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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의 모범 '변호사협회' 들여다보니...

자율규제의 모범 '변호사협회' 들여다보니...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9.1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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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 변호사 개업 등록 거부, '영구제명'도
법조윤리委, 징계 혐의자 사실상 '수사' 진행

다나의원 사태로 의사면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정책이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이다. 의사면허 신고 요건에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지를 포함하고, 보수교육을 강화하는 등 강도 높은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의료계는 현대 사회의 '전문가주의'에 입각해 의사 면허관리·감독은 의사단체의 자율규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한의사협회와 산하 시도의사회가 주관하는 '전문가 평가단 → 지부 윤리위원회 → 중앙윤리위원회'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비윤리 의료행위를 걸러내고 해당 의사에 대한 자율적 징계가 이뤄지는 모델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의료인단체의 자율징계권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 의료인단체와 각 단체 윤리위원회에 대한 대내외 불신 풍조 등이 자율징계권 확보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직 자율규제의 표상으로 꼽히는 변호사협회가 또다시 조명받고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진 법조계 비리에도 불구하고 변협이 높은 사회적 신뢰도를 유지하는 데는 강력한 자율규제가 밑바탕에 깔렸다는 평가다.

우선 변호사가 개업하기 위해선 대한변협 산하 지방변호사회에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받은 지방변호사회는 해당 법조인의 '적격성'에 대한 의견을 첨부해 대한변협에 전달한다. 대한변협은 일정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등록을 거부한다.

등록거부 사유는 △변호사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 △심신장애로 인해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자 △공무원 재직 중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위법행위 관련해 퇴직한 자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면허제도 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의료인의 자율적 면허관리 방안 절차

실제 사례를 보면 대한변협은 이정렬 전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낸 변호사등록신청을 거부했다. 이 전 판사가 2012년 1월 법원 내부통신망에 주심으로서 담당한 사건에 대한 심판 합의를 공개해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았고, 거주자와 층간 소음문제로 다툰 후 주차돼 있던 위 거주자 차량을 망가뜨려 벌금 100만 원의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이유가 됐다.

또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낸 변호사 등록신청 역시 2013년 건설업자 윤 모 씨로부터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차관 취임 후 6일 만에 사퇴한 점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 종류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이 있다.

이 같은 변호사 등록 및 등록 거부, 징계 등 모든 사항은 변호사법에 명문화돼 있어 법적 권한과 구속력을 갖는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의료기관 개설 때 지역 의사회를 거치지 않고 관할 보건소에 신고 만 하면 된다. 따라서 지역의사회는 관내 개설된 의료기관 개수, 활동 의사 숫자조차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또 의사 회원 징계 종류인 △고발 또는 행정처분 의뢰 △3년 이하의 회원권리정지 △5000만 원 이하의 위반금 부과 △경고 및 시정지시 등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변호사회와 비교된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 중앙윤리위원회와 대한변호사협회의 법조윤리협의회의 권한은 대조적이다. 법조윤리협의회는 법조윤리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의 신청 또는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인 및 관계 기관·단체에 대해 관련 사실을 조회하거나 자료 제출 또는 윤리협의회에 출석해 진술하거나 설명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자료제출·출석 등을 요구 받은 사람·기관·단체 등은 반드시 이에 따라야 한다(변호사법 제89조 제1항 제3호, 제2항). 법조윤리협의회가 사실상 '수사'권을 가진 셈이다.

▲9월 7일 전주 르윈호텔에서 열린 '면허관리제도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제3차 공청회' 모습. 

이와 달리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의사 회원에 대한 아무런 법적 조사 권한이 없어 언론 보도 등에 의존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형편이다. 비위 혐의 회원의 출석을 요구해도 당사자가 거부하면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말 집단 감염 사건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A의사에 대해 중앙윤리위는 세 차례나 출석을 요구했으나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의협은 최근 '면허제도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송병두/대전광역시의사회장)를 구성하고 '면허제도개선 및 자율규제 확보 방안'의 초안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공청회를 열어 회원들의 여론을 수렴 중이다.

지난 7일 전주 르윈호텔에서 열린 제3차 공청회에서 홍경표 특별위원회 위원(광주광역시의사회장)은 "의사회 윤리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 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의료에 대한 개념을 깊이 고민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의료보험을 비롯한 각종 불완전한 제도의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모든 의사가 의무적으로 의사협회를 통해 면허를 신고하고 결격사유 없이 등록된 의사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은 "(협회를 통한 면허신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들은 자신의 문제를 가장 잘 파악하는 의사회를 통한 검증을 회피하려 할 것"이라며 "따라서 제도를 바꿔 봐야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행위 수행이 어려운 '심신 불능 질병 상태' 등 의료에 관련된 모든 판단을 전문가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면허 결격사유나 징계사유를 조사할 때 필요한 실질적 조사권도 의사단체에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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