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산과 대화하며 사람들과 즐거움 나누고…
묵묵히 산과 대화하며 사람들과 즐거움 나누고…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6.11.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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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산악회 대표자 산행 장안산을 다녀와서
노민관 대한의사산악회 등반대장(서울 강동·노민관가정의학과의원)

▲노민관 등반대장
11월 13일 오전 늦가을에 비까지 살짝 날리는 듯해 두툼하게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최순실 국정문란, 미국의 의외의 대선결과 등등 내우외환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때라 산으로 가는 마음이 평소처럼 가볍지가 않고, 길가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마음을 더 스산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의료계도 불황의 여파로 매년 11월에 한번 개최되는 대산의사산악회 대표자 산행이지만, 의협 지원금도 없이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만나려니 변변한 선물도 준비 못해 주최하는 대한의사산악회 연재성 회장님을 비롯한 집행진 마음도 웬지 미안하면서 바람이 빠져나간 듯 가슴이 허한 느낌이다.

죽전에서 경기도의사회 회원들을 같이 태우고 장수 무룡고개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다. 10시까지 도착했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고속도로에 관광버스 사고가 워낙 많았던 터라 기사님을 채근하기도 어려웠다. 주최측인 우리가 가장 늦게 도착해 각 시도 대표분들게 죄송한 마음인데, 집결장소인 무룡고개엔 각지에서 모인 관광버스들로 식전행사를 거행하기도 쉽지 않았다.

일부 회원들은 이미 산행을 시작해 어쩔 수 없이 남은 인원들끼리만 모여 기념사진만 촬영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방향 표식기를 미리 놓기 위해 먼저 출발한 선두조는 앞서간 회원들을 추월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떼야할 터, 제대로 주변경관을 볼 시간도 없을 듯하다. 2개월전 답사를 왔던 터라 그리 아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달래본다.

무룡고개 자체 고도가 950M 정도여서 1237M의 장안산이지만 300M 정도만 고도를 높이면 되고, 약간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완만한 능선을 따라가는 길이어서 장안산(長安山) 정상을 오르는 길은 고도감이 있으면서도 이름처럼 길면서도 편안하다.

