰하지 아니하고 처방전 발행) 및 제22조 제3항(진료기록부 허위 작성)을 위반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판단이다.

일반인과 언론의 관심은 주로 최순실씨가 과연 누구를 위해서, 그리고 왜 대리처방을 받아갔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은 대리처방과 관련하여 의료법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본 건이 의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대리처방의 문제는 의료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논쟁거리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얘기하는 '대리처방'이란 환자 본인이 직접 의료기관에 내원하지 아니하고 그 환자의 대리인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의사로부터 진찰을 받고 환자의 처방전을 발급받은 경우를 말한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포함)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처방전(전자처방전 포함) 등을 발급한 의사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1년 이내의 면허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는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의 경우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도 이를 발급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으나, 처방전에 관해서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행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따르면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그 환자의 처방전을 발행하는 행위는 예외없이 의료법에 위반된다.

대리처방의 경우도 의사가 해당 환자를 직접 진찰한 것은 아니므로, 의료법에 위반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해당 의사가 최순실씨에게 타인의 처방전을 발급해 주었다면,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면 의료법 제22조 제3항 위반도 추가된다.

의료법 잣대론 모두 위반...건강보험에선 가족에 한정

문제는 이러한 대리처방 행위가 의료계에는 상당히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직접 거동하기 어려워 그 환자의 가족이 환자 대신에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처방전을 받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복지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환자의 간호사 또는 요양보호사가 환자 대신에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처방전을 받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도 전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이러한 경우에도 전부 의료법 위반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실무는 그렇지 않다.

대리처방과 관련한 의료법 규정이 실무와 부합하지 않다보니, 의료계는 2014년 대리처방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는 "현재 의료법 규정에 따라 대면진료가 원칙이나, 건강보험 관련 규정에서 예외적으로 가족에 대하여 ① 동일 상병 ② 장기간 동일 처방 ③ 환자 거동 불능 ④ 주치의가 안전성 인정하는 경우에만 처방전 대리수령과 방문당 수가 산정(재진진찰료 소정점수의 50%)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고, 대리처방이 가능한 가족의 범위는 민법 제779조의 범위로 한정했다. 그리고, 가족 이외 제3자(간병인 등)가 요청하는 경우 또는 다른 질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대리처방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했다. 

한편,'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상대가치점수(보건복지부 고시)'는 환자가 직접 내원하지 아니하고 환자 가족이 내원하여 진료담당의사와 상담한 후 약제를 수령하거나 처방전만 발급받는 경우에는 재진진찰료 소정점수의 50%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제10조 제3항은 정신질환자가 직접 의료급여기관을 방문할 수 없어 보호자 등이 담당의사와 상담후 약제를 수령한 경우에도 의료급여수가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나 고시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과 저촉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대리처방 관련한 예외규정을 인정하거나 하위 법령에 위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건강보험 관련한 보건복지부 고시에서는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환자 가족'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비해서, 의료급여 관련한 고시에서는 '보호자 등'이라고 넓게 인정하고 있어서, 서로 그 범위가 일치하지도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선 실무에서는 대리처방이 가능한 사유와 그 범위에 관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의료인들 중에는 대리처방이 불법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중 하나는 아닌지 모르겠다. 이러한 상황이 초래한 데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이번 기회에 보건복지부는 대리처방과 관련한 현실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에 맞게 의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