하지만, 오르는 능선길이 편하다고 쉽게 생각할 산은 결코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대표격인 우라나라 8대 종산(宗山)-백두산·한라산·지리산·설악산·덕유산·오대산·치악산·장안산- 중 하나이고, 금강과 섬진강의 먼 발원지이기도 하다. 겨울이면 허리까지 눈이 쌓여 전국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하는 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무룡고개에서 장안산 정상(상봉)·중봉·하봉을 거쳐 범연동으로 가는 정말 편안한 육산길로 코스를 잡았다. 전국에서 모인 만큼 많은 시간을 산행에 할당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쉽게 만나지 못하는 분들인 만큼 정담을 나눌 시간이 많아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황세 선생님을 비롯한 부산시의사산악회, 나순기 회장님과 경상남도의사산악회, 이우율 회장님과 대구시의사산악회, 백진현 회장님과 전라북도의사산악회, 신유식 고문님, 엄세연 회장님과 충청북도의사산악회, 이병기 전 회장님, 그리고 조인현 회장님을 비롯한 경기도의사산악회, 그리고 조해석 회장님과 서울시의사산악회 등 대표자 분들께서 참석해 주셨고, 그동안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전라남도와 강원도도 연재성 신임 회장님께서 각 시도의사회를 통해 일일이 연락해 다음 정기산행부터는 참석 예정이라고 하니, 명실공히 대한의사산악회의 완성체가 이뤄져가는 모습이어서 흐뭇한 느낌이 들었다. 대표자 분들만 오시다 보니 개인차량으로 오신 분들도 여러분 계셔서 원점회귀 산행이 아닌 것이 약간 결례가 됐다. 세심하게 준비하지 못한 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산 지점에 식당이 없어 답사 때 정해놓은 타코마 장수리조트로 이동해 상쾌하게 사우나를 마친 후 미처 못나눈 회포를 풀었다. 연재성 회장님의 인사말과 서윤석 고문님의 건배제의로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널따란 리조트 식당이 떠나가라 화기애애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1월 13일 장안산에서 열린 대한의사산악회 대표자 산행에는 각 시도의사산악회 대표자들이 참석해 무룡고개에서 장안산 정상·중봉·하봉을 거쳐 범연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오르내리며 늦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1년에 총회 겸 전체 산행과 대표자 산행, 총 2회 만남의 자리가 있는데, 산행 시간 포함해서 대략 6∼7시간이고, 그 나마 얼굴을 잘 모르는 회원들은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어서 서로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이후에는 같은 표식이라도 나누어 가져 동질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할 듯하다. 항상 일요일에 산행일자를 잡을 수밖에 없어 다음 날 근무를 위해 서둘러 헤어져야 하는 것 또한 아쉬운 일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야 어쩔 수 없지만 좀 더 여유롭게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100명에 가까운 의사가 한 자리에 모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전국에 흩어져있는 의사들이 단지 산을 좋아하는 인연으로 모이기 시작해 15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하게 됐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상석 초대 회장님 이하 현 연재성 회장님까지 대한의사산악회에 대한 애정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리라. 올 해에는 백진현 회장님, 전성주 고문님, 윤여성 총무님이하 전라북도의사회 주관으로 대한의사산악회 15년사를 발간했다. 15년간의 전국 시도의사산악회에서 자료를 취합하고, 대한의사협회와 각 시도의사회, 심지어 전라북도와 군산시에서까지 협찬을 받아 15년사를 완성해주셔서 산악회발전과 자료수집에 큰 공을 세우셨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시는 열정에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예도 없고, 실익도 없는 일에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시는 모습….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옴을 느꼈다. 실로 산과 산악회를 사랑하는 일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존경을 표한다.

'산이 왜 좋으냐' 묻는다면 그 대답이 너무도 많을 것이다. 어떤 이는 '산이 거기에 있어서'라고 답하기도 하고, 장쾌한 정상에서의 경관을 보기 위해, 시원한 바람과 가슴 속 갈증을 풀기 위해, 건강을 위해, 시름을 잊기 위해, 고된 산행 후의 맛보는 즐거움을 위해, 좋은 이와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심지어 산행 후의 뒷풀이를 위해 라는 답변까지! 그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분명한 건 산은 뇌를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한두 번까지는 힘들다던 사람들도, 세네 번만 다녀오면 금방 중독이 되는 건 공통인 걸 보면! 뇌색남, 뇌색녀가 대세인 요즘이다. 뇌를 쉬게 하면서도 다시 찾게하는 데는, 산 만한 것이 없는 만큼, 전신건강을 위해, 매력적인 뇌와 심신을 위해, 1주일 중 한 번은 우리나라에 주어진 하늘의 선물인 산을 찾아 폐와 마음, 그리고 머리 속을 맑게 정화할 수 있으면 다음 한 주일 진료가 훨씬 즐겁고 편안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 동안 매년 200여명 많을 때는 500명까지 회원들이 함께 산행을 했다. 흰 가운을 입은 수백명의 의사들이 온 산을 뒤덮었다고 상상한다면 절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이렇게 많은 의사들이 함께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 ? 매년 5월이면 수백명의 의사들이 산에서 만난다. 함께 식사할 장소를 정하는 것이 산을 정하기보다 더 어려울 정도로 준비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이런 큰 화합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장이 우리 의료계에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 힘들기보단 절로 기운이 솟는 일이다. 과도 대학도 남녀노소도 상관없고, 잘할 필요도 없고, 그저 묵묵히 산과 대화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시원하게 막걸리 한잔하면서 쌓인 시름 놓고 오면 그만인 산과 반가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것이 다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필요없는 대한의사산악회 산행! 내년 5월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